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철 서울대학교병원장
인간생명과학이 국가 미래의 새 동력엔진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학교병원 전 교직원은 오늘도 의학분야의 경쟁력확보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그동안 우리나라 의학발전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근간이 되었던 서울대학교병원설치법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서울대학교병원의 전 교직원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으며, 이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서울대학교병원설치법은 1977년 제3공화국 정부가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학교병원에 새 병원을 신축, 경영의 합리화와 병원의 자율성을 보장하여 대한민국 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특수법인 형태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여 탄생한 법이다. 따라서 1991년 제정된 지방 국립대학병원설치법과는 입법취지가 다르다 할 것이다.
지난 해 처음 실시된 보건복지부 의료기관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서울대학교병원은 서울지역에 국한된 지역 병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의학교육, 연구, 진료 기관이다. 병원의 성격에 있어서도 지방 국립대학병원과 달리 입원환자의 50%가 지방에서 의뢰된 중환자들로 구성되었으며 국민이 마지막 희망을 갖고 찾아오는 제 4차 병원의 역할을 수행해 왔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1978년 특수법인 발족이후 병원운영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1985년 국내 처음으로 어린이병원을 건립해 선천성, 난치성 어린이질환 진료의 새 지평을 열었고, 1987년 시립보라매병원을 위탁운영함으로써 도시서민을 위한 공공의료의 새 장을 열었다. 뿐만아니라 노령화 시대를 대비하여 정부의 요청에 따라 2003년 노인병전문 병원인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을 건립했으며, 질병예방의학의 중심센터인 헬스케어시스템강남센터를 개원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지난 해 10월 초대형병원으로서는 세계 처음으로 디지털병원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여21세기형 디지털 의료환경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의학교육적 측면에서 볼 때 국내 유일의 종합의학교육기관으로서 매년 전국 의대 교수요원, 개원의사, 전임의, 전공의, 학생, 보건기사, 간호사, 약사 등 연간 6,700여명의 의료보건종사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대 및 병원에서 배출한 전국 국립, 사립의대 교수는 전체 교수숫자의 약 23.5%에 이르고 있어 명실상부한 최고 의학교육 기관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임상연구에 있어서도 1996년 세계적 수준의 임상의학연구소를 건립하고 국내 최초의 임상시험센터를 설립하여 임상연구의 새 장을 열어가고 있다. 2004년도 국제공인과학기술논문인 SCI 등재 논문은 917편으로 아시아 3위 연구병원으로 국가 경쟁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대학교병원은 현실에 안주하고 않고 의료계 처음으로 비전을 선포하여 의료변화를 선도하고 국가 의료분야 발전에 기여해 왔다. 뿐만아니라 글로벌경쟁시대를 준비해온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6월 1일 ‘세계화전략TFT’를 출범하고 의료시장개방 등 거시적 안목에서 서울대학교병원과 우리나라 의료의 나아갈 길을 설정해 나가고 있다. 그 첫 과제로 황우석 교수, 문신용, 안규리 교수팀을 주축으로 하는 ‘국제줄기세포센터’를 10월 1일 서울대학교병원내에 설립키로 하고, 미국 우위의 종속의학에서 대한민국 우위의 새로운 의학발전과 건강혁명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설치법이 지금까지 우리나라 의학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 왔듯이 앞으로도 국가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의학발전의 중심에 서서 국가 발전을 위해 계속 기여할 수 있도록 서울대학교병원설치법은 반드시 존속되어야 한다.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학계가 하나로 뭉쳐 범 국가적인 인간생명과학 발전 방안을 수립하여 대한민국이 인간생명과학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학교병원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주위의 충고를 겸허하게 수용하면서 지난 날의 역할 수행에 미진한 점은 없었는지 겸손한 자성과 함께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국민보건향상은 물론 세계 의학발전의 중심에 서서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밝히는데 앞장서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