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익 회장의 소아과 개명보류 요청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소개협이 장 회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천명하면서 사태가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의료계 원로들은 “더 이상 의료계가 양분되는 사태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데 중지를 모으고 있다.
이들 의료계 원로들은 이번 일련의 사태의 발단이 된 소아과 개명문제에 대해서는 인식을 달리 하면서도 의료계 화합차원에서 이해와 양보를 통해 원만히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권오주 대한의사협회 고문은 “소아과의 세계적인 추세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기준만 만들면 되지 굳이 과목명칭까지 바꾸면서까지 의료계 내부에서 논쟁을 하는 것은 공감할 수 없다”고 밝히고 “대외적으로도 밥그릇 싸움 인상으로 비쳐져 보기 좋지 않은 만큼 범의료계 차원에서 서로간에 타협과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근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상황이 계속 진행될 경우 충돌직전까지 가지 않겠느냐”며 “일각에서는 장동익 회장이 거짓말한 것으로 몰아세우지만 의협 수장의 입장에서 5000~6000명에 이르는 내과의사회의 결의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번 사태는 내과의사회가 서명운동 등 반대 입장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시간적 여유를 두고 타협점을 찾으려 했던 조치였을 것”이라며 “퇴진운동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의협을 파탄내기보다 현재는 회원들이 이해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준 대한개원내과의사회 고문은 “의학회와 소아과, 내과측 대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이 자리는 개인들의 모임으로, 과목 명칭변경은 몇 사람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각각 공청회를 개최하거나 회원 및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합동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여론 수렴과정을 거쳤다면 이러한 의료계 내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장동익 회장에 대해서는 “결국 보류할 것이었다면 전임 집행부에서 결정한 문제라고 할 것이 아니라 당시 선거 등의 문제로 중립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고 솔직히 밝히고 도의적 책임을 인정한 후 새로 의견수렴을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며 “같은 의사단체들이 얼굴 붉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영렬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소아과 명칭변경 문제는 내과가 반대할 수 없다”고 분명히 하고 특히 내과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그동안 진료과목에 공공연히 소아과를 명시하며 영역을 침범해 왔던 만큼 목소리를 높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아과개원의협의회를 비롯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장동익 회장의 퇴진 분위기와 관련 최 회장은 “물론 잘못은 엄중히 다루고 고쳐가야겠지만 의료계 대표를 문제삼아 뒤흔들어서는 한도 끝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동익 회장이 보인 일련의 행동이 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퇴진운동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경우 의료계 자체가 큰 손상을 입는다”고 우려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대의원 총회에서 질타하되 대외적으로는 덮고 큰 길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의료계 정황상 “소아과 개명보류와 관련된 장동익 회장의 행보가 정부, 국회 등 대외적으로 의료계의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다 오히려 소아과 개명보류 자체보다도 근원적인 쟁점이 되고 있어, 앞으로의 사태경과가 소개협이 추진하는 퇴진운동의 확산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