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자가치료(Self-Medication)’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춰 일반의약품시장의 패러다임은 ‘치료(cure)’가 아닌 ‘건강 관리(care)’로 전환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약국의 현실을 보면 ‘자가치료’의 길은 멀게만 보인다. 이유는 소통의 단절이다. 의약분업 이후 처방약 조제에 바쁜 약사들이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기회가 없어져 소비자들은 약국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문제는 의약분업이라는 환경적 요인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약사들도 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소비자가 찾지 않는 약을 어느 약국에서 들여놓겠는가. 소비자가 찾지 않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소홀히 한 약사의 책임인가.
문제가 어떻든 간에 이제 제약회사는 약국 내에서 제품이 팔릴 수 있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 약국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제품이 팔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일반의약품에 대해 가치(value)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한 제약사들의 경쟁 상대는 경쟁사의 제품이 아닌 ‘소통의 단절’이라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소통의 단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물꼬를 터야 한다. 이것이 일반의약품에 가치를 입히는 첫번째 단추다. 대중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 지명구매를 유도해 매출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일반의약품 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발상을 전환해 잠재적 기회요소를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소비자가 일반의약품을 구매하러 약국으로 오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처방전을 들고 온 소비자를 일반의약품 소비자로 끌어오는 것은 전자에 비해 어렵지 않다.
약국 내에 시선과 동선을 잡아끄는 매대 배치나 진열대가 있으면 처방을 기다리는 동안 관심을 끌게 되며 커뮤니케이션의 단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관심을 갖게 되는 순간 일반의약품은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고 추가매출의 기회는 훨씬 많아질 것이다.
대중광고전략은 철저하게 소비자 가치 중심에서 제고해야 한다. 새로운 소비자, 새로운 사용법, 더 많은 사용을 위해서는 먼저 경증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발길을 약국으로 돌려야 한다. 질환을 치료하는 의약품이라는 한정된 인식에서 벗어나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벼운 질환을 관리하는 식품으로서의 가치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의 축을 치료(cure)가 아닌 관리(care)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자가치료’시대에는 예방약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경증 질환과 달리 예방약은 제품을 알리기 이전에 질환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질환을 알리기 위해서는 제약사와 소비자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핵심 타깃이 많이 모이는 장소(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에서 캠페인을 할 수도 있고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앉아서 소비자가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소비자를 찾아나서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야 할 때다.
일반의약품 활성화는 국민들의 건강 증진과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로 신약 개발 능력이 뒤지는 국내 제약사들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엄청난 재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일반의약품이 해줘야 한다. 이것이 국내 제약 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