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공무이사
2005년의 벽두 멀리 바다건너 이라크는 총선 저지를 위한 테러리스트의 활동으로 긴장감이 팽배해 있다. 이와 유사한 긴장감이 대한민국 부여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진료활동 보조금을 둘러싼 부여군 보건지소장들과 보건소장과의 마찰이 그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들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육군 중위(일반의) 및 대위(전문의)에 해당하는 본봉 70~100여 만원과 진료수당 명목으로 지급되는 진료활동장려금 35~50만원으로 되어 있다. 충남 부여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진료활동 장려금을 35만원 받았으므로 일반의의 경우 월 평균 수령액은 105만원, 전문의의 경우에는 140만원 정도로 받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진료활동장려금을 현실에 맞게 인상하면서 발생하였다. 35만원이던 진료활동장려금을 타 시군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50만원으로 인상하자는 안에 대해서 보건소장은 내원환자수를 주된 기준으로 하여 이를 지소별로 50, 45, 35만원으로 차등지급하겠다고 하였다.
이에대해 그렇다면 차라리 인상을 거부하겠다는 공보의들과 보건소의 입장이 현재 대치 중이다. 공보의들은 보건소장이 이대로 강행할 경우 진료거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표면상으로 볼 때, 인상도 거부한다는 공보의들의 이상한 행동으로 비추어 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무서운 진실이 숨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부여군의 경우에는 충남지역에서도 지소 당 환자수가 상당히 많은 지역이다. 각 지소당 하루 평균 적은 곳은 40명, 많은 곳은 60명에 달한다고 한다. 시골 면단위 이하의 지역임을 감안해 볼 때 보건지소가 웬만한 의원급의 환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인근 논산 등의 타 시도에 비하여 보아도 50%~100% 많은 환자를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여군 보건소장은 환자수를 늘리는 실적에만 열을 올린다고 한다. 보건소장은 월례회에서도 이전 몇 달치 실적표를 보여주면서 환자수가 적어지면 태업을 했다고 다그친다고 한다. 겨울과 봄의 감기환자 증가와 여름의 환자 감소 등은 생각도 않고 말이다.
이번에 보건소장의 진료활동장려금의 차등지급안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환자수를 많이 보는 지소는 열심히 활동한 것으로 간주하여 당근을 지급하고, 환자수가 적은 지소는 열심히 활동하지 않은 것이니 채찍을 준다는 것이다. 그의 머리속에는 더 많은 환자,더 많은 수익이라는 단어만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엄연히 공공의료기관 이다. 공공의료기관은 수익성을 목적으로 해서는 결코 안 되며 또한 이것은 공공의료라는 커다란 틀을 깨는 단순한 실적위주의 행정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오히려 공공의료를 강화한다면, 예방사업 등을 충실히 하여 지역 면역 등을 강화하여 질병 발생을 줄여서 내원 환자를 줄이는 것이 보다 궁극적인 일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당을 더 줄 테니 환자수를 늘리라는 것은 얼마나 한심한 발상인가?
그러나, 이러한 현실이 비단 부여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니 참으로 답답할 따름이다. 올해부터 정부는 보건지소의 65세 이상의 환자에 대하여 본인부담금을 없앤다고 한다. 또한 서울 등지에서 주민건강증진센터 사업을 통해 저가로 진료 및 암환자 관리 등의 보건사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을유년 새해 의료계는 보건소라는 새로운 경쟁자와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