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취약지역과 휴일·야간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 범위 확대하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이내 도달 불가능 또는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이내 도달 불가능한 인구의 지역 내 분율가 30% 이상인 시·군·구(98개) 및 휴일‧야간 시간대에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 기준을 현행 18세 미만 소아에서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의약계는 한뜻으로 반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이번 방안은 비대면진료와 관련해 기본적인 대원칙들을 무시하는 방안이자 환자의 건강권 보호가 아닌 편의성만을 유일한 근거로 삼은 책임과 의무를 등한시한 결과물 그 자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응급환자는 대면진료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 하고, 응급의료 접근성 개선은 비대면진료가 아니라 응급의료 환경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비대면진료가 이뤄져도 환자들이 즉각 약을 수령할 수 없는 환경이 유지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비대면 진료는 의료적 측면만 따진다면 우리나라 실정에서 필요성보다는 특수한 일부 상황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근절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진료가 단순한 병력 청취와 그에 따른 처방만이 전부가 아니라 환자와 의사가 같이 있는 공간의 공기까지 모든 것들이 진료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으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환자와 의사가 같이 있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시진, 청진, 촉진 등을 온전하게 대신할 수 없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대개협은 비대면 진료를 받고 사망한 경우가 2021년 10월부터 2022년 3월까지 7개월 동안 아이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보도된 경우만 10여건에 달하며,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생각하면 비대면진료에 따른 국민 건강의 위해는 치명적임에도 불구하고 비대면진료가 위해가 전혀 없다고 호도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또한 과당경쟁을 벌이던 일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전문의약품 오남용 관련 정부의 의료법·약사법 위반 경고 및 시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변화 없이 영업을 지속하는 등, 환자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진 바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굳이 국민 편의를 위하겠다고 한다면 선택 분업 제도를 도입하거나 지금이라도 의사들에게 약물의 조제 권한을 되돌려 주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근본적인 보완대책 수립이나 전문학회와의 협의 없이 소아에서 비대면 진료의 추가 확대를 결정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휴일과 야간의 진료 보완이라는 명목으로 대면 진료 기록이 없는 초진 소아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와 처방까지 허용한 것은 급성기의 간단한 증상이라 할지라도 위험성이 과소 평가되면 안 되는 어린 영아 및 소아청소년 진료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청과학회는 어린 소아환자는 적절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문진만으로는 치명적인 위험 신호들을 놓칠 수 있으며, 소아 급성기 질환은 적시에 치료되지 않으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비대면 진료 시 오진이나 진료 지연으로 인한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소청과학회는 비대면진료 확대가 오는 15일부터 즉각 시행되는 것에 대해서도 현재 준비가 되지 못한 의료현장에서의 혼선이 불가피하다면서 정부가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진행하고 있는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 확대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근본적인 보완을 촉구했다.
실제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 및 해결 방안 또한 제시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을 서두르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소청과학회는 비대면 진료의 법적·제도적 정비를 완결한 후 적절한 대상 환자에 한해서 안전하게 제한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세심한 검토와 전문가의 의견 수렴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고, 1차 의료기관의 야간·휴일 대면진료 확대를 추진해야 함을 제언했다.
대한약사회도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과 관련된 의견수렴을 도대체 어디서 했는지, 누구의 의도나 생각이 대다수 보건의료전문가들 보다 우선이 됐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에 참여한 많은 전문가가 반대했음에도 정부는 귀와 눈을 감고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에 대해 지적하며, “이는 시범사업 초기부터 문제가 제기됐던 대로 자문단이 아무런 권한도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약사회는 정부를 향해 비대면진료 허용 확대안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과 보건의료인들에게 사과할 것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회의록을 모두 공개하고, 의견수렴의 내용이 정부의 허용 확대안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명백히 밝힐 것을 촉구했다.
지금까지 의료계에서 지적하고 있는 사안들은 간단하다.
비대면진료를 통해 가능한 진단은 문진을 비롯해 시진과 청진 밖에 없는데, 시진은 정보통신기기의 화질 문제가 있으며, 청진 또한 스피커 및 음성 녹취 등의 한계를 생각한다면 사실상 제대로 진단이 가능한 진단은 문진 밖에 없는데, 문진 만으로 제대로 된 진단이 이뤄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물론, 응급의료취약지 등에서는 그나마 가능한 방편이 비대면진료 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과연 비대면진료로 충분히 진료를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비대면진료를 받은 환자나 보호자가 과연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다가 상태가 악화되거나 의료사고가 일어난다면 과연 누구에게 응징의 화살이 돌아갈까? 이번에도 다시 의사에게 화살을 돌린다면 또다시 응급의료와 필수의료 등에서 의사들이 탈출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국민의 편의도 편의이지만, 국민의 안전도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던 ‘비대면진료’가 어느 순간부터 어째서 점차 ‘환자’ 및 국민의 안전이 점점 뒤로 밀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까?
지금이라도 우리에게는 더 이상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비대면진료에 대해 ‘소통’하면서 고민해야만 하는 시기는 아닐지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