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3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가 의결한 새로운 정신치료 수가체계는 정신치료 등급을 기존 3등급에서 5등급으로 세분화하고, 기본 수가를 인상함과 동시에 인지행동치료의 급여화 및 환자본인부담 감소 등 소비자 부담을 줄임으로써 치료접근성을 향상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에 2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하 학회)가 본 정신치료 수가체계 개정사항과 관련해 지지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학회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이루어지는 정신치료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삶의 어려움을 다루는 과정이다. 그런데도 '정신과에 가면 환자로만 본다', '상담은 안 하고 약만 준다'라는 세간의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라면서, 병원에 온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이 문제가 과연 약물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가 아닌가를 감별하는 것이며, 이는 정신건강의학과뿐만 아니라 모든 진료과에서 행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약물학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은 매우 전문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며, 골든타임은 재난에만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학회는 "신체질환에 대한 조기치료가 예후를 결정하듯 정신질환 역시 마찬가지다. 생물학적 치료가 꼭 필요한 사람을 붙잡고 하염없이 이야기만 하는 것은 매우 윤리적이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정신과적 치료에 약물치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학회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치료를 우선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 그런 것이지 약물치료 지상주의 때문은 아니다. 약물치료에 보완적으로 정신치료를 적용하여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약물치료 없이 단독으로 행해지는 정신치료 역사는 오래됐고 그 효과성도 이미 밝혀져 있다."라고 주장했다.
의료전달체계와 진료비 보상체계가 최선의 치료환경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했다.
학회는 "질환의 중증도에 따른 의료전달체계가 합리적으로 구축돼 있지 않다면 많은 환자가 몰리는 대학병원에서 충분한 진료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 의료도 산업인지라 정신과 병의원 역시 많은 환자를 봐야만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서비스 제공자인 의사와 소비자인 환자는 그 누구도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정신치료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제시한 보건복지부의 정책개선안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정책 결정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했다.
끝으로 학회는 "우울, 불안, 스트레스, 트라우마, 조현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신적 문제에 대한 정신치료, 삶과 인생의 의미를 명료하게 하기 위한 정신치료 등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과 이야기할 것들은 매우 많다."라면서, 이번 개선안을 합리적 개선을 위한 첫걸음으로 여기며 환영한다고 했다.
학회는 한국사회의 높은 자살률의 한 가지 원인이 낮은 치료율이라면서, 국민 누구나 적은 부담으로 질 높은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