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3 (토)
“대체 왜 주사를 안 놔 주는 거예요?” 진료를 마친 환자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염증이 그리 심하지 않으니까 소독만 받아도 충분하다고 다시 설명해줘도 막무가내로 주사를 원하며 투덜투덜 혼잣말을 한다. “참 이상한 의사도 다 있네. 주사를 놔달라는데 왜 환자 말을 안 듣지?” 비단 주사뿐이 아니다. 진료실에는 약을 더 많이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도 많다. “항생제를 지어 달라고요.” 라든가 “왜 약을 삼 일치만 주죠? 다른 병원에선 일 주일치도 처방해주던데…….” 라며 나의 진료에 반기를 드는 환자들을 만나면 진땀을 빼곤 한다. 물론 약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는 긍정적인 예도 많지만 약물이 과용되거나 남용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요즘은 의료보험 덕택으로 약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단 점이 약물 남용의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내가 약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건 실제로 무분별한 약물 복용으로 무서운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신혼 초에 미국에 계시던 시부모님이 신혼집에 방문한다는 날이 다가오던 때였다. 새색시이자 맏며느리로서 나는 침상이며, 식단이며, 여러 가지를 철저히 준비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어른들 눈 밖에 나거나 흠이라도 잡히면 어쩌나 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