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취약계층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과 의료비로 인한 빈곤화 경험률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지불 능력이 낮은 계층의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가구 의료비 부담 변화와 시사점(김수진)’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은 지출의 10%를 기준선으로 이용한 경우 증가했고, 지불 능력의 40%를 이용한 경우 미미하지만 감소했으며, 의료비로 인한 빈곤화 경험률 또한 소폭이지만 증가했다.
특히 소득 1분위와 노인 가구에서 2017년 대비 2019년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 및 의료비로 인한 빈곤화 경험률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의료비가 지출의 25%를 넘는 가구의 비율은 소득 1분위와 소득 2분위에서 증가했고, 지불 능력의 40%를 넘는 가구의 비율은 소득 1분위에서만 증가했다.
노인 가구에서 의료비가 지출의 10%를 넘는 비율은 39.2%→28.5%→56.0%로 크게 증가했고, 지출의 25%와 지불 능력의 40%를 이용한 경우 재난적 의료비 경험 가구는 각각 14.6%→13.8%→17.6%, 9.2%→9.2%→10.4%로 2019년에 증가했다.
또한 의료비 지출 후 소비 지출이 중위값의 40% 아래인 가구의 비율은 소득 1분위에서만 2017년 10.1%에서 2019년 14.9%로 증가했고, 그 외 계층에서는 변화가 없거나 감소했다.
노인 가구에서 의료비 지출 후 소비 지출이 중위값의 40% 아래로 떨어진 가구의 비율은 2017년 8.8%, 2018년 9.2%, 2019년 12.0%로 증가했고, 중위값의 50% 아래로 떨어진 가구의 비율은 2017년 11.7%, 2018년 12.6%, 2019년 16.8%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김수진 부연구위원은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 등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접근성 개선의 영향일 수 있으나 의료서비스 이용이 취약집단에서 과도한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보장성 강화에 따라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저소득층과 노인 가구에서 많이 감소했다.
소득 1분위의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2016년 5.5%에서 2018년 3.7%로,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같은 기간 5.3%에서 3.3% 수준으로 각각 감소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보장성 강화 대책이 가구의 의료비 부담완화, 의료서비스 접근성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향후 지불 능력이 낮은 계층의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비록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본인부담상한제의 상한선이 저소득층에 대해 연소득의 10% 수준으로 낮춰졌지만 당해 연도 의료비에 대한 환급 금액은 다음 연도 하반기경에 결정 및 지급되므로 지불 능력이 취약한 가구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보완적으로 건강보험 차상위계층에 대한 본인부담 경감 확대 등을 통해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성 개선 및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중증질환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이 2018년 전체 질환으로 확대됐는데 그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원 자격에 대한 의료비 기준 완화 및 소득 수준에 따른 차등적 지원 방식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의료비로 인한 빈곤화 경험률이 상당히 높고 특히 저소득층에서 그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는 정책만으로 취약계층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에는 불충분함을 의미한다”며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는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 중 하나로 질병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을 때 소득을 지원하는 상병수당 도입을 발표했는데, 실제로 지원이 필요한 계층이 제외되지 않도록 면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