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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Create the culture beyond pursuit of excellence’

조주희 세계유방암학술대회 사무차장


2006년 6월 서울, 세계유방암학술대회 2007(이하 GBCC2007: 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 2007)의 조직을 위한 첫 미팅이 있었다.

아시아 최초로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approach) 국제 유방암 학회를 개최해 보자며 뜻을 함께한 조직위 선생님들의 심정은 좋은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국제학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마음들이었다.

‘아직은 이른 것이 아닌가’ 혹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런 국제적 학회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과적으로 여러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도움으로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이번 학회의 성공은 ▲‘함께 가자’라는 의료(학회)문화 창조 ▲다학제적 토론의 장 마련 ▲한국주도의 국제적학회 기획이라는 세 가지 큰 소득을 남겼다고 자평한다.

지난 1년 4개월을 뒤 돌아 보면 GBCC2007 조직위원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멀티팀(multi-team)이었다.

우선 조직위원회 구성 자체가 멀티팀이었으며(한국유방암학회, 대한종양간호학회, 한국유방건강재단, 존스홉킨스 보건대학), 조직위원회가 하는 일도 단어 그대로 멀티였다.

단순히 학회 준비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국제적인 수준의 다학제적 유방암 학회를 기획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학회의 공동 주최기관들을 정하고, 학회의 이름을 정하고, 주제와 방향을 정하고, 다양한 기관들의 협조를 구하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심지어 ‘multidisciplinary’ 그리고 ‘comprehensive’라는 영어 단어들의 의미와 뜻이 우리나라의 어떤 말에 가장 적합할까라는 고민을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GBCC2007 이전에는 우리나라에서 ‘다학제적’ 그리고 ‘포괄적’ 암 정복이라는 것이 언어적의미상으로는 존재 했으나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의료문화로는 정착을 못하고 있었다.

이것은 마치 10여년 전 ‘전략적 합병’이라는 경제용어가 생소했던 것과 유사하다 하겠다.

새로운 의료 혹은 의학회 문화를 만드는 시작이었던 것 만큼 GBCC2007의 조직과 기획 대부분이 국내 혹은 아시아 최초였다.

우선 아시아 어떤 나라에서도 의사단체, 간호사단체, 보건인단체 , advocacy(후원)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유방암 학회는 없었다.

여기서 공동 주체라는 것은 단순히 함께 한다라는 의미가 아닌 유방암 정복에 있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각 분야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 협력한다 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하면 ‘내가 더 중요해’가 아닌 ‘우리 모두가 중요해’ 그리고 ‘함께 가요’라는 인식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30여 개국에서 10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학술대회는 전세계의 의료인, 과학자, 연구자, 정책입안자, 후원자 그리고 환우들과 함께 다학제적인 목적으로 힘을 모아 개최했다는 점이다.

유방암을 치료하는데 있어 단순히 수술 또는 항암과 같은 한가지 치료가 환자를 완치하는 것이 아니라 진단, 수술, 항암, 방사선, 재활, 치료 후 관리,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하듯, 유방암 정복에 있어서는 좀 더 정밀한 진단 기기를 만들어내는 과학자,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자, 진단과 예방을 홍보, 교육하는 보건인, 유방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 환자의 치료 후 삶의 질은 보장해주는 정책을 만드는 정책가 그리고 사회적으로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어 친 유방암 문화를 만드는데 이바지 하는 후원 단체와 환우단체 모두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의사, 간호사, 제약 분야, 리서치 등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 개인적으로는 각자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한데 아우를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있지 않았는데, GBCC2007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유방암 환우들까지 함께 해 그들이 현재 느끼는 것, 필요한 것, 알고 싶어 하는 것 등을 토론과 의견교환을 통해 보다 환우들 입장에 맞는 예방, 진료, 사후관리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너무 다양해서 조금은 산만하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었지만 그 비판을 넘어서는 GBCC2007의 의미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GBCC2007은 우리나라에서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그리고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국제 유방암 학회라는데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루어 진 대부분의 국제학회는 기존의 학회를 우리나라에서 유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GBCC2007은 아시아에서 유방암 정복에 있어 국제적 리더십을 한국이 주도한다라는 목표아래 한국 유방암 학회가 대한종양간호학회, 존스 홉킨스 보건대학, 그리고 한국유방건강 재단과 함께 이루어낸 쾌거라 할수 있다.

그 과정에 있어 미국과 한국 두 지역에 떨어져 있는 GBCC2007 조직위원회는 매일 국제전화, 이메일를 통해 연락, 의사결정, 행사 진행했으며, 매월 정기 조직위원회 모임, 미국, 아시아의 유방암 저명 인사들로 이루어진 국제 자문위원단과 국제회의(tele-conference) 및 다국적 기업들과의 수 차례에 걸친 국제회의를 가졌다.

이는 실로 국제적인 협력이었으며, 사견이지만 GBCC2007은 한국에서 준비한 국제 학회들 중 국제전화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학술대회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옛 속담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멀티팀인 GBCC2007조직위원회가 움직이는데도 여러가지 난관이 있었다.

초창기에 한 달에 한번 있었던 조직위원회 그리고 각 소위원회들의 모임들은 의견을 나누는 것이 아닌, 이견을 나누는 모임이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것 같다.

하지만 끝까지 함께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었던 것은 이희대, 양정현 공동 대회장님, 이민혁, 전희순 공동 조직위원장님, 그리고 노동영 사무총장님의 탁월한 리더십과 조직위원회에 참여하신 모든 선생님들의 유방암 정복을 위한 ‘다 같은 마음’ 이라 생각된다.

존 맥스웰은 (John Maxwell)은 사람들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팀은 공동 목표를 알고 있으며, 서로 마음을 나누고, 함께 성장해 간다는 공통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성공적인 첫 단추를 끼운 세계유방암학회는 가지 많은 나무(멀티팀)임에도 불구하고 유방암 정복이라는 뚜렷한 공동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그 미래는 밝다고 하겠다.

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 의 끊임없는 발전을 기원하며…

10월 20일 볼티모어에서 조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