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혈압·맥박·허리/엉덩이둘레비·골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세계 최초로 발굴돼 주목을 끌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유전체센터는 2001년부터 추적조사돼 온 한국인 지역사회코호트 1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유전형 분석을 통해 혈압, 맥박, 허리/엉덩이둘레비(WHR), 골강도, 체질량지수(BMI) 및 신장 등에 영향을 미치는 6개의 새로운 유전요인들을 포함하는 총 11개의 유전요인들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관련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Nature Genetics 5월호에 게재됐다.
혈압, 맥박, 허리/엉덩이둘레비, 골강도, 체질량지수, 신장 등이 환경 및 생활습관들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유전적 차이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밝혀진 단일 유전요인들이 신장 및 비만 등의 형질에 미치는 영향은 외국의 발표사례와 유사한 1%~4% 내외이며, 유전요인이 이들 형질에 미치는 전체 영향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전요인들을 추가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대사성질환, 심혈관질환 및 암 등과 같은 다수의 질병원인 유전요인들을 발굴하기 위해 ‘엑손기반 염기서열분석’ 방법을 향후 대규모 유전형 분석연구에 심도 있게 적용하고, 이를 발판으로 아시아 인종 대상의 개인별 맞춤의학 및 예측의학의 산업화를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이 요구되는 유전체정보 생산 연구기관의 신설, 창의적인 중장기 연구 수행에 필요한 연구 인력 확보 및 지속적인 연구예산 확보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의 ‘유전체실용화사업’ 수행을 통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그동안 미국 및 유럽의 주도 하에 이뤄져왔던 유전체연구 분야에서 우리의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케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인간유전체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유전체분야 과학수준을 유전체연구분야에서 선진국과 동등한 연구수준에 도달하는 계기가 된 것.
혈압, 맥박, 허리/엉덩이둘레비, 골강도에 해당하는 6개 유전요인은 세계최초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발굴,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맞춤의학 및 예방의학에 활용하기 위한 중요한 컨텐츠다.
세계 각국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유전요인을 발굴해 예측의학에 활용하려는 연구 경향에 발맞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발굴한 유전요인은 한국 뿐만 아니라, 향후 이들 유전요인에 대한 연구를 아시아 인종으로 확산시켜 유전자원 산업화에 필요한 지적 소유권을 선점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향후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의 유전체연구를 세계 선두그룹과 경쟁을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굴된 혈압, 맥박, 허리/엉덩이둘레비, 골강도, 체질량지수 및 신장 등의 형질에 미치는 유전요인들의 영향력은 다음과 같다.
수축기혈압 관련 ATP2B1 유전자 SNP의 경우 GG형을 갖는 사람은 AA형을 갖는 사람보다 평균혈압이 2.52mmHg (2.2%) 가량 높은 경향을 나타냈다.
맥박 관련 GJA1/LOC644502 유전자 SNP의 경우 AA형을 갖는 사람은 GG형을 갖는 사람에 비해 평균적으로 맥박이 분당 1.24회 (1.96%) 더 빠른 경향을 나타냈고 CD46/LOC148696 유전자 SNP의 경우 TT형을 갖는 사람은 CC형을 갖는 사람에 비해 평균적으로 맥박이 분당 2.06회 (3.24%) 더 빠른 경향을 보였다.
허리/엉덩이둘레비 관련 C12orf51 유전자 SNP의 경우 CC형을 갖는 사람은 TT형을 갖는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허리/엉덩이둘레비가 0.01 (1.15%) 높은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골강도 관련 FAM3C 유전자 SNP의 경우 CC형을 갖는 사람은 TT형을 갖는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골강도가 1.12% 더 높은 값을 나타냈으며, SFRP4 유전자 SNP의 경우 CC형을 갖는 사람은 TT형을 갖는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1.08% 더 높았다.
체질량지수 관련 FTO 유전자 SNP의 경우 AA형을 갖는 사람은 CC형을 갖는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체질량지수가 0.4 (1.63%) 높은 값을 나타냈다.
신장 관련 HMGA1 유전자의 SNP의 경우 GG형을 갖는 사람은 AA형을 갖는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2.06cm (1.29%) 큰 키 값을,신장 관련 ZBTB38 유전자 SNP의 경우 AA형을 갖는 사람은 GG형을 갖는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1.52cm (0.95%) 큰 키 값을 보였다.
신장 관련 PLAG1 유전자 SNP의 경우 AA형을 갖는 사람은 GG형을 갖는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0.33cm (0.21%) 큰 키 값, 신장 관련 EFEMP1 유전자 SNP의 경우 GG형을 갖는 사람은 AA형을 갖는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0.62cm (0.39%) 큰 키 값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용어>
△코호트연구
=질병이 발생되기 이전에 특정 질병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특정요소들을 일정 집단에서 계속 추적해 가면서 각 요소가 특정 질병의 발생에 관여하는 정도를 관찰하는 연구다.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단일염기다형성)
=유전체의 염기서열에서 나타나는 단일염기(A, C, G, T)의 변이로 인간 게놈의 경우 염기서열의 99.9%는 같고 개인별로 0.1%만이 다르다. 이는 인간 게놈 전체 30억 개의 염기 중 3백만 개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Gene)
=염색체상에서 일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유전정보인자, 특정 유전정보를 함유한 유전자는 DNA 염기서열로 표기된다.
△엑손(Exon)
=유전체상의 배열 중 단백질 합성의 정보를 가진 부분
△수축기혈압
=심장이 수축했을 때 혈관에 미치는 압력을 의미하며, 비정상 혈압은 동맥 경화증 등과 같은 성인병발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맥박(Pulse Rate, PR)
=심장의 박동으로 인해 대동맥 속으로 급히 유입되는 혈압이 동맥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맥박의 횟수가 곧 심장의 박동수를 의미한다.
통상 성인의 맥박은 80회/분 전후이고 나이가 적을수록 많아져 신생아의 맥박은 보통 120~140회/분이다. 비정상적 맥박수는 심장기능 이상의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허리/엉덩이둘레비(Waist-Hip Ratio, WHR)
=배꼽선에서 측정한 허리둘레와 엉덩이에서 최대 돌출한 둘레로 나눈 비율을 측정한 값으로 이 수치는 고지혈증, 심근경색, 뇌졸중등 동맥경화성 질환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골강도
=뼈가 골절에 저항하는 힘으로 골량(bone density)과 골질(bone quality)에 의해서 결정되며, 뼈 부위를 초음파로 측정한 값으로 계산된 T-스코어를 이용하여 표시할 수 있다. 골강도의 감소는 일반적으로 골다공증이나 골절을 일으킬 수 있다.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
=성인의 신장과 체중을 이용하여 지방의 양을 추정하는 공식으로 체지방률 및 건강 위험도를 반영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대규모 유전형 분석연구
=최근의 바이오뱅크를 통한 대규모 인간유전체시료 확보와 한번에 백만개 이상의 유전정보(보통 단일염기다형성 또는 SNP)를 읽어낼 수 있는 고집적 칩의 개발에 힘입어 전장유전체연관분석연구가 대규모 유전형 분석연구의 주요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전장유전체연관분석연구는 대규모의 유전체시료(보통 1000명 이상)로부터 생산된 대량의 유전정보(보통 10만개 이상의 단일염기다형성)를 역학/임상자료와 연계시켜 특정 질환이나 건장지표 등과 밀접하게 관련성을 보여주는 유전요인을 발굴하는 통계유전체 분석기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연구방법은 특히, 천식, 암, 당뇨, 심장병, 정신병과 같은 다요인성 복합질병에서의 유전적 변이를 찾는데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