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 유태전 회장이 협회경비 2억2376만원을 유용했다는 의혹 속에 개최된 임시 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됨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진위여부가 공식적으로 가려지지 않은 채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 오후 1시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철저한 비공식 행사로 개최된 임시총회가 전체 531명의 중 185명의 위임장을 포함 253명이 참석해 13명의 정족수 미달로 유회됐다.
이에 따라 이날 논의하기로 했던 ‘감사보선에 관한 건’이 무위로 돌아감으로써 지난 하권익병·김징균 감사 사임이후 병협 감사 자리는 공석으로 남게 됐으며, 유 회장의 공금 유용혐의에 대한 규명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로써 감사보선 문제는 이미 상임위원회에서 구성돼 있는 특별조직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총회에 참석한 강동가톨릭병원 장종호 이사장은 임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 회장의 횡령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마당에 복지부에서 가만히 있겠느냐”며 “(횡령) 사실을 유 회장이 인정하지 않으면 검찰까지 가는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밝혔다.
장 이사장은 “감사 사임건과 관련 백낙환 회장 등 7명의 전병협회장단은 회원들에게 보낸 긴급회람을 통해 이번 총회에서 진실이 규명되도록 요청했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와 관련 유 회장은 공문을 통해 괴문서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유 회장은 “최근 협회 집행부와 회원병원간의 의혹과 갈등을 조장하는 그 출처마저 알 수 없는 괴문서가 돌아다니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런 괴문서는 병원계의 분열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협회와 현 집행부에 대한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게 되고 병원계 발전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장 이사장은 “상근부회장들이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상임이사회에서 사임의사를 밝히고 이번 임총 결과에 따르기로 했는데 성원부족으로 무산됐다”며 “이제는 임총에서 재신임 해줬으니 사임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병협 김철수 부회장은 “공식적인 위임장 외에도 자체서식이 아닌 위임장이 있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며 “이 위임장이 받아들여졌다면 총회가 성립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관례상 받아들여졌던 것인데 이제와서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유태전 회장은 임시총회 직전 하권익 전 감사를 독대한 자리에서 감사를 임기까지 연임해 줄 것을 부탁했다.
유 회장은 “임기도 몇 달 남지 않은 지금 전 회장단이 원하는 것은 하 감사의 연임”이라며 “전 회장들이 원하는 만큼 감사 계속 하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하권익 전 감사는 “후임 감사는 총회에서 정하는 사안인데 총회 문건에서 이미 누구로 정한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이에 유 회장은 “시간단축을 위해 쉽게 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해 이번 총회가 형식적인 제스쳐가 아니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총회의 무산으로 전 감사의 복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공금유용에 대한 문제의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유 회장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
200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