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생아 출산율이 2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황금돼지해였던 지난해 신생아 수는 총 49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약 4만5000명이 늘었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 역시 지난해에는 1.26명으로 2년 연속 상승했다.
출산율이 이처럼 고무적으로 높아진 것은 정부의 지속적인 출산 장려 정책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출산 비율도 그만큼 높아지는 만큼 이제는 출산율의 양적 증가 못지않게 질적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많은 임산부들이 임신성 당뇨병, 임신중독증 등을 잘 알고 또 이에 대한 대처도 잘 하고 있지만 반면, 소홀히 여기거나 잘 몰라서 그냥 지나치는 질환들도 많이 있다. 이에 임산부가 조심해야 하는 각종 임신성 질환들에 대해 알아본다.
▲하지정맥류
임신 7~9개월경에 들어서면 오래 걷기도 힘들뿐더러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묵직하고 뻐근해진다. 잠잘 때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한다. 간혹 피부 겉 층에 붉은빛 혹은 검푸른 빛을 띤 혈관이 비쳐보이게 된다. 이는 임신으로 인한 하지정맥류 증상이다.
하지정맥류는 심장으로 올라가야 할 정맥혈이 종아리에 고이면서 혈관이 늘어나는 질환. 발끝에서 심장으로 향하는 정맥혈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역류하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종아리에 위치한 판막은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며 혈액을 심장 쪽으로 흐르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판막에 이상이 발생하면 혈액이 종아리에 고이면서 발끝에서 올라오는 혈액과 만나 역류작용을 하게 되어 혈관이 늘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피부 밑의 가느다란 정맥 혈관들이 라면면발처럼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오고 다리가 무겁고 저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하지정맥류가 발생해도 임신 기간 중에는 약물이나 수술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경우에는 특별히 고안된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게 된다. 의료용 압박 스타킹은 하지정맥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특수 제작된 것으로 부위별로 가장 알맞은 압력을 수치화했다.
심장에서 가장 먼 쪽인 발목은 100%의 압력을 주고, 무릎부위는 70%, 허벅지는 40% 순으로 심장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약하게 압력을 가해준다. 이런 압력의 차이로 인해 다리 아래로 쏠리는 정맥혈류의 속도를 증가시켜 자연스럽게 정맥피를 심장으로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단, 의료용 압박 스타킹은 몸무게, 신장 등에 따라 신어야하는 스타킹의 종류가 다르고 압력의 강도도 각각 다르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임신으로 인한 하지정맥류일 경우 출산 후 3개월 이내에 증세가 호전된다. 출산 3개월 후에도 증상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피부색의 변화나 궤양 등으로 발전하기 전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여러 번 출산을 경험한 산모라면 더 주의해서 다리 상태를 살펴보아야 한다. 하지정맥류는 임신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상태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는 혈관경화요법으로, 심한 경우에는 레이저수술로 해결할 수 있다. 혈관경화요법은 문제의 혈관을 굳히는 경화제를 주사하는 것으로 망가진 혈관을 굳혔다가 서서히 몸속으로 흡수시키는 방법이다. 주사요법인 만큼 출혈 및 흉터에 대한 부담이 없다.
시술 시간은 20~30분 정도로 짧으며 마취도 필요 없다. 레이저수술은 혈관에 가는 레이저 관을 삽입한 후 레이저를 비춰 문제의 혈관을 제거하는 것이다. 간단한 부분마취나 수면마취로도 충분할 만큼 시술이 아주 간단하다. 이 역시 출혈이나 흉터 부담이 거의 없다. 시술 후 별도의 입원 없이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임산부 요통
임신 중에 가장 흔한 고통 중 하나는 바로 허리 통증이다. 실제로 임산부의 50%정도가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 말기로 갈수록 요통 때문에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경우가 흔하다. 임신 중에 허리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무엇일까.
첫 번째, 임신 중 늘어나는 체중이다. 임신으로 인한 체중 증가는 평균 10~13kg이다. 이 중 배가 차지하는 무게는 절반 정도다. 임산부들은 무거운 배를 지탱하기 위해 허리를 자꾸 뒤로 젖히게 된다. 이럴 경우 정상적인 척추의 라인이 무너지고 과도하게 뒤로 휘어지는 ‘과전만(過前彎)’ 이 되기 쉽다. 과전만은 척추 뼈와 디스크에 많은 부하를 줘 통증을 일으킨다.
두 번째, 복근의 팽창과 등 근육의 수축 때문이다. 허리를 지지해주는 근육은 크게 허리를 앞으로 굽혀주는 복근과, 허리를 펴거나 뒤로 젖혀주는 신전근 두 가지가 있다. 배가 불러옴으로서 복근이 늘어나 제대로 힘을 쓸 수 없고 허리 뒤쪽에 위치한 신전근은 과도하게 수축되면서 근육이 점차 약해지게 된다. 이럴 경우 평소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 허리에 통증이 생기게 된다.
세 번째, 혈류장애 때문이다. 임산부가 똑바로 누워 잘 경우 커진 자궁에 의해 대정맥이 눌리게 된다. 이는 정맥 내 압력을 증가시키며 요추 신경으로 가는 혈류를 저하시킨다. 따라서 밤에는 요통이 더 심해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임신 중 분비되는 릴렉신(Relaxin) 호르몬 때문이다. 임신 중에는 릴렉신이라는 호르몬이 평소보다 약 10배 이상 증가하는데 이 호르몬은 부풀어 오르는 자궁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태아의 통과는 쉽게 되지만 이로 인해 척추의 안정성 유지에 기여하는 근육과 인대의 결합력은 떨어져 요통을 유발한다.
임신 중 허리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우선 임신 초기에 무리한 운동이나 치료는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무리한 운동은 태아 착상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과 척추의 균형을 유지하는 정도가 좋다. 임신 중기는 태아가 본격적으로 자라면서 체중이 증가하는 시기로 특히 임산부 요통이 빈번히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릴렉신 호르몬의 분비가 점차 증가되는 시기이며 체중이 많이 증가하면서 배가 나오고 허리가 심하게 휘어지는 척추전만증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때문에 이 시기에는 허리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통증이 발생할 경우 따뜻한 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 절대적으로 안정이 필요한 임신 말기에는 허리가 뒤로 휘어지지 않도록 임산부용 복대를 착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임산부들이 허리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어서거나 앉고 움직이는 데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신체적 활동이나 허리 및 골반에 무리를 줄 수 있는 행동은 줄이고 효과적인 휴식을 자주 취해야 한다. 발 아치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평평한 신발보다는 굽이 낮은 신발을 신는 것이 좋으며 너무 푹신한 침대는 오히려 좋지 않다. 물건을 집을 때는 허리를 숙이지 말고 무릎을 구부리고 쪼그려 앉아 집어야 하며 옆으로 누워서 잘 때는 다리사이에 베개를 받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임신 중 급작스런 체중 증가는 허리에 많은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되 지나치게 체중이 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잇몸 질환
출산으로 이가 망가졌다고 하는 여성들이 많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치아를 가장 많이 망가뜨리는 주범. 임신 중에는 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하게 증가해 잇몸 혈관벽이 얇아지고 잇몸이 말랑말랑해지면서 붓고, 입안도 산성으로 변하게 된다. 여기에 치태나 치석이 잇몸에 끼어 약해진 혈관과 잇몸을 자극하면서 염증이 생기게 된다.
또한 입안에는 항상 어느 정도의 세균이 존재하는데 호르몬 변화로 입안이 산성화되면서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되어 충치가 더 잘 생기게 된다. 특히 평소 잇몸 질환이 있던 임산부는 임신기간에 더 잇몸이 심하게 붓고 염증이 잘 생기게 된다. 우리는 흔히 임신을 하면 태아가 필요로 하는 칼슘이 빠져나가 치아도 당연히 약해지고 시리게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임신 중이나 출산 후 치아가 나빠지는 것은 잇몸질환 때문이다.
임신성 잇몸질환은 임신 2~3개월부터 느껴지며, 염증은 8개월 정도까지 지속되다가 9개월쯤 되면 줄어들게 된다. 많은 임산부들이 임신 중 나타나는 잇몸질환을 가벼운 질환으로 그냥 지나치는데,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임신 말기에 아주 심한 염증상태로 진행될 수도 있다. 때문에 태아와 산모에게 비교적 영향을 덜 미치는 임신 4~6개월 사이에 가능한 치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임신성 잇몸질환은 보통 분만 후 감소되기는 하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으므로, 임신 중 미세하게라도 잇몸 이상이 나타났다면 분만 후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 주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임신하기 전에 모든 치과치료를 받는 것이다. 임신 전에 충치는 모두 치료한다. 충치가 임신 중에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치석이 있을 경우 잇몸질환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스케일링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사랑니는 미리 빼준다. 평소에는 괜찮았던 사랑니라도 임신 중에는 염증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사랑니와 함께 치아가 뿌리만 남은 경우, 심하게 흔들려 살릴 수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빠진 치아가 있다면 새로 해 넣어야 한다. 치아가 없을 때의 문제도 있지만 임신 중 자칫 영양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임신 중에는 식욕이 왕성해져 단음식과 간식 등을 많이 먹게 되므로 아무리 힘들어도 칫솔질만은 규칙적으로 해주는 것이 좋다. 입덧이 심해 입 안쪽 어금니까지 칫솔질을 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양치를 하기 힘들다면 양치용액으로라도 입안을 자주 헹궈내 구강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튼살
임신을 하게 되면 여러 피부 트러블로 고민을 하게 된다. 임신 중에는 기미나 주근깨가 잘 생기는데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체계의 변화가 피부 세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임신선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임신선은 임부의 복벽이나 유방의 피부에 생기는 적색인 다수의 가느다란 선으로 임신 후반기, 자궁과 유방이 커지면서 피부가 늘어나게 됨에 따라 생긴다.
하지만 여러 피부 트러블 중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튼살이다. 배, 허벅지, 엉덩이에 생기는 튼살은 겉으로 보이는 곳은 아니지만 여성에게 큰 고민거리다. 문제는 가뭄 든 땅바닥처럼 심하게 갈라져 있는 튼살이 생각했던 것만큼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이런 이유가 산후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출산 후 튼살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튼살의 의학적 명칭은 ‘팽창선조’로 주원인은 임신 중 생기는 부신피질 호르몬의 변화다. 체내 부신피질 호르몬이 갑자기 증가해 진피 내부에 있는 콜라겐 섬유를 파괴, 피부세포의 균형이 깨지면서 살이 트게 되는 것이다. 그 외 불러오는 배로 인해 피부가 늘어나는 것도 2차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튼살은 주로 배, 허벅지, 엉덩이, 유방 등에 나타나며 살이 얇게 갈라진다.
임산부의 튼살은 서서히 배가 불러오는 5개월 무렵부터 나타나 7개월로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생긴다. 처음 튼살이 생길 때는 붉은 빛을 띠다가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하얀색으로 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간혹 회색이나 흰색으로 시작해 붉은 자국으로 남는 경우도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정상피부보다 약간 가라앉아 있어 만져 보면 약간 울퉁불퉁하게 느껴진다. 또한 주름살처럼 한 번 생기면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튼살은 조기 예방이 중요한다.
임신 초기부터 출산 전까지 배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주물러 마사지 하는 것이 좋다. 보습력이 뛰어난 오일이나 튼살 방지 크림으로 꾸준히 마사지하면 어느 정도는 살이 트는 것을 예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완전예방은 불가능하다. 또한 마사지 시 배를 누르거나 직접적인 자극을 주는 것은 태아에 무리를 끼칠 수 있으니 조심한다. 그리고 살이 쪘다고 몸에 꽉 맞는 속옷을 입는 것은 피한다. 꽉 낀 속옷은 몸을 붓게 만들어 오히려 또 다른 튼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출산 후 하얗게 진행된 튼살은 프락셀제나레이저로 해결할 수 있다. 프락셀제나레이저는 튼살 부위에 레이저로 눈에 띄지 않는 미세한 구멍을 뚫어 직접 새살이 차오르게 하는 시술법이다. 시술은 국소마취제가 든 연고를 바른 후 프락셀제나레이저를 튼살 부위에 조사한다. 손상부위만 시술하기 때문에 자연적인 피부 재생을 유도할 수 있다. 전체 치료기간은 2~3달 내외. 2~3주 간격으로 4~5회 정도 받으면 튼살이 사라진다. 더불어 피부의 질감도 눈에 띄게 부드러워진다.<도움말: 센트럴흉부외과 김승진 원장, 나은병원 김기준 원장, 미소드림치과 황성식 원장, 지미안피부과 김경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