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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환자의 비밀, 어디까지 ‘보호’해야 할까?

본인 동의가 중요…공방시 공적기관 통해야 ‘안전’

산부인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K원장은 성폭행을 당했다며 진단서 발급을 원하는 25세 여성 L씨를 환자로 맞았다.
 
L씨는 전날 새벽 술에 취한 틈을 타 유명 연예인 P씨가 자신을 성폭행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진 결과 L씨의 외음부와 처녀막에는 아무런 손상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질 내에도 정충은 남아있지 않았다.
 
L씨는 P씨를 이미 성폭행으로 고소한 상태였으며 P씨 역시 L씨를 무고죄로 맞고소한 상태였다.
 
연예인 P씨는 K 원장에게 억울하다며 진찰 결과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는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최근 발간한 ‘개원의를 위한 의료윤리사례집’을 통해 “진료 결과를 P씨에게 알리는 대신, 공식 요청에 따라 검찰이나 수사기관과 같은 공적 기관에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환자 L씨가 의학적 소견으로 봤을 때 건강하며 별 이상이 없다는 취지인 만큼 의료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으며, 단 L씨가 사전에 비밀유지를 요구했다면 분실된 진료기록이 아니라는 전제아래 비밀누설금지 조항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이번 사례에 대한 ‘윤리적 고찰’을 통해 “L씨는 자신의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비밀로 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 아니며 내진 결과를 비밀로 해줄 것을 요청하고 진료를 받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전제하고 “그렇다면 진료 결과를 말해야 하겠지만 진료내용을 개인적으로 알려줘서는 안되며 서로 고소가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진료내용은 검찰이나 수사기관의 공적인 요청에 의해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진료 결과를 들은 후 L씨가 진료결과를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경우라도 진료 결과의 공개가 의료상의 목적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서로 고소한 상황이라 진료 결과가 중요한 사안”이라며 “진료결과의 공개는 환자의 동의와 무관하게 정당성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또한 윤리위는 고등학생 때 루프스 진단을 받고 L 내과원장에게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온 28세 S양의 사례를 소개했다.
 
S양은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치료로 많이 회복돼 별다른 증상없이 꾸준하게 추적관찰을 받고 있지만 언제 증상이 심해질지 몰라 본인 역시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
 
S양은 결혼예정자인 J씨에게 루프스 환자라는 사실을 털어놨고, J씨는 3대 독자인 만큼 부모가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며느리감을 원하는 상황이었으나 고민끝에 결혼을 밀고 나가기로 결심했다.
 
S양은 L원장에게 자신이 루프스라는 사실을 숨기되 병원에 다닌 이유는 단지 피부병 치료와 약을 먹어 생긴 위궤양 치료 때문이라고 말해 줄 것을 요구했고 J씨의 어머니는 L원장에게 S양의 건강상태에 대해 문의했다.
 
윤리위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L 원장의 입장에서는 설사 S양의 장래 시어머니가 진료내용에 대한 공개를 직접 요청하더라도 S양의 동의없이 이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며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윤리적 원칙 때문에 직접 공개할 수 없음을 설명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루프스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은 진료내용에 대한 공개를 환자가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병원에 다닌 이유가 피부병 치료와 위궤양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명백히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기밀 유지를 위해 사실에 대한 정보를 알리지 않는 것과 거짓말을 하는 것은 구별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법적인 측면에서도 ‘의료인은 의료법 또는 다른 법령에서 특히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의료·조산 또는 간호에 있어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의료법 제19조)’는 규정에 따라 “S양이 사전에 L원장에게 자신이 루프스라는 사실을 숨겨줄 것을 요구했다면 누설을 특별히 금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를 누설한다면 비밀누설금지 조항에 위배된다”고 밝히고 “단 법적으로 병원에 다닌 이유가 피부병 치료와 위궤양 치료 때문이라고 말을 해줄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