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37대 회장 선거 후보로 나선 6명의 후보자들이 차기정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야권의 무상의료와 현재 정부가 추진할 계획인 총액계약제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이구동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차기 집행부의 대정부 방향에 대해 나현 후보만 실리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나머지 5명의 후보는 명분을 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혀, 현 경만호 집행부의 실리주의 정책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데일리메디·메디칼타임즈·청년의사 의료계 언론매체 3사는 14일 오후 2시 서울의대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공동으로 '제37대 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합동토론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정한 마지막 공식 후보자 합동토론회였다.
지난 중앙선관위가 개최한 합동설명회에는 최덕종 후보와 윤창겸 후보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했지만 이번 토론회에는 후보자 모두가 참여했다.
차기정부 무상의료와 총액계약제 막겠다
회장 선거 후보자 6명은 차기 정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야권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 그들이 주장하는 무상의료와 총액계약제를 반드시 막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나현 후보는 "차기정권은 무상의료와 의료복지를 화두로 삼겠지만 불가능하다"며 "우리가 할 일은 뻔하다. 무상의료가 허상이라는 것을 알려야 하며, 국민이 인식할 수 있도록 우파 시민사회와 연계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회원 소통을 강화하고. 내부고발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총액계약제를 시행한다면 총파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덕종 후보는 "야권이 주장하는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을 추진하기 때문에 의료계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큰 물줄기를 의료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에는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의협회장이 된다면 의료계 단결을 통해 회원의 신뢰를 확보하고, 개혁함으로써 협상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금 화두는 총액계약제와 무상의료"라며 "힘들다면 그동안의 축적된 힘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기엽 후보는 "힘있는 정권이라고 틈새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상의료도 결점이 있으며, 비보장 인구가 훨씬 늘어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4월부터 정부와 수가 협상을 진행하고 6% 수가 인상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주수호 후보는 "야권이 무상의료를 던져놓고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며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로 총액계약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하며, 목표점을 설정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 3년 안에 이런 길이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냉정하게 현실을 평가했다.
하지만 의료계가 가야할 길을 정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노환규 후보는 "정치인과 싸워야 하며, 그들은 정치 논리를 주장하는 것"이라며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진보정당들도 재원 마련이 정말 가능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비현실성을 자각하게 하고, 우리는 강력한 힘을 갖춰 협상 무기인 결속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론화 과정과 정치인 설득 과정, 내부 결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윤창겸 후보는 "보건과 복지가 묶여 있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뿐"이라며 "보건과 환경을 합치고, 복지는 노동과 합쳐야 한다는데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힘의 과시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NIH를 설립하는 것도 과제"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생각하는 의료의 개념에 차이가 있다. 정부에서 볼 때 공공재이지만 우리에게는 의식주를 제외한 제4의 재화"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위기 근본 원인은 생명윤리의식과 투명성 부족·아마추어리즘
후보자들은 의료계 현재 위기의 근본원인에 대해 생명윤리 의식과 투명성 부족, 그리고 아마추어리즘이라고 진단했다.
나현 후보는 소통부재를 들면서 "교수는 교수끼리 개원의는 개원의끼리 얘기한다"며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며, 의사는 환자와는 소통하지만 국민과 소통하지 않아 국민들이 의사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덕종 후보는 집행부의 신뢰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 의료계의 문제는 회원의 무관심과 참여의식 저조"라면서도 "의협 집행부가 신뢰를 얻어야 회원과 단결할 수 있으며,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전기엽 후보는 투명성 부족을 들었다.
전 후보는 "플라자 글을 보면 거짓말 많이 하고 자기 잘못 인정하지 않아 사회가 혼탁해진다"며 "내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내놓아서 상대방으로부터 용서받을 수도 있고, 나도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고, 이런 관계 속에서 의사회도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수호 후보는 외부요인과 내부요인을 나눠 외부요인은 정치권과 정부의 포퓰리즘 때문이며, 내부적 요인은 의료계의 분열과 갈등이라고 진단했다.
노환규 후보는 의사들의 아마추어리즘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 후보는 "우리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 비난했다"면서도 "근본 원인은 일본은 강했고. 우린 약했지만 준비를 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는 진료 전문가"라며 "하지만 협상의 전문가가 아니다. 일찌감치 외부 환경 변화에 내부 역량 변화에 준비를 못했으며, 우리는 프로페셔널리즘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겸 후보는 의사들의 생명윤리 의식 부족을 들었다.
윤 후보는 "유럽과 미국의사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내부자정과 전문성으로 투쟁으로 현재 위치를 확보했지만 우리는 그런 투쟁의 역사가 없다"며 "우리의 현재 위치는 개항기 당시 저절로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생명윤리를 강화시키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단순한 말잔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나현 후보만 실리, 나머지 후보들 명분 중시
차기 집행부가 대정부 협상과 투쟁을 위해 명분과 실리 중 어느 것을 더 우선에 두어야 하는 가라는 질문에 대해 나현 후보만 실리를 우선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반면 다른 후보들은 명분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현 후보는 "지금 명분을 따질 시기가 아니다"라며 "개원가를 비롯한 모든 의료계가 다죽어가고 있다. 최대한 실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덕종 후보는 "대만의 총액계약제 결과를 보면서 명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대만이 단기적 실리 때문에 총액계약제를 수용했지만 대만정부는 약속한 수가인상을 하지 않았다. 우리도 인센티브에 속아넘어가면 어떤 명분으로도 반대할 존재가치가 없다"고 역설했다.
전기엽 후보는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명분이 중요하다고 짧게 말했다.
주수호 후보는 "명분이 중요하다"며 "실리라는 것이 어차피 0.1~0.2% 얻어내는데 불과하며, 그것 때문에 가야할 길을 못가선 안된다"고 피력했다.
노환규 후보는 "이미 우리는 명분의 중요성을 경험했다"며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수가인상에 파업을 접었지만 이렇게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노 후보의 발언에 대해 당시 의쟁투 활동을 했던 주수호 후보와 최덕종 후보는 의쟁투 활동을 함께 했던 모든 의사들을 폄훼하는 발언이라며 불쾌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의약분업 투쟁은 절반의 성공이며, 절반의 실패라고 항변했다.
윤창겸 후보는 "명분을 지켜야 한다"며 "우리의 저수가 역시 처음 세금 덜내기 위해 수입을 낮게 신고한 것이 원인"이라고 단기적 실리 추구 이후의 파장에 대해 우려했다.
이같은 반응들은 현 경만호 집행부가 실리주의 정책을 추진했지만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평가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제 공개적인 합동 토론회는 마쳤다. 선거인단이 과연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