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의학·보건의료 분야의 석학들이 참여하는 국가 최고 수준의 학문단체로서, 의학 뿐만 아니라 약학, 간호학, 치의학, 생명과학, 보건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한의학 분야의 교수도 일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림원은 직역 간 이해관계에 앞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동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최근 발의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서영석 의원 대표발의)’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책임자에 의료기관 개설자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결과적으로 한의사도 안전관리책임자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게 돼, 국민 건강과 방사선 안전관리 체계의 근본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방사선은 질병 진단에 필수적인 도구이지만, 동시에 인체에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입니다. 이에 따라 국제방사선방어위원회(ICRP)는 ‘정당화 원칙(Justification)’, 즉 검사로 인한 이익이 위해보다 클 때만 방사선을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임상 현장에서 안전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방사선의 물리·생물학적 특성, 임상적 적응증, 영상 판
지금의 상황 속에서 의대생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무게를 깊이 가늠해 봅니다. 의대생들이 이토록 절박하게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현실 앞에, 선배로서 깊은 안타까움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의대생들이 보여준 공정성의 가치를 지키고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신념은 대한민국 의료의 내일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의학이 지향해야 할 더 큰 가치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생명 존중에 기반한 의학의 숭고한 이상과 환자를 위한 이타적 헌신은 모두 소홀히 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책무입니다. 의학의 본질적 가치는 어떠한 외부 상황이나 세력보다 크며, 진정한 의사의 사명은 현재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 행동을 넘어 더 멀리, 더 깊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의사의 사명을 실현하는 여정은 의학교육의 현장에서 시작됩니다. 의과학의 근본적 역량뿐만 아니라, 전문인으로서의 역량을 쌓고, 더 나아가 비판과 창조, 윤리적 숙고와 공감적 소통 등 통합적 역량에 이르기까지, 의학교육은 모든 의과학, 의료 그리고 의학·바이오산업의 뿌리입니다. 이 뿌리가 흔들리면, 의료의 미래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의대생들은 우리 사회에서
정부는 2025년 3월 7일, 2026학년도 전국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기존의 3058명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년 넘게 의료대란의 주요 원인이 되었던 무리한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정부 스스로 원점으로 되돌리는 의미를 담고 있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작년 2월 6일,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는 2025학년도부터 전국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단번에 2000명 증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2020년 9월,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와 약속한 ‘의대 정원 정책은 의료계와 합의해 추진하겠다’는 합의를 명백히 위반해 정부 정책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했다. 특히 대학 입시를 불과 수개월 앞두고 논의와 합의 과정 없이 극단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점은 가히 폭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의료계 석학단체로서 2024년 3월 22일 2000명의 증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2000명 증원의 근거는 인구 변화만을 단편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편향적으로 선택, 왜곡한 것이다. 과학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전체 의사들, 특히 3만여 명에 이르는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에게 모욕을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