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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물거품’된 의약품 대금지연 개선약속

도협과 구성한 TF에서도 구체적 논의조차 안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이 제약사에 지급해야 할 의약품 대금을 최대 2년까지 미루는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극에 달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병원경영자들의 대표단체인 병원협회가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는 지난 몇 달간, 수 차례나 의약품대금 지급지연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혀왔다. 제약계와 TF팀을 구성·운영하고 있다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써온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문제 개선을 위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인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제세 의원(보건복지위원장)은 최근 약국이나 의료기관이 의약품 대금을 늦게 지급했을 경우 연 40% 이내의 이자를 물고 이자를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와 개설허가 취소, 더 나아가 의료기관 폐쇄까지 가능하도록 한 약사법 및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발의하고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에 병협은 의약품 대금지급을 미루는 병원은 일부 병원 뿐이고 제약계와 문제 개선을 위한 자율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반발했다. 의약품 대금 조기지급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제약계와 함께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법률개정안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6일, 의약품도매협회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양 단체가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있는 마당에 오제세 의원이 현실을 무시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며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병원협회는 제약계와 문제개선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병협이 수 차례나 조기지급 의지를 밝혀온 것과 달리 실제로는 병협이 도협과 문제개선을 위해 구성했다는 테스크포스도 유명무실할 뿐 이를 통해 구체적 논의조차 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먼저 한국의약품도매협회(이하 도협)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각 병원들의 의약품 대금지급 현황을 살펴본 결과, 아무런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지금도 서울대병원의 경우 3개월, 삼성병원의 경우 6개월 등 많은 병원들이 의약품대금을 제 때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병원으로 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져 최대 2년까지 대금지급을 미루고 있는 병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협 관계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명대형병원들도 이런 상황인데 다른 병원들 사정은 어떻겠냐며 “1개월 정도만 대금지급이 밀려있는 일부 국공립병원을 제외하고는 지급지연은 어디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특히 “병협과 도협이 간담회를 가진 지난 2월 초 이후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병협은 가진 지난 2월 6일 가진 간담회에서도 양 단체가 문제해결을 위해 협의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문제해결을 위해 구체적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도협 관계자는 “지난 2월 6일 간담회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저 회장님이 가서 인사치레 정도 하는 성격이었을 뿐 병협이 의약품대금지급에 대해 논의를 시도하려 한 적은 없다”고 밝혀 양 단체가 자율 노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병원협회의 말을 무색하게 했다.

또 그동안 병협이 도협과 협의해 구성·운영해왔다고 밝힌 테스크포스팀에 대해서도 “인원만 구성했을 뿐 구체적으로 문제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해 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병협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금을 늦게 지급하는 병원은 부도 직전 병원이나 경영 상태가 어려운 일부병원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말을 기자가 도협 관계자에게 전하자 그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아직까지 유명대형병원에서조차 의약품 대금지급을 수 개월이나 미루고 있고 병원계에서 그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은 마당에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병협이 최근 의약품 조기대금 지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2월 19일 도협 정기총회에서 “병원에서 약품대금으로 이자 놀이한다는 기사도 봤다”며 “병원들은 보험수가가 낮아 병원수익을 내기 어려워 지급을 못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보험수가를 올려 국민에게 부담을 주기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제약도매상들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위로하며 “공정거래 기준에 따르면 물건을 납품했으면 3개월 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병원계는 의료공급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의약품대금지급을 지연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병원협회도 병원들이 지급을 미루는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수 차례 밝혀왔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양상을 지켜보면 문제해결을 위해 제대로 된 조율조차 하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겉으로만 협조하는 척했다는 비판을 병협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