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는 대부분 소화제나 연고, 소독약 등 간단한 상비약이 비치돼 있다. 찰과상 같은 가벼운 상처나 감기 소화불량 등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유통 기한을 넘기거나 제대로 보관하지 못한 약을 쓰다가 오히려 부작용을 경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족의 건강을 잘 돌보기 위해서는 올바른 사용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 해열제, 한달까지만 보관해야=갓난아기나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선 한밤에 원인 모를 고열이 나는 경우에 대비해 해열제나 감기약 하나쯤은 다 갖고 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시럽 형태의 해열제는 보통 실내 온도에서 1개월까지 보관 가능하다. 간혹 시럽제를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걸쭉한 시럽액의 약 성분이 엉기고 침전물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이에게 약을 먹일 때는 반드시 깨끗한 플라스틱 계량 컵이나 스푼에 덜어 먹여야 한다. 시럽제에 아이의 침이 들어가면 약이 변질되기 때문이다.
시럽제는 개봉하지 않은 채 서늘한 곳에서 직사광선을 피해 보관한다면 1∼2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단, 오래 복용하지 않았다면 먹기 전에 반드시 색깔과 냄새를 확인해 변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조제 감기약이 남았을 경우 아깝다고 보관하지 말고 바로 버리는 게 좋다. 조제 약은 환자의 나이, 체중, 연령, 질병 상태에 따라 필요한 성분과 용량을 의사가 정해 준 것이므로 다른 가족이 먹으면 탈이 날 수 있다.
◇물약 소화제, 냉장 보관 안돼=일상에서 가장 오·남용하기 쉬운 약 중 하나가 소화제다. 조금만 배가 더부룩하면 아무 생각없이 알약이나 물약 형태의 소화제를 먹기 때문이다.
대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환 교수는 "너무 잦은 소화제 복용은 오히려 위장 기능을 떨어뜨려 소화 불량을 초래한다"며 "그 뿐 아니라 소화제의 주요 성분으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소화를 돕는 '판크레아틴'이 피부 발진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충고했다. 특히 물약 소화제는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된다. 속에 갑자기 찬 것이 들어가면 오히려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개봉 1년 넘은 연고, 상처 덧날 수도=서랍이나 약 상자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는 상비약 중 하나가 연고다. 연고는 모양과 이름이 서로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바르는 약이 무슨 문제 있겠어'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래된 약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강한 스테로이드가 든 연고의 경우, 장기간 사용하면 피부가 쪼그라들거나 모공이 확장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또 개봉한 뒤 1년이 넘은 것을 사용하다 보면 습진, 알레르기가 생기거나 피부가 두꺼워져 상처가 덧나기도 한다. 따라서 일단 1년쯤 지난 약은 버려야 한다. 연고 용기가 파손된 것은 그 이전이라도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색깔이 변하거나 이상한 냄새가 날 때도 마찬가지.
◇소독약, 뚜껑 연 채 보관하면 효과 없어=상처 소독에 쓰이는 알코올, 과산화수소수 같은 소독약은 뚜껑을 열어 두거나 직사광선을 오래 쬐면 산화되기 때문에 살균과 소독 효과를 볼 수 없다. 오히려 상처를 덧나게 할 수도 있다. 사용 후엔 뚜껑을 꼭 닫아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또한 1년이 넘지 않게 사용하는 게 좋다.
◇삐어서 열 나고 부을 땐 쿨파스=파스는 크게 핫파스와 쿨파스로 나뉜다. 단순 타박상이나 삐어서 순간적으로 열이 나고 부었을 때는 쿨파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타박상 초기에 온찜질이나 핫파스를 사용하면 손상 부위 모세혈관이 확장돼 오히려 부종과 출혈을 악화시킬 수 있다.
부기와 염증이 가라앉은 뒤에는 핫파스를 사용해도 괜찮다. 파스는 진통제 성분이 들어있어 한번에 3장 이상 붙이면 몸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새로 파스를 붙일 때는 최소 2시간 정도 여유를 두었다 붙여야 습진이나 아토피 같은 피부염을 막을 수 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