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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사가 신뢰받으려면 중윤위 징계 강화해야”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임기영 위원장

의협 중윤위에 보다 큰 징계 권한을 줘 자율규제 기능을 강화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회원자격정지 3년인 징계 수준을 영구제명, 면허정지까지 대폭 높이고고, 이를 통해 의사 직업에 대한 사회와 정부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임기영 위원장은 최근 의협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과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중윤위는 현재 의사 직역에서 자율규제를 실행하는 유일한 기구입니다. 자율규제는 해당 직업이 전문직업, 즉 프로페션인지 아니면 일반직업, 즉 오큐페이션인지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중윤위가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그리고 높은 기준을 갖고 자율규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 되고, 정부를 포함한 제3자단체에 의한 타율규제를 막아낼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중윤위를 통한 직업윤리의 확립은 의사들의 권익, 전문직 자율권을 수호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입니다. 중윤위 위원장으로서 저는 제 임기 중 중윤위가 국민 신뢰 유발 기구이자 자율권 수호 기구로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도 및 규정을 정비하고, 엄정하면서도 신속한 징계 업무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중앙윤리위원회의 심의 절차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최근 심의 경향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과거와 다른 점이 있는지와, 있다면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중윤위의 심의절차는 과거나 지금이나 대부분 직접적인 징계요구, 즉 의협 상임이사회를 통한 징계 요구, 개인에 의한 징계 요구, 혹은 중윤위 자체 인지에 의한 징계로 징계 절차가  시작되고 진행해 왔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문가 평가제가 시행되면서 각 시도 전문가 평가단이 징계 사건을 제보받거나 인지해 조사하고 그 결과를 시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면 시도윤리위원회가 일차 징계를 하고, 그 중에서 행정처분이 필요한 사건이나 당사자가 시도윤리위 징계 결정에 불복할 사건의 재심을 중윤위가 맡아서 진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향후 중윤위는 이처럼 일차 징계가 아닌 시도 윤리위 징계 결정의 재심을 담당하는 기구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친 비밀주의는 위원회 활동의 의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심의일정과 대상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요? 피심의인의 인권을 보호할 장치를 두고 공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캐나다처럼 면허관리기구를 운영하는 나라의 경우, 징계대상자에 대한 청문심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중에게 사전 고지되고, 일반 시민들의 청문심사 참관은 물론이고 언론 방송의 자유로운 취재, 중계까지 허락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윤위의 비밀주의 때문이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인권 침해 등등의 이유로 청문심사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징계 결과 공표까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징계 결과 공표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심의 일정과 대상, 심의결과 등을 공개하는 문제는 명확한 법리적 판단을 구하는 게 먼저일 것 같습니다. 또한 공익을 위한 중윤위의 정당한 징계 업무에 대해서는 국가가 법적으로 보호를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즉 징계대상자가 중윤위의 징계에 대해 소송을 남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차단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강제조사권이 없어서 정확한 심의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인지 궁금합니다.


강제조사권이 없어서 심의에 제한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전문가 평가제를 실시할 때 전문가 평가단이 필요하면 보건소를 대동해 강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부분은 보건소 혹은 관할 관청의 협조가 없으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 평가단에 특사경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과연 정부에서 의사 사회에 그런 권한을 줄 지 회의적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보다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중윤위에게 보다 큰 징계 권한을 주는 것입니다. 현재 회원자격정지 3년이 최대인 중윤위 징계 수준을 영구제명, 제명 등으로 강화하고 더 나아가 실질적인 면허정지권을 준다면 중윤위 징계 절차를 가볍게 보지 못 할 것입니다. 징계대상자에게 실제로 불이익이 가해지는 수준의 징계가 가능해진다면 징계대상자는 청문심의를 포함한 징계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비의료인이 윤리위 위원으로 활동한지 약 9년째입니다. 과거 의사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와 비교해 달라진 점과 개선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현재 4명의 비의료인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계시는데, 그 중 2명은 변호사, 한 명은 보건복지부 차관을 역임하신 공직자, 다른 한 명은 언론인이십니다. 변호사 두 분은 구체적인 법률적 조언을 해 주시고, 변호사 징계 사례 등을 통해 징계 결정에 중요한 레퍼런스를 제공, 징계 결정문 작성 등을 맡고 계십니다.


또한 차관님은 행정 처분에 관한 사항이나 기타 보건복지부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 있을 때 큰 도움을 주시고, 언론계 위원님은 사회적 시각에서 귀중한 의견을 주시는 등 의료인이 놓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주시고 있습니다. 


-최근 중앙윤리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면서 여성 위원과 의학회 추천 의료윤리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성추행·성폭행 문제 등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지적인데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선책이 있나요?


대통령령에 의하면 중윤위 위원은 남녀비율을 고려해 구성하도록 돼 있습니다. 현재 전체 의사 중 여자의사의 수가 약 28% 정도임을 고려하면 중윤위원 11명 중 최소 3~4명은 여성위원이 임명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이번 중윤위 구성은 그런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중윤위 규정을 개정해 여성 비율을 명시하도록 권고했으며 의협 회장님도 이에 동의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의료윤리 전문가를 모시는 방법은 기존처럼 대한의학회의 추천을 받아 집행부 제청 1명, 대의원회 제청 1명 모두 2명의 위원을 임명하는 방법이 있고, 현재 중윤위 규정에 의거해 연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중윤위 규정에는 있으나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했던 연구위원회와 조사위원회 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제 생각인데, 이를 위해서는 중윤위 예산에 해당 예산이 반영돼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으로 중윤위에 회부돼도 심사기간이 매우 길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한 중윤위의 처분 역시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심사기간과 처분에 대한 개선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중윤위 처분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은 중윤위가 솜방망이 결정을 해서가 아니라, 규정에 따른 최고 수위 징계가 자격정지 3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유기해서 중형이 확정된 사람이라도 중윤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는 고작 회원 자격정지 3년입니다.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차라리 징계를 안 하는게 낫지 “중윤위가 징계를 했는데 고작 회원자격정지 3년이라더라”는 식으로 사회에 알려지면 국민들은 당연히 의사 전체를 “제 식구 감싸기” “철밥통”으로 비난할 겁니다. 따라서 저는 빠른 시일 내에 중윤위 규정을 개정해 징계 종류 및 징계 수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사기간이 늘어지는 이유는 중윤위가 법률적으로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징계대상자가 민형사상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 대상자 거의 모두는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중윤위 출석은 물론 조사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으며, 재판 절차가 완전히 종결되기 이전, 즉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 이전에 중윤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면 강하게 반발을 하고 결정에 불복하거나 심지어 소송 운운하기도 합니다.


외국의 경우 징계 담당 기구는 일반 법원 1심으로 인정받고, 그 결정의 권위를 보호받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오직 법원만이 정당한 징계권을 가진 유일한 기구인 것처럼 기능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범죄 의사들이 잇따라 조명되면서 의사면허 취소법에 대한 찬성여론이 커지는 등 중윤위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의협은 의사면허관리원(가칭)을 만들어 대응한다는 차원이나 의사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국민여론은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중윤위원장으로서 해당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나갈 방침인지 궁금합니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흉악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의 면허를 취소시켜야 한다는 주장에는 찬성합니다. 대다수 선량한 의사들은 그런 의사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면 안 됩니다. 그런 사람들을 의사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자율 규제, 자율정화입니다.


다만 면허취소의 주체는 반드시 우리 의사들 자신이어야 합니다. 사회는 선량한 의사들의 자율규제, 자율정화 의지를 믿고 응원해 줘야 하고, 의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비장한 각오로 자율규제를 강력하게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선진국과 같이 의사면허관리원을 설립운영하는 것입니다만, 그 전 단계로서 지금 당장은 중윤위가 자율규제기능을 좀 더 강력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의 칼럼을 두고 최대집 집행부가 중윤위에 제소하면서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중윤위가 지나치게 집행부에 휘둘린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독립성 강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는데, 해당 사안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요?


중윤위는 집행부에 휘둘린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중윤위 제소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도 가능하며 실제로 일반인들의 제소로 징계절차가 시작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김윤 교수의 칼럼 문제는 중윤위에서 한번 다뤄 볼 필요가 있었다고 봅니다.


의사가 동료의사들, 혹은 의료계 전체에 대해 언론매체를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 혹은 왜곡된 내용으로 비난을 하는 것, 예를 들면 동료들을 의도, 즉 의사 도둑놈으로 지칭하는 것, 그것도 특정인이 아닌 대부분의 의사가 리베이트로 도둑질하는 것처럼 칼럼에 기고하는 것을 과연 개인의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묵과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의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사-환자간의 신뢰관계를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볼 것인가는 치열하게 따져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환자의 몸에서 기생충이 나왔다고 기자에게 말하는 것이 비윤리적인 행동인가, 아닌가? 잔인한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 SNS에 환자 몸에 난 상처들을 일일이 세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환자 비밀보호 위반은 아닌지 따져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유력정치인을 싸이코패스 내지 안티소셜이라고 진단하는 정신과 의사를 징계할 것인지, 미국의 골드워터룰을 우리나라에도 적용해도 되는지? 이런 것은 중윤위가 따져보아야 하는 문제이고, 더 바람직하게는 중윤위 산하의 연구위원회에서 의학윤리 전문가들이 모든 사례를 검토하고 치열한 논쟁을 거쳐 의협의 스탠다드, 오피니언, 아노테이션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중윤위는 그동안 최선을 다해서 독립성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 갈 것입니다. 다만 중윤위가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의사 윤리에 관한한 가장 권위있는 의견을 낼 수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의사협회는 독립적인 면허관리기구 설립 및 자율징계권 부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윤위원장으로서 자율징계권 부여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요? 면허관리기구나 자율징계권과 관련해, 중윤위가 준비하고 있는 사항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면허관리기구 설립은 의협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일로서 중윤위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다만 국민과 정부가 면허관리 기구 설립에 동의하고 허락할 수 있으려면 의사 사회가 자율규제 의지와 그 실천 노력을 보여줘야 하고 이를 중윤위가 주도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차적으로는 전문가 평가제에서 합의된 중윤위의 행정처분 요구, 즉 일년 이내의 면허정지 요구를 약속대로 보건복지부가 100% 수용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중윤위의 규정 개정, 조직 강화 등을 통해 자율규제를 위한 노력을 쉼없이 해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가 즐겨 인용하는 말 중에 일본의 유학자 하야시 줏사이의 말이 있습니다. “작은 선은 큰 악과 같고, 큰 선은 비정함을 닮았다”는 말인데, 우리 의사 사회가 비윤리적 행동을 한 회원들을 단지 동료라는 이유로 감싸준다면 그것은 큰 악을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의권수호, 즉 전문가적 자율권이라는 큰 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비정한 결심을 해야만 하는데 그것이 바로 중윤위라고 생각합니다. 회원여러분들이 앞으로도 계속 중윤위를 신뢰하고 응원하고 보호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