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손모(33)씨는 2년전 출산 뒤 불어난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한의원을 찾았다.
하루에 두 봉지씩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일명 ‘다이어트 한약’ 한달치를 구입했다. 약을 먹기 시작한 지 며칠 뒤부터 속이 쓰려 왔다. 한의원에 물으니 “약을 물에 타 먹으라”고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통증에 약 먹는 횟수를 줄이고서야 속을 달랠 수 있었다.석달 뒤 손씨는 다른 진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급성 간염 진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 우연히 받은 혈액검사에서 간에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 손씨는 한국소비자보호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하고서야 한약값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소보원은 “처방된 한약재 일부가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약임에도 한의원이 사후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해 한의원측에 환불을 권고했다. ◇ ‘다이어트 한약’ 불만 상담 한해 57건… 피해 구제는 1건 다이어트 한약은 몇 년 전부터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단기간에 많은 살을 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다이어트 한약 조제를 전문으로 하는 유명 한의원이 속속 등장했다. 이런 한의원은 한약만 먹으면 한달에 몸무게의 5∼20%를 빼준다고 광고한다. 다이어트 한약의 한달치 가격은 대략 20∼40만원. 하지만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러나 다이어트 한약 부작용에 시달리는 소비자 역시 같은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 어지럼증 변비 빈혈 간염 등이 주요 증상이다. 소보원에 접수된 다이어트 한약 불만 상담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접수된 한약 관련 불만 신고 739건 중 57건이 다이어트 한약 관련 문제였다. ◇ 방문도 없이 OK!… 경과 관찰· 복약 지도 소홀 드러나 한의원에 가면 으례 환자의 맥을 짚어보고 각종 검사를 한 뒤 체질과 상태를 파악하고 약을 처방한다. 복약 방법도 양약보다 훨씬 까다로워 상세히 알려주곤 한다. 그러나 다이어트 한약의 경우 이 같은 조제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많다. 전화 상담만으로 약을 지어주는 것이다.기자는 서울 G한의원에 환자를 가장해 전화를 걸었다. “찾아갈 시간이 없으면 전화로도 다이어트 한약을 지어준다고 들었다”고 하자 한의원측은 “원장 선생님과 전화로 간단한 상담만 하면 곧바로 약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기자가 전화한 다른 한의원들에서도 같은 답변이 나왔다. 또 소보원에 접수된 불만 신고 중에는 손씨 사례처럼 환자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났음에도 복용을 막지 않거나 다른 처방을 내리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경우가 많았다. ◇ 한약도 약! … 체질 진단과 상담은 필수 한약은 흔히 양약과 달리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한양대 연구팀과 소비자시민모임에 의뢰해 전국 성인 3356명을 대상으로 한약 인식 조사를 벌인 결과 64.9%가 “한약은 안전하다”고 했다. “한약은 부작용이 없다”는 응답자도 61.1%나 됐다. 그러나 소보원 의료팀 관계자는 “한약도 약이기 때문에 체질과 건강, 영양 상태를 고려한 처방이 필요하다”며 “다이어트 한약을 지을 경우 한의원을 방문해 전문의와 반드시 상담하고 혹시 이상 증상이 생기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인터넷에 익명으로 게재된 피해 사례 “다이어트 한약을 먹고 있습니다. 키 160cm에 53∼54kg 정도 나가거든요. 그래서 47kg까지 빼달라고 하고 전화 상담으로 한약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한약을 먹으면서 배고프면 밥 먹고 배고프지 않으면 먹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한약을 먹고는 입맛도 없고 별로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밥은 안 먹고 계란 흰자 등만 먹었어요. 근데 머리도 아프고 속도 안 좋고 손도 떨리는 것 같아 밥을 조금씩 먹고 있습니다. 그렇게 2∼3주 가량 먹었는데 빈혈이 너무 심합니다. 앉아 있다가 일어서서 뭘 좀 하려고 하면 앞이 캄캄해지면서 빈혈이 심하네요. 손발도 차가워졌고요. 머리 아프고 속 미식거리는 거는 없어졌는데 빈혈과 손 발 차가운거는 해결이 안 되네요. 그리고 2∼3주 먹었는데 몸무게가 거의 안 빠졌어요. 그래서 운동도 동시에 하려고 하는데 빈혈이 이렇게 심한데 운동을 해도 될지 걱정되네요.”“저는 20대 여성입니다. 약국에서 지은 다이어트 한약을 먹고 지금까지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제가 먹은 한약에 들어간 마황이라는 성분 때문이라고 하네요. 제가 겪는 부작용 증상은 이래요. 어지럽고 현기증이 심해 TV나 책도 보지 못했고요. 음식 냄새 때문에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몸에서 열이 나고 기운이 없어 사람 목소리도 듣기 힘들었습니다. 손발에서 식은땀이 나며 발이 굉장히 차가웠고 불면증이 생겼습니다. 약을 끊었지만 지금도 그런 증세들이 남아있어서 고생하고 있습니다.”“지금 다이어트 한약을 먹고 있는데 어느 날 당 수치를 재보니 높게 나와 놀랐습니다. 소량을 먹고 6시간 지난 후였는데 말이죠. 전 기계가 잠시 고장났을 거라 생각하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어요. 전혀 없던 당뇨가 갑자기 생기기도 하나봐요. 먹고 있는 다이어트 한약이 일주일치 넘게 남았는데…”
메디포뉴스 제휴사-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