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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복지부, 의료정책 조정자 역할 미미

내우외환 직면한 의료계 생존활로는?<2>

복지부에서 쏟아내는 정책들이 각 직역단체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보건의료의 질적향상을 위한 방향성 또한 명확하지 않자 복지부가 중재자 역할을 실종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때문에 복지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은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막혀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선 의료계는 복지부의 정책들이 건보재정 안정에 치중해, 밑돌 빼 윗돌 괴는 미봉책을 의료정책으로 내놓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한다.

의료계의 A인사는 정부가 내놓고 있는 선택의원제나 약제비 차등적용 등의 정책들을 두고 “밑돌 빼 윗돌 괴는 미봉책”이라 일축하며 “일차의료기관들을 위해 전체적인 파이를 키워야하지만, 이처럼 상급병원으로 가는 수가를 차등화해 강제적으로 일차의료의 활성화를 유지시킨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환자들이 보다 좋은 의료 환경을 찾아가는 건 당연한데도 정부의 지원없이 이를 단순히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것.

또 다른 의료계 인사 B씨는 “정부가 의료기관기능재정립을 명분으로 정책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차의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있는 정책들을 제대로 활용하고 불필요한 규제들을 완화해 나가는 것이 우선시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 지나치게 서두르며 내놓는 바람에 이런저런 정책들이 난무하고 악순환만 계속된다”며 “제대로 된 정책이라기보다는 악수만 계속 두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부처 간 정책협의 엇박자, 복지부 역할론 문제제기
복지부에게는 이같은 의료계의 비판 뿐 아니라 정부부처와의 불협화음도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해 말에는 의료기관의 방송광고를 둘러싸고 복지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불협화음이 연출됐다. 복지부가 방송광고에 대한 명확한 입장정리를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는 그간 금지됐던 의료기관의 방송광고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내용을 핵심과제로 선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관련부처인 복지부는 규제완화에 대한 입장정리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병원들도 정부 부처의 정책 실현에 불신감을 가졌다. 사실상 의료기관의 방송광고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지난 2009년 기획재정부의 발표 때부터 논의된 사항이었는데도 불구, 의료계를 아우르는 핵심부처인 복지부는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았던 것.

방통위 관계자는 “우선 유료방송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복지부와 기재부, 방통위가 이미 합의한 바 있지만 관련 법규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당시 발표는 논의를 환기시키자는 차원에서 발표를 한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통위의 의지와 달리 복지부 관계자는 이와관련, “규제완화에 대해 아직 복지부의 입장이 확실하지 않다. 정부입법으로도 하기 어려웠고 의원발의 검토도 쉽지 않아 현재까지 진행된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발표가 있을 때 논의를 한 적이 있었지만 정책 쪽에서 진전되는 얘기들이 없어 현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정부정책이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환경조성이 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스마트케어 서비스 사업에서 복지부의 역할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지경부는 스마트케어라는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헬스케어 IT로 지칭되는 이 산업은 그러나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사업의 목적이 새로운 산업을 하나 만들어서 기업들을 신산업측면에서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법 개정 등은 복지부가 힘을 내 움직여줘야 하는 것”이라며 “복지부의 허가가 없으면 할수 없는 부분이 많아 협력체계가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복지부는 규제개혁 부분에 대해 공이 국회로 넘어간 상태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적되고 있는 헬스케어 IT의 규제개혁 부분이 의료법을 개정하는 내용인데, 이미 지난해 4월 의료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상정이 돼 있는상태”라며 “국회에 공이 넘어간 것으로 진행여부는 국회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현재 개인정보보호나 환자동의 등 검토할 것들이 있어 여전히 계류에 머물러있는 상태다.

하지만 정작 검토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와 환자 동의 등의 부분에 대해서도 주무부처인 복지부에서는 이렇다 할 지침을 내리지 못해 일선 의료기관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한 개인정보보호 지침의 마련이 시급하지만 복지부의 방관아래 사실상 방치상태인 것.

이 때문에 의료기관들은 환자와 관련된 정보를 어디까지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혼란을 겪고 있다.

A 대학병원의 모 교수는 “진료정보는 활용이 돼야 하는데 개인정보보호와 현재의 진료시스템이 많이 부딪쳐 정보에 접근을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며 "여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지침이 (부재해) 굉장히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앞서 방배경찰서는 의료기관들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쓴다며 대형병원들을 조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복지부가 이에 대한 정확한 지침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어디에 기준을 두고 개인정보보호에 대비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병원협회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의료법과 정보통신망법이 상충하는 부분이 나타나 의료기관의 환자 정보도 일반 프라이버시 침해의 측면으로만 보고 있다"며 "하지만 치료목적에 한해서 특수한 경우의 지침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예를 들어 개인의 알권리를 위해 정보에 대한 삭제와 정정을 요청할 경우 의료분쟁의 사유가 될 수 있음에도 법의 해석상 모호한 부분들이 있어 치료라는 궁극적 목적에 활용이 제한되는 요소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일전에 복지부가 제시한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서도 물리적인 보호조치만 언급했을 뿐 의료기관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다루지 못했다는 게 병협 측의 설명이다.

행안부 관계자 역시 "일반법 하에 각 영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특화된 규정들이 있다면 그 규정을 우선 한다는 것을 밝힌 공문"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이 일반법이므로 탄력성 있게 적용되려면 의료기관의 특수성이 인정되는 개별적인 지침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관련 지침의 마련은 복지부의 소관이라는 것이다.

결국 개인정보보호에 대비하는 병원들의 혼선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의 명확한 해석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이처럼 각 정책들의 완성도가 미진한 상황이 속출하는 상태에서 임채민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상호연계가 부족하거나 본질을 잘 파악하지 못한 정책, 이해관계자에게 낙제점을 받은 정책이 있다면 추려서 점검해 새로운 방향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는 것.

복지부가 역할론에 대한 거센 비판을 딛고 보건의료정책의 중심에서 조정자이자 리더로서 기능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