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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⑥] 위드 코로나 시대와 함께 발전하는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로운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 / 영상의학과 전문의

최근 몇 년 동안 의료분야, 특히 영상의학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인공지능이 현재의 의료인력을 바로 대신할 것 같이 여겨졌던 2016년에는, 딥러닝의 창시자로 알려진 제프리 힌튼(Geoffrey E. Hinton) 토론토대 교수가 수년 내로 딥러닝이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능가할 것으로 보고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양성하는 것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고 말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우려 때문인지 2010년대 중반 무렵에는 저희 영상의학과를 지원하는 전공의의 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해,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일기도 했으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고, 현재 영상의학과 의사에 대한 니즈는 영상장비의 발전과 CT, MRI 검사의 급여 확대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기술의 발전과 영상검사 급여 확대 등으로 의료 영상 검사는 이전과 비교해 폭증한 상황 속에서, 다량의 검사를 판독해야 하는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번아웃에 빠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의료 현장에 도입된 여러가지 인공지능 의료기기는 진단의 보조자 및 의사의 도우미로서 판독 효율을 증가시키고 영상의학과 의사의 업무 강도를 감소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례를 보여드리자면, 일반적으로 영상의학과 의사가 판독문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직접 타이핑하거나, 전사자(속기사)가 갖추어진 대형 병원 등에서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녹음한 음성을 전사자가 입력하여 판독문으로 바꾸어 내는 형태의 업무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제가 근무중인 병원에서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의료 인공지능 음성인식 솔루션인 뷰노의 ‘DeepASR’을 이용하면 전사자가 없이도 제 음성을 인공지능 엔진이 판단하여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에 바로 문장으로 옮겨주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판독문 작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이 실제 임상 현장에 도입되기까지는 의료기관과 사용자의 정확한 니즈 파악과 시장 조사, 다양한 의료 영상을 학습 가능한 형태로의 데이터로 변환,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 개발, 임상적 검증, 식약처 인허가 획득 등 최종적인 산물이 도출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다른 분야에 비해 훨씬 어려운 편이다. 

이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함께 수반되기 때문에, 영상의학 분야에서의 의료 인공지능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일부 시각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가 우려로 바뀌는 과정도 잠시, 이제 인공지능은 연구실에서 벗어나 영상의학 분야에서 실제 의료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시작점에 있다.

국내에서는 2018년 5월 최초로 식약처 인허가 획득 사례(뷰노메드 본에이지)가 나온 이후 인공지능 의료기기 인허가 사례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2019년 12월 말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혁신적 의료기술의 요양 급여 여부 평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가이드 라인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인공지능 의료기기의 성능을 입증하는 데에 있어서 높은 수준의 peer-review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함과 더불어 기존 검사에 비해 명확한 경제성이 있거나, 또는 진단 수준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의 뛰어난 진단능의 향상이 있어야 별도의 요양 급여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산업계의 아쉬운 목소리와 지적이 있기도 하지만, 공식적인 급여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료 개발에 참여한 일부 대형병원만이 아니라 중소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의료기관에 인공지능 의료기기 도입이 본격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시작점이 될 수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병원에 도입된 의료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들은 서두에서 제가 언급 드린 판독문 작성처럼 의료진 입장에서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업무의 효율을 높여주거나, 흉부 X-ray처럼 짧은 시간에 다량의 판독을 해야 하는 경우 진단 정확도를 높여 줌으로써 의료진과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처음에 큰 걱정으로 다가왔던 의료 인공지능이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업무 효율 향상으로 인력 부족 문제나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한 의료진 번아웃 등 의료계에서 항상 제기돼 왔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고 이는 의료 현장에서 증명되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의료진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았을 때 진단 정확도의 향상 폭이 더욱 크기 때문에, 어려운 사례에 대한 오진율을 줄이고 전반적인 의료의 질 향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료 인공지능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형태로 의료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은 영상의학분야 뿐만 아니라, 안저질환 진단이나 피부암 진단 등에서도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고 있고, Nature 등 저명한 의학학술저널에도 지속적으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의료 인공지능이 인허가를 획득하고, 나아가 수가 인정 등으로 의료 현장에 좀더 원활하게 도입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일선 의료 현장에서 해당과 전문의들의 진료 효율 증대와 임상적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과 전문의나 피부과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에서 의료 공백을 메꾸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더 나아가 의료 인공지능 연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병리과, 심장내과, 소화기내과, 치과 영역 등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여러 관련 국내기업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기술 개발과 더불어 제품화를 향해 한발씩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의료산업은 일반적인 산업이 아니며 사람의 생명이 걸린 중요하면서도 사고의 위험성이 큰 분야로, 최종적인 결정은 인공지능이 아닌 의료진의 몫이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모든 의학적 검사가 그렇듯 인공지능 진단 소프트웨어도 어느 정도의 위양성과 위음성이 있기 때문에, 의료진이 인공지능과 각 제품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저도 본원에 도입된 여러가지 인공지능 솔루션을 활용함에 있어서 해당 솔루션이 없을 때에 비해 좀더 빠른 진단적 조언과 도움을 얻고 있지만 최종적인 판단은 저 자신의 전문성에 근거한 판단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아직 의료 인공지능은 100%의 정확도를 보이거나 모든 문제를 만능으로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우리가 명확히 인지해야 할 사실이다. 하지만 의료 인공지능 기기는 진단 정확도와 진료 업무의 효율을 높임으로써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빠른 진단을 통한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 보조적 도구로서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환자들에게도 의료 인공지능은 의사를 대체하는 만능 도구가 아닌 전문 의료인의 신속한 진단을 보조하는 보조자라는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실제 여러 연구 문헌을 살펴보아도, 의료진 혹은 의료 인공지능이 단독으로 진단한 결과보다 의료진이 인공지능을 사용해 진단 업무를 수행하였을 때 정확도가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가 대부분이다. 이는 직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의료 인공지능 자체가 의료진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의료진이 더욱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실제 임상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의 적극적 활용과 경험과 실제 사용례에 근거한 지속적인 feedback만이 인공지능 의료기기의 꾸준한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영역이기에, 인공지능 의료기기를 단순히 상업화하겠다는 목적에 집중하기 보다는 사용자인 의사들과 이를 연구하고 제품화하는 기업간의 유기적인 소통과 연구 개발에 대한 노력을 통해 완성도 높고 의료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함으로써 환자에게 정확하고 빠른 진단과 더불어 좀더 나은 예후를 제공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면 의사와 환자, 그리고 기업에게 모두 가장 바람직한 형태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인공지능 기술력은 가히 세계 상위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개최되고 있는 세계 영상의학분야 최대 학술대회이자 전시회인 북미방사선의학회(RSNA)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연구발표와 전시가 이어지고 있고 대다수는 큰 호평을 받고 있으며, 이는 해외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식약처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의료기기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세계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점차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한 발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하도록 의료산업계의 실상을 반영한 규제 완화와 제도 및 산업적 환경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현재 수가 인정이 되고 있는 의료 인공지능 의료기기는 없는 상태이지만, 진단적 근거가 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고 의료 현장에서 효용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건강보험 수가 인정을 긍정적으로 고려함으로서 인공지능 의료기기가 의료 현장에 좀더 원활히 도입되고,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에게는 기존에 비해 좀더 나은 경제적 이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된다.

※ 본 기고는 메디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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