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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허대석 서울의대 의료정책연구실장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공공보건 의료확충 종합대책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공공의료’ 대한 올바른 개념 정립이 없이 계획을 수립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정부가 공공의료시설의 확충을 위하여 4조3천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근간으로 짜여진 계획안을 살펴보면 ‘병상기준 공공의료’의 수치에 근거하여 ‘공공의료’는 공공 의료.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의료만으로 한정하여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 같은 시각에서 ‘공공의료’를 시행한다면 시립병원에서 하는 성형수술은 공공의료이고, 사립대학병원에서 시행되는 급성충수돌기염(맹장염)에 대한 응급수술은 공공의료가 아니라고 확대 해석되어, 의료전달체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모든 공교육이 정부에서 건립한 국공립 교육기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사립 교육기관에서도 ‘공교육’을 받을 수 있듯이, 필수의료도 민간 설립의 의료기관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건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본래의 취지에 더 부합된다.
 
급성병상은 OECD국가의 평균보다 과잉으로 투자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구 1,000명당 한국 5.2병상; OECD평균 3.1 병상), 이 투자의 주체가 민간이기 때문에 공공의료기관 소유의 병상 수를 현재의 18%에서 30%가 될 때까지 4조원 이상의 국가재원을 투자하겠다는 발상은 실제 국민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중복투자 일수 밖에 없다.
 
특히 국가중앙의료원을 추가로 설립하는 등의 계획은 보건의료체계를 개편하는 문제를 software 개념에서 접근하지 않고, hardware를 추가해서 해결하려는 시도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국고만 낭비될 뿐이다.
 
세계화 추세에서 의료의 산업화는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이나, 이에 대비하여 정부가 발표한 공공의료정책은 민간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에 대해 이분법적인 접근을 함으로써, 필수적인 의료행위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선택적인 의료행위는 민간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도록 유도하여, 장기적으로 ‘의료의 이원화’가 우려된다.
 
그 이유는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의료영리법인허용’ 등의 정책은 의료시장 개방 등 정부의 의료산업화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의료영리법인은 수익모델을 전제로 지속적인 자본유치가 가능하므로, 첨단의료를 짧은 시간 내에 수용할 수 있어 한국 내에서 선진 의료 집단을 형성할 수 있는 반면, 장기적인 재원 조달의 전망이 불투명하고 행정적인 경직성을 피할 수 없는 공공의료체계는 하향평준화로 치달을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또 하나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의약분업을 직능 분업이 아닌 약국과 병원으로 이원화(기관 분업)시켜 결국 환자들의 불편을 초래한 것과 비견된다.
 
그뿐 아니라 공공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의료의 질이 민간의료기관보다 낮아질 경우 국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조장함으로써,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킬 위험이 있다. 공공의료기관도 끊임없이 새로운 의료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여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의료제도 전체가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공공의료’는 중요하다. 국민 모두가 필수의료를 제한없이 받을 수 있게,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은 복지국가의 의무이다.  의료개방에 대비하고 국민건강권을 향상시키는 대책이 공공의료 기관과 민간 의료기관을 양분화시키고 공공의료기관의 병상을 늘리는 것일 수는 없다.
 
보건의료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될 수 있도록 공공의료체계를 개편하려면 민간의료기관, 공공의료기관 구별 없이 우리나라 의료자원을 전체로 보고 운영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공공의료’는 ‘필수의료’행위를 쉽고 부담없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의료행위의 장소가 국가가 설립한 공공의료기관인지, 사립의료기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바로 이점을 고려한 공공의료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