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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웰빙

폐암이 골초만의 고통이라는 생각은 편견

비흡연자도 ‘선암성 폐암’ 조심

두달 전 기침을 시작한 주부 김모(59)씨. 감기려니 하고 약을 먹었지만 좀처럼 가시질 않아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날벼락 같은 '선암성 폐암' 말기 선고를 받았다. 평생 담배 한개비 피워 본적 없는 그녀로선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간접 흡연이나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폐암이 생길 수 있다는 의사 얘기를 듣고 집안 내력이 떠올랐다. 골초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어릴 적부터 곁에서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폐암은 '흡연자의 암'으로 인식돼 왔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안전할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대한폐암학회가 최근 전국 89개 병원 폐암 환자 8788명을 분석한 결과, 선암 발생률이 10년만에 1위를 기록하는 등 폐암 유형에 변화가 일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간 선암은 여성과 비흡연자에게 상대적으로 많아 흡연과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다. 1997년 조사에서 폐암 가운데 선암이 차지하는 비중은 27.9%. 반면 흡연이 주원인인 편평세포암 발생률은 무려 44.7%였다. 그게 이번 조사에서 역전됐다. 선암이 34.8%로 편평세포암(32.1%)을 앞섰다. 여성 폐암 환자 비율도 24.2%로, 10년 전(21.0%)에 비해 늘었다. 폐암이 더이상 '남성 또는 흡연자의 암'이 아닌 것이다.

◇선암,왜 증가하나=폐암은 암덩어리를 이루는 구성세포에 따라 크게 '비소세포 폐암'과 '소세포 폐암'으로 구분된다. 비소세포암은 전체 폐암의 80∼85%를 차지하며, 조기에 찾아내면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받을 경우 1기암은 5년 생존율이 70%, 2기는 50%를 넘는다. 흡연이 가장 큰 원인인 편평세포암은 비소세포암 중 가장 흔한 형태로 폐 중심부에서 잘 생긴다. 남성 폐암 환자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 이와 달리 선암은 폐의 모서리 부근에서 잘 발생하며, 여성이나 비흡연자에게서 빈발하고 있다. 림프절이나 간, 뇌, 뼈 등으로 전이가 잘 돼 예후가 나쁜 편이다.

선암성 폐암의 증가는 여성들이 주로 찾는 '필터형, 저타르 담배' 판매 증가와 무관치 않다는 게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마일드, 라이트 등으로 통용되는 '순한 담배'의 경우 독한 담배와 달리 깊숙이 들이마시게 되고, 필터를 거친 미세한 발암물질 입자들이 보다 깊숙히 있는 '세(細)기관지'까지 자극한다. 게다가 일반 담배보다 적은 니코틴을 보충하기 위해 담배 피우는 횟수가 늘어난다. 즉 발암 물질이 폐부 전반에 수시로 유입돼 선암 유발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비흡연자에게서 선암이 느는 데에는 간접 흡연, 유해환경 및 대기오염 노출, 생활패턴 서구화 등이 일정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내 생활이 많은 여성의 경우 아파트 내장재에서 스며나오는 폐 독성 물질 혹은 튀김요리 등을 할 때 생기는 독한 연기가 선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폐경기 여성 호르몬의 영향 등을 원인으로 꼽기도 하지만 보다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폐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기 발견이 관건…저선량 CT 촬영 권장=이번 폐암실태 조사에서 수술로 완치 가능할 정도로 조기에 발견된 환자는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폐암은 다른 암과 달리 자각 증상이 거의 없고, 진행이 빠르다. 기침이나 피 토함 같은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일반 검진항목으로는 폐암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것. 흉부X선 촬영의 경우 암 덩어리가 직경 2∼3㎝로 클 경우에만 사진 판독이 가능하다.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일반적으로 직경 1㎝ 암덩어리에는 10억개도 넘는 암세포가 존재한다"며 "흉부X선 검사만으론 폐암 조기발견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폐암학회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저선량 CT' 촬영을 해볼 것을 권장한다. 일반 CT 방사선량을 5분의 1 가량 줄여 만든 저선량 CT는 3㎜ 크기 초기 폐암까지 찾아낼 수 있다. 학회는 폐암 고위험군(20년 이상 장기 흡연자, 가족력, 음식점 주방 등 특수 환경 종사자)은 매년 한차례씩, 여성 및 비흡연자는 폐암이 빈발하는 60세 이후부터 일반 검진항목 외에 추가로 저선량 CT 촬영을 받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