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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립선암 급증하는데 정부는 ‘모르쇠’

정문기 비뇨기과학회장, 땜질식 처방 의료왜곡 해결 못해


대한비뇨기과학회가 2011년 추계학술대회를 성료한 가운데 정문기 학회장이 작심하고 정부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왜곡된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정부의 땜질식 처방으로 인해 왜곡현상은 심화되고, 특정과 몰락을 넘어 의료계 전체가 파경을 맞고 있다는 것.

정문기 대한비뇨기과학회장은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의료계가 보건의료 발전에 노력해왔지만 의료계체계는 상당히 왜곡됐다고 비판하면서 이 실타래를 풀기 위한 근본 대책은 어디에도 없다고 복지부의 정책 수행의지를 비난했다.

정 회장은 이어, 특정진료과가 몰락의 부침을 거듭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내과, 흉부외과, 산부인과는 이미 위기상항에 직면해 있고, 우리 비뇨기과 역시 어려운 처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어려운 진료과에 가산점을 조금 더 주는 식의 땜질식 처방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또다른 부작용을 양산해 의료체계의 왜곡현상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정문기 회장은 "비뇨기과는 수가자체를 처음부터 낮게 책정해 수가인상을 획기적으로 인상하지 않은 이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99%가 급여항목으로 묶여 있는 처지에 비급여는 몇몇 네트워크 병원들이 삭쓸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이어, "왜곡된 의료체계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국민들"이라며 "이런 비판은 국민을 위하고, 정부의 신뢰를 위한 충정에서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결과 정문기 회장을 비롯한 대한비뇨기과학회는 정부에 비뇨기과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3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첫째는 전립선암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립선암을 국가 암검진 사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위암의 경우 위내시경을 통해 위암여부를 확인하는 등 까다로운 진료행위가 필요하지만 전립선암은 피검사만으로도 충분히 진단이 가능해 비용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요양병원에 전문의 배치가 필수라면 산부인과 대신 비뇨기과 전문의가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요양병원들은 경영적 이유를 들어 산부인과 전문의를 채용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노인들의 비뇨기 관련 연구결과에 따르면 산부인과전문의가 아닌 비뇨기과 전문의가 진료해야 하는 질병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전문의 배정 규정을 변경하고, 요양병원에 비뇨기과 전문의 배정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체외충격파쇄석술(ESWL)에 대한 일반과 사용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것.

체외충격파쇄석술은 신의료기술로써 수가가 높아 일반진료과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비뇨기과 전문의가 아니면 사진만으로는 총장골정맥과 내장골정맥에 붙은 석회를 결석으로 오인할 수 있어 오진을 내릴 수 있다고 비뇨기과학회는 우려하고 있다.

한편, 비뇨기과는 최근 몇년사이 전공의들의 지원률이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률을 보면 2003년 138%에 달할 정도로 의사들이 선호하는 과목이었지만 2007년 99.1%를 기록한 후, 2008년 82.6%, 2009년 90.2%, 2010년 82.6%로 슬금슬금 내려가다 올해는 54.9%라는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

26개 과목 중 22위로 비뇨기과보다 확보율이 낮은 과목은 흉부외과, 병리과, 결핵과, 예방의학과 등이다.

수련병원 중 비뇨기과가 있는 곳이 86곳이지만 이중 전공의가 없는 병원이 4곳, 3개년차가 11곳, 2개년차가 16곳, 1개년차가 없는 곳이 22개 병원에 달한다.

정문기 회장은 전공의 지원률이 낮아지는 것에 대해 "비뇨기과 전문의를 취득해도 미래가 어둡다고 지원자들이 생각하고 있다"며 "여성 전공의 수가 증가하면서 비뇨기과 선택을 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익적인 측면에서 요실금은 80%가 산부인과가 흡수하고, 성기능확대 등 남성의학 분야는 최근 4~5년 사이 자본과 마케팅을 앞세운 네트워크병원이 독점해 일반 개원의들의 경영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비뇨기과학회 정문기 회장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