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수술 포괄수가제 보상체계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제기됐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9월 5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2024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필수의료 최전선 대장항문외과 방어 전략' 이라는 슬로건 하에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진행하는 <2024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의 일환으로 필수의료에서 대장항문외과의 역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대장항문외과가 지속 가능하도록 방어하기 위한 전략들에 대해 모색했다.
이날 조성우 차의과대학교 강남차병원 소화기센터 교수는 다양한 중증도와 합병증 발생 등에 따라 수술 후 보상체계 또한 차별화돼야 한다면서 급성충수염의 다양한 중증도에 따른 원가비용과 의료기관 수입을 비교해 적정수가를 제안했다.
우선 단순충수염의 경우, ▲병원에서 투입한 약제 재료비 행위료를 포함한 원가에 비해 포괄수가제(DRG) 체계에서 127만원 적자였고, 신포괄수가제 체계에서는 80만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종합병원도 포괄수가제(DRG)체계에서 98만원의 적자였고, 신포괄수가제 체계에서도 20만원의 적자가 나고 있었다.
응급/야간 수술 시 수술과 마취 수가에서 1.2배 가산이 있지만, 수술에 참여하는 인력에게 주간 인건비의 1.5배를 지급해야 하므로 가산금과 지출금 증감을 반영해 계산해보면 병원과 종합병원 모두 비응급 수술과 비슷한 정도로 적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천공충수염(복강경 수술)의 경우, ▲병원급은 포괄수가제에서 43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고, 신포괄수가제에서는 49만원의 적자였으며, ▲종합병원은 포괄수가제에서 9만7000원의 적자를 보고 있었고, 신포괄수가제에서는 13만원의 적자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급/야간 수술 시 병원급은 포괄수가제에서 49만원의 적자였고, 신포괄수가제에서는 55만원의 적자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종합병원은 포괄수가제에서 13만원의 적자로 분석됐다.
충수주위농양이 발생한 경우, 병원급은 포괄수가제 체계에서 38만원 적자였고, 신포괄수가제 체계에서는 60만원 적자였으며, 응급/야간 수술 시 포괄수가제 체계에서 51만원의 적자가 났고, 신포괄수가제 체계에서는 74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종합병원도 응급/야간 수술 시 포괄수가제 체계에서 4만5000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조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간접비에 포함된 청소/전산/유지보수팀의 인건비를 비롯해 ▲대지비 ▲건물사용비 ▲수도세 ▲전기세 ▲폐기물처리비 등은 반영하지 못하고, 복강경수가 중 복강경 장비를 10만회 사용하는 것으로 계산해 투입원가를 최소화 했음에도 드러난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이어 이 결과는 2016년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에서 종별 원가보전율 상급종합병원 84.2%과 의원급 62.2%, 최근 김윤 의원이 제공한 과별 원가보전율이 외과 84.4%와 산부인과 61%이 사실과 다르지 않음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사회가 노령화 되어 감에 따라, 노인 충수염과 기저질환을 갖는 충수염 수술이 많아지고 있는데, 포괄수가제는 치료 비용의 추가 투입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건비 반영 주기 단축을 비롯해 장비비 현실화와 재료비를 수시로 조사해 반영하는 등의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며,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학회 위원회가 주기적으로 행위 재평가 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동현 일차의료기획위원회 위원장(한사랑병원 병원장)은 대장항문외과 개원가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젊은 의사들이 대장항문외과를 지원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성 항문질환에 대한 적정보상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 포괄수가제는 행위에 대한 정당한 보상 없이 비용통제의 수단으로 왜곡된 측면이 있는데, 이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가 개업해 시행하는 수술의 대부분이 포괄수가제에 의해 통제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최근 대장항문외과 지원이 급감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최 위원장은 포괄수가제가 수술 난이도나 전문경력에 대한 고려도 없고, 위험도 반영도 미미하며, 기술발전과 숙련도에 따른 수술시간단축이 수술행위 총업무량 감소로 파악돼 점수가 오히려 하락하는 모순이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의 급격한 인건비·물가·금융비용 상승과 같이 의료행위 원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실질 비용’에 대한 현실적인 반영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필수의료의 핵심인 외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도개선 뿐만 아니라 확실한 수가인상이 반드시 동반돼야 심폐소생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며, 수가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첫째로 총점 고정 상대가치체계에서는 변화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상대가치의 순증이 필요하며, 업무효율화에 의한 비용감소분을 수가에 반영해야 하고, ▲인건비 ▲감가삼각비 ▲금융비용 ▲물가상승에 대한 상시적인 반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둘째로 포괄수가제(DRG)를 개선해 ▲병원보상 체계는 포괄수가로 ▲의사행위는 행위별수가로 별도 보상하는 방안이 필요하며, 현재 7개 질환군 포괄수가제도 신포괄수가제처럼 형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셋째로 수술 수가도 우리나라와 구매력지수가 비슷한 일본 수준 정도로 인상이 필요하며, 수가 내에 포함돼 있는 진료비용의 현실적 인상과 위험도에 대한 보상수준 확대도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넷째로 재료비의 경우, 병원 입장에서는 매출로 잡혀 매출에 대한 세금을 추가로 납부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세금을 고려해 110%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다빈도 비급여 재료나 응급수술(합병증에 따른 불가피한 수술)에 대해 별도 보상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섯째로 외과의사라면 수술 전후 수술 설명 및 동의서 작성과 수술 후 주의사항 등에 대해 환자 및 보호자에게 시간을 들여 설명하는 경우에 대한 가치부여가 필요한 바, ‘수술 전 의학관리료’ 및 ‘수술 후 의학관리료’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외에도 외과전문의 가산 ‘30% → 100%’ 증액과 지역가산 신설을 통한 필수·지역의료 살리기 노력이 필요하며, 표준화된 원가 계산 툴을 마련해 전문가 단체와 상시적인 협의와 적극적인 반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고난도 수술의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수가 책정을 꼬집었다.
현재 수가 체계는 수술의 난이도나 수술 후 합병증 관리의 필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비교적 단순한 수술과 유사한 수준의 수가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의료진은 고도의 기술과 자원이 요구되는 수술을 수행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해, 의료기관의 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교수는 수술의 난이도에 비해 낮은 수가가 책정되면, 의료진은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수술의 성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고난도 대장암 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은 충분히 준비된 환경에서 수술을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난도 수술의 특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반영한 수가 책정이 필요하다면서 ▲수술의 난이도 ▲수술 후 관리의 필요성 ▲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고려한 차별화된 수가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의료진이 최상의 조건에서 수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박 교수는 고난도 수술을 위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의료진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기관 간의 협력은 필수적이며, 수가 개편 과정에서 의료진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연세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복강경 수술 수가의 경우 복강경치료재료수가의 인상과 복강경수술수가의 신설로 최근 소폭의 인상을 보였으나, 아직도 원가대비 턱없이 낮은 수가를 보이고 있어 복강경 수술수가의 현실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1인당 GDP가 비슷한 일본의 1/4 정도의 수가로 책정돼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외과의 저수가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정부가 주장하는 ‘필수의료 살리기’는 허공에 떠도는 메아이로 남을 것이며, 결국 필수의료 붕괴로 인해 재앙적 파국을 맞게 될 것이므로 이에 대해 최대한 빠르고 적극적인 해결이 요구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