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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해외환자 유치 3년, 왜 발전이 없나

내우외환 맞은 의료계…생존활로는<6>

해외환자 유치 왜 발전이 없나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든 해외환자 유치 사업. 정부는 해외환자 유치를 통해 의료관광을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으로 적극 추진해 왔다. 의료관광을 활성화시켜 국익을 창출하겠다는 것.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해외환자 유치 사업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국내를 다녀간 해외환자는 8만 1789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9년 6만 201명에 비해 무려 36%가 늘었다. 한사람이 여러 번 와서 치료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22만 4000명에 이른다.

하지만 태국 156만 명, 싱가포르 72만 명에 비하면 5~10%에 불과하다.

국제수준의 의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의료관광의 주도국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관광의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각종 규제와 지원책 미비, 대외홍보 부족이 국제수준의 의료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의료관광의 주도국이 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09년 5월 해외환자 유치 행위 허용을 비롯한 메디컬(M) 비자 도입, 유치기관 등록제, 의료기관 숙박업 부대사업 인정 등의 의료법 개정이 이뤄졌다.

그리고 지난 달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해외환자 유치에 대한 등록신청을 원칙허용방식으로 전환 ▲의료법인 설립 및 재산처분 허가를 원칙 허용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해외환자 유치행위가 허용된 지 무려 2년6개월만의 조치다.

한쪽에서는 이를 두고 느림보 거북이 행정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국제수준의 의료 인프라를 갖췄지만 각종 법과 규제에 묶여 민간병원에서는 의료 비즈니스 사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

그러나 아직도 해외환자 유치활동과 관련해 규제를 완화해야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의료계는 지적한다.

현재 국내에서 해외환자 유치 업무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과 한국관광공사(이하 관광공사)가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진흥원 관계자에 따르면 2009년 총리실 산하 해외환자 유치 지원 TF 구성 당시 신속하고 효율적인 행정체계를 운영하기 위해 양 기관에서 나눠서 진행하기로 했다.

그는 “관광공사는 외국인을 상대로 마케팅 능력은 있으나 네트워크가 부족했고, 진흥원은 의료 콘텐츠는 있지만 마케팅 능력이 부족했기에 서로 협력해 상호보완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래서 외국인을 상대로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관광공사는 피부·미용·한방 등 주로 경증환자 위주의 사업을 추진하게 됐고, 의료 콘텐츠가 풍부한 진흥원은 중증환자 위주의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그렇다보니 관광공사는 자연스레 피부·미용·한방 치료를 주로 하는 개원가를, 진흥원은 중증환자 치료를 주로 하는 병원으로 나눠서 해외환자 유치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A 병원 관계자는 “진흥원에서 추진하는 해외환자 유치는 Big5 병원에만 치중해 상대적으로 작은 병원에서는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해외행사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개최한 해외 행사를 통해 오는 해외환자는 어느 정도 있지만 대부분 같은 사람들이 오간다”며 “이후 다른 사업 추진시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각 기관에서 개최하는 해외 행사는 많지만 기관마다 초청명단을 관리하지 않아 같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는 것. 그래서 그는 기관마다 초청명단을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복지부가 추진하는 업무에 대해 공무원 실적내기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B 병원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최근 중동국가와 협약을 체결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협약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협약식보다 의사간 네트워크 구축과 통역 문제 해결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 실제로 C 대학병원 교수는 포럼에서 중동 국가에서 병원에 관심을 표했지만 통역이 해결되지 않아 환자를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환자의뢰 협약을 맺은 삼성서울병원은 이슬람문화를 고려한 환자 식단 개발, 아랍어로 된 메뉴판, 기도실, 아랍 TV채널 등 입원 환경을 미리 조성했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환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또한 B 병원 관계자는 국비로 지원되는 외국인 의사 연수 프로그램에 대해 기관의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병원에서 외국인 의사를 연수시키는 것은 자국으로 돌아간 환자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 병원에서 연수 받은 의사를 통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 공무원들이 외국인 의사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의사를 통해 해외환자를 보내달라고 요구한다”며 “공무원들은 병원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체 자신의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하다”고 성토했다.

내실을 다져 해외환자 유치에 힘써야 하지만 눈에 보이는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겉으로만 치장하고 있다는 것.

B 병원 관계자는 최근 해외환자 유치에 있어 중동국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동 환자들의 경우 미국과 유럽의 서비스를 받다가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로는 만족하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중동 환자들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한 두명의 소수 인원은 케어가 가능해도 다수의 인원은 케어 하기 힘들다”며 “복지부에서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알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들의 입소문을 통해 해외환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D 병원 관계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환자 유치 행위에 대한 규제는 당연히 필요하다”면서 “복지부나 정부 관계자가 이들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다문화 가정의 증가와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이들의 입소문을 통해 좀 더 쉽게 해외환자를 유치할 수 있고, 병원의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만들을 해결하고 부처간 협력강화를 통해 해외환자 유치사업 2단계 고도화를 위한 근본적인 재도 개선을 위해 진흥원은 42개 현장 건의과제 중 신규 조치가 필요한 20개 과제를 선정했다. 20개 과제는 7대 중점과제와 13대 일반과제로 나눠 수행한다.

20대 과제는 ▲해외환자 배상시스템 도입 ▲해외환자 원내조제 허용 ▲Medical Korea Acadumy 연수 확대 ▲전문인력 양성 확대 ▲의료기관별 해외환자 수용성 평가 ▲의료기관 명칭 외국어 병행 표시 ▲과도한 수수료, 덤핑 규제 등 시장 건전화 ▲해외지원센터 확대 등 해외유치 역량 강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