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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기획1] 수가협상 굴레, 醫 돌파구는?

소수점 수가인상은 무의미…정부 의지 전제된 틀 개선 필요

지난해 수가협상에서는 공단과 의약계 단체가 수가협상이 실시된 이래 최초로 상호 극적 타결이라는 성과를 이루면서 향후 협상에 있어서도 원만한 합의를 위한 전기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수가협상에서 극적타결이라는 금자탑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원가보상 차원의 본질적인 성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의료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여전히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규제완화, 수가현실화, 초·재진 진찰료 산정기준 개정 등 불합리한 각종 고시 철폐 등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지난 해 합의됐던 유형별(종별) 수가계약을 놓고 벌써부터 공단을 비롯한 가입자대표와 의약계 단체 등 공급자 대표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가입자대표들은 유형별 수가계약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반면, 공급자대표들은 유형별 수가계약이 어렵다는 입장.
 
이에 따라 공단이 내년도 수가협상에서 수가인하를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이번 협상도 순조롭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현행 건강보험체제가 정부, 가입자, 공급자가 모두 만족할 만한 제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며, 특히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와 이를 통한 새로운 수가체계 도입 등이 정부의 의지가 전제된 정책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와 상충되는 건강보험 문제점
 
지금까지 의료계에서 건강보험의 문제점은 누누이 지적돼 왔다.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규정, 시장기능에 맡겨져야 할 분야에 대한 타율적 규제와 강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정부 및 보험자의 권한으로 수행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이보다 ‘상호부조의 원칙을 바탕으로 빈부의 차이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의료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한다’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보장성을 보다 강화하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부분을 급여로 전환해 급여수준을 높이는 것이 향후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현행 건강보험법이 ‘낮은 보험료에 따른 낮은 진료수준’을 유도함에 따라 피보험자의 경우 높은 본인부담금을 부담하게 돼 건강보험의 실효성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건강보험 재정안정화에 대한 방안으로 오히려 의료비의 허위, 부당청구를 찾아내 제재를 가하는 의무감사제도의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 “소수점 인상은 무의미”
 
이처럼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문제점은 가입자, 즉 환자와 재정을 집행하는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의 입장에서 ‘재정효율화’ 및 ‘보장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주로 논의돼 왔다.
 
낮은 보험수가로 인해 의료기관이 많은 비급여를 창출해 냄으로써 의료공급구조 자체가 왜곡되고 있는 현상은 상대적으로 가려져 왔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비급여 진료 확대·전환에 따른 보험진료 의사감소에 대한 우려에 따라 자정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개원가의 이 같은 비급여 진료 확대 경향 자체가 보장성 강화와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정책으로 인한 원가에 못미치는 수가를 반증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특히 의료계는 수가보상을 위해 매년 공단과 의료공급자 단체가 진행하는 수가협상에 매달리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수가협상을 통해 일정 비율 수가가 인상된다 하더라도 소수점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그것도 실리라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물가상승률과 인건비상승률에도 크게 미치지 못해 수가협상이 별 의미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협상에서 수가를 얼마 올리는 것이 큰 성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당장 수가를 얼마 올리겠다는 것은 결국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겠다는 것이며 언발에 오줌누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건정심 구성 등 의료계 반영 미흡
 
그동안 매년 수가협상의 결렬을 거듭하면서 의료계는 건강보험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을 문제삼아 왔다.
 
현재 공급자대표 8명, 정부 및 공익대표 8명, 가입자 대표 8명으로 구성돼 있는 건정심에서는 정부 및 공익대표와 가입자 대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재정안정화를 우선시 한다는 점에서 의료계로서는 1:1:1이 아닌 사실상 1:2의 협상에 임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건정심 탈퇴까지 선언한 바 있으며, 수가결정에 반영하는 자료수집을 위한 연구용역 의뢰나 수가협상 결렬에 따른 건정심 회의는 현실적으로 통과의례로 전락해 버렸다는 지적이다.
 
의료계가 수가협상에 임하지 않고 협상이 결렬됐다 할지라도 건정심이 합의한 일정수준 인상폭으로 수가가 결정되고, 의료기관에서는 고시된 수가에 따라 급여가 지급되기 때문.
 
한편 공급자 단체 내부적으로도, 공단과 협상에 임하는 요양급여협의회장을 호선으로 결정함에 따라 매번 의협회장이 제외된 점도 수가협상의 불합리한 부분으로 작용해 왔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보험재정의 2/3 이상을 의사의 진료에 대한 급여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만큼 의료계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다는 것.
 
이에 따라 지난 6월 요양급여비용협의회는 향후 회장직을 각 단체장들 사이에서 선출하던 기존 방식에서 각 단체별로 한번씩 돌아가며 맡는 윤번제로 전환하고, 2007년에는 최초로 의협회장이 요양급여비용협의회장을 맡게 된다.
 
하지만 수가결정 과정에서 건정심 구성 등 의료계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할 만한 여건을 갖추더라도 제대로 된 협상이 이뤄지기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시 제기되고 있는 당연지정제 폐지
 
현 건강보헙제도에서 채택하고 있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즉, 수가협상시 의약계 대표들이 계약을 원치 않더라도 건정심을 거쳐 고시되는 수가대로 진료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 하에 있고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수가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의료계에서는 계약을 거부할 수 없는 것.
 
따라서 수가계약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로 인해 보험자와 공급자 대표가 동등한 입장에서 체결하는 계약이 아닌 갑과 을의 관계인 셈이다.
 
당연지정된 의료기관은 정당한 이유가 없이는 요양급여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규정에 대해 계약의 자유를 내용으로 하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직업선택이 아니라 직업행사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볼 때 위헌이 아니라는’ 합헌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의료제도와 건강보험제도의 개선이 바람직하고 의료시장개방과 경제특구 등 외국병원설립을 고려할 때 위헌성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가 의료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소송에서 패소하기는 했지만 이는 정치적인 부분에서의 결과일 뿐 법률적으로는 위헌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이는 마치 물건을 살 때 사고싶지 않아도 무조건 사야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무조건 팔아야 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수가계약 자체가 없어지기 전에는 의료계가 지향하는 의료제도를 실현하기 어려운 만큼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는 선상에서 전체 건강보험의 틀을 과감하게 깨는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즉,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를 통해 공급자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보험적용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식이 전제돼야 비로소 건강보험 구성원간 합의점을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선택진료 추가한 3단계 구조안 제시
 
이에 따라 의료계 일각에서는 현재 저소득층이 및 중증환자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의료급여와 건강보험법에 적용받는 건강보험진료로 나눠져 있는 2단계 구조를 의료급여, 건강보험 진료, 선택보험 등 3단계 보험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안이 제시되고 있다.
 
즉, 중증 및 저소득층에 대한 진료는 현행대로 국가가 관리하는 의료급여로 유지하고 당연지정제에 의한 건강보험 진료는 중간단계로서 필수진료에만 적용하되, 선택보험은 의사와 환자 모두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부분을 둬 자연스럽게 요양기관당연지정제를 재논의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필수진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의 직권으로 강제적으로라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별도로 자율적인 부분을 마련해 정부, 의사, 국민이 합의해가면서 서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지가 건강보험 틀 바꾼다
 
건강보험법이 이해집단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협조적인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공급자, 정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주요 이해 당사자별 권리와 이해에 대한 조항을 명확하게 설치하고 이를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건강보험재정을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우면 앞세우는 만큼 건강보험제도를 개선하려는 의지는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상대가치제도를 포함한 현 수가결정과정에 대한 대개편이 없으면 의료계가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제도가 아무리 이상적으로 개선된다 하더라도 정부의 의지가 뒷받침돼야 이해 당사자들간 문제점을 공유·협의하고 현상을 이해하는 과정이 수반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동등한 입장에서의 협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작년 수가계약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합의된 적이 없고 바람직한 계약성사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도 없을 만큼 2001년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라고 지적하고 “단순히 보장성 강화와 재정안정화의 측면만이 아니라 의료시스템을 개선하는 전체적인 틀에서 건강보험을 개편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