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이유로 본래 진료과목을 버리고 피부미용클리닉으로 전환한 경우 법적으로는 정당하지만 의사윤리적 측면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발간한 ‘개원의를 위한 의료윤리사례집’을 통해 개원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50개의 사례들을 선정해 윤리적·법적 측면에서 의사로서 정당한 행위인지 진단했다.
사례집은 환자가 줄고 경영난이 가중돼 주위의 조언대로 600만원을 들여 레이저 시술기를 구입하고 점을 빼고 문신을 지우는 진료를 시작한 후 경영상태가 좋아져 아예 의원 이름을 내과에서 피부미용클리닉으로 바꿔단 J 원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사례집은 “우리나라가 진료과목과 전문과목을 두고 있는 이유는 의사가 이를 자율적으로 판단해 환자를 진료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전제하고 “J 원장이 피부과 진료를 하게 된 동기가 의원의 경영난이라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의사집단 내의 과당경쟁을 조절하고 적정 수준의 진료를 제공해야 하는 전문직 집단의 윤리적 의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윤리지침에서는 의사는 의사로서의 양심과 전문적 판단에 따라 환자를 진료할 수 있어야 하며 누구든지 의사의 정당한 직무 수행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면서도 “의사의 전문직 윤리는 의사집단 내에서의 과다한 경쟁과 전문분야간 갈등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사회 수요에 맞는 적정한 의료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일차적으로 의사집단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사례집은 “J 원장이 자율적 선택으로 충분한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은 뒤 피부과 진료를 하는 것은 환자에게 이득이 되는 한 비윤리적인 행위라 볼 수 없지만, 의사집단과 사회는 순수하지 못한 동기에서 진료과목을 변경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사례집은 소위 기(氣)나 혈류 흐름을 파악하는 장치, 체표면의 전기신호의 강약으로 아픈 부위를 알려주는 장치의 사용에 대해서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사례집은 “대한의사협회 윤리지침은 의사는 의학적으로 인정된 의료행위만을 하도록 요청하고 있다”며 “기의 흐름을 알려주거나 하는 장치는 의학적으로 인정된 의료행위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분명히 했다.
단, 보완대체의학의 관점에서 이 같은 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근본적인 목적이 의사영리 추구여서는 안되며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적응증과 부작용 등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 *환자에게 이 방법의 적용과 관련된 사항을 자세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 시술할 것 *더 효과가 좋거나 동등한 통상적인 검사나 시술이 있으면 그것을 선택할 것 *환자에게 위험하거나 해로울 가능성이 있는 시술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 등을 단서로 달고 있다.
또한 사례집은 법률적 고찰을 통해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으로서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때 1년 이하의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품위 손상 행위 법위에 대해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진료행위’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례에서는 학문적으로 유효성과 안정성이 검증된 바 없는 봉독(Bee Toxin) 주사액의 경우 임상시험계획의 승인을 얻지 않고 영리의 목적으로 일반환자들에게 주사한 행위는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윤리사례집은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각종 법원판례, 문헌조사, 인터넷을 통한 뉴스검색 등을 통해 300개의 대표적인 의료윤리 관련 사례들을 수집한 후 개원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50개를 선정한 다음, 대한개원의협의회, 각과 개원의협의회의 자문을 통해 작성됐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