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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웰빙

곤히 잠자던 내가 ‘싸움질에 폭식,성적인 행동까지’

이상(異常)수면장애

잠든 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거나 폭력을 행사하고, 음식을 마구 먹고, 심지어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 수면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라 자신은 깨닫지 못한다. 깨어난 뒤 흔적을 보거나 주변 사람의 얘기를 듣고 기묘한 행동을 짐작할 뿐이다. 의학용어로 '사건 수면'으로 불리는 이상(異常)수면장애 환자들의 모습이다. 몇가지 환자 사례를 통해 자신이 편안한 잠을 자고 있는지 한번쯤 점검해 보자.

#사례1: 렘수면행동장애

평소 조용한 성격의 김성찬(63·가명)씨. 하지만 그는 잠이 들면 '폭군'으로 돌변한다. 함께 자던 아내에게 발길질을 하고 욕설을 퍼붓기 예사. 그는 스트레스가 심한 날 어김없이 싸우는 꿈을 꾼다고 한다. 문제는 이 악몽이 실제 상황처럼 나타난다는 것.

이런 증상을 렘수면행동장애라고 한다. 수면은 보통 1∼3단계 비렘수면(80%)과 렘수면(20%)으로 이뤄진다. 렘수면은 '꿈꾸는 단계'로 주로 새벽에 일어난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이때 나타난다. 최근 모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이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렘수면시 안구 운동과 호흡기 근육을 빼고는 모든 근육활동이 멈추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운동신경을 관장하는 대뇌 시상하부에 문제가 생기면 근육 움직임이 자유로워져 꿈에서 몸이 움직이는대로 현실의 몸도 같이 움직이게 된다.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의 32%가 자신이 다치는 경험을 했고, 64%는 배우자에게 위해를 입혔다는 미국의 연구보고가 있다.

서울 숨수면센터 박동선 원장은 "주로 노년기에 치매, 뇌졸중 등 신경질환의 전단계 증상으로 나타나거나 심한 스트레스 혹은 알코올 중독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례2: 수면중 폭식증후군

직장인 김정연(32·여·가명)씨는 소식(小食)을 하고 잠든 다음 날 아침, 배가 부르고 속이 더부룩한 상태로 잠을 깨기 일쑤다. 잠든 뒤 음식을 먹은 기억이 없는데도 잘 정리돼 있던 냉장고 속 음식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다. 너무 이상한 일이다. 혼자 사는 집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음식을 먹고 갔을리가 만무하기 때문.

수면다원검사 결과, '수면중 폭식증후군'이었다. 검사실 침대 옆에 마련해 둔 도너츠 등을 자다가 일어나서 먹는 모습이 관찰된 것이다.

수면중 폭식은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이 아닌 크림, 버터, 소금, 음식 쓰레기 등을 먹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본인은 다음날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 환자 가운데 3분의 2가 여성이고, 보통 20대부터 시작돼 10∼15년 정도 지속된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수면제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이상 증세로 경고하고 있다. 스트레스도 한 요인.

#사례3: 몽(夢)중 섹스, 섹솜니아

미혼 여성 안미연(25·가명)씨는 직장 퇴근 후 보통 집에서 식사를 한 뒤, 씻고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면 잘때 입었던 옷이 아닌 외출복을 걸치고 있다. 또 화장을 한 상태로 외출했다 돌아온 흔적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성관계 흔적이나 기분도 남아있는 상태. 본인은 분명히 집에서 잠든 것 외에 다른 기억은 없다.

안씨가 병원에 전화상담을 한 결과, 보기드문 수면장애 일종인 '섹솜니아(sexomnia)'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잠든 상태에서 돌아다니며 성관계나 자위행위를 시도하는 증상이다. 자다가 깼을 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혼돈 중 각성'이나 몽유병의 한 형태로 분류된다.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수면병이다. 미국 수면학회에 21명의 환자 사례를 담은 논문이 발표돼 있다. 국내의 경우 아직 학계에 공식 보고된 바는 없으나 전화상담은 간혹 있다. 밝히기 어려운 증상의 특성상 실제 환자가 더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센터 신철 교수는 "대부분의 이상 수면질환은 약물로 치료 가능하다"며 "다만 2개 이상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보다 세밀하고 다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