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지난 12일 규제개혁위원회 행정사회분과회의에 의료법 개정안 중 규제조정이 필요한 9가지 항목에 대해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는 의견을 제출한 데 이어 규개위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장동익)는 한국간호조무사협회와 16일 규제개혁위원회에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면밀한 심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탄원서에서 “새로운 의료법 개정은 의료에 대한 시대적 요구사항을 반영함과 동시에 향후 ‘의료산업’이라는 국가 아젠다를 공고히 하기 위한 비전과 철학을 담아 신중하게 입법돼야 할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안을 면밀히 심사해 의료의 백년지대계가 위협받는 요인들을 불식시켜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특히 의협은 정부의 개정안에 대해 “본연의 역할 정립, 국민을 볼모로 한 실험적 정책 도입의 부당함,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각종 규제 일변도”라고 규정하고 “의료시행의 기본원리라 할 수 있는 ‘분업’의 원칙마저 훼손해 그동안 확립된 의료체계의 근간을 혼란으로 빠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또한 의료법 개정안 마련 과정과 관련 “복지부는 의료계가 지적하는 독소조항들을 포기하지 않은 채 개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의료법안이 촌각을 다퉈 통과시켜야 하는 긴급한 법인지 의심스럽고, 이러한 움직임은 의료계와 국민들로 하여금 석연치 않은 다른 뜻을 의심케 한다”고 개정방향에 대한 의구심을 표명했다.
이번 정부의 의료법 전부개정 입법예고안은 최일선에서 국민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로서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총 120여개 조항 중 구체적 사항은 하위법령에 포괄 위임하고 있는 등 국가통제적 관점에서 접근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아울러 의협은 “이 같은 독소조항들은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어 의학발전과 의료서비스 향상을 저해하고 국민건강의 위협요인을 증가시키는 위험한 시도”라며 “의사와 국민을 모두 피해자로 몰아넣어 법익의 주체가 불분명한 위험한 법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치협·한의협·조무사협 등 범의료계 4개 단체로 구성된 범의료 의료법비상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11일 최종 확정,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된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입법예고(안)’에 대해 전면 거부 입장을 밝혔다.
범대위측은 “몸통은 움켜쥐고, 가지만 잘라내는 형국”이라며 보건복지부의 조정내역에 대한 세부 반박문을 발표했다.
범대위는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이번 수정안은 일부 한정된 조항 수정에 그쳤을 뿐 여전히 핵심 쟁점에 대한 근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전면 재검토 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언론을 통해 “의료법 개정 수정안이 입법예고 기간 동안 받은 합리적인 의견을 반영해 기본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조항을 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반박문 내용.
*유사의료행위(안 113조): 의료행위가 아닌 유사의료행위의 근거규정을 두는 것이 법률체계상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이 규정을 없앴으나 여전히 다른 법률로 규정하려 하고 있어 범의료계를 기망.
*비급여비용 할인·면제 허용 (안 제61조): 비급여 할인·면제의 핵심 조항인 제3호(보험사와의 계약에 의한 할인·면제)은 그대로 둔 채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는 제4호(복지부령에 의한 할인·면제)만 삭제하고서 마치 크게 양보한 것처럼 생색을 내고 있음.
*간호진단(안 제35조): 우리나라와 여건이 다른 미국의 경우를 빗대 동양권 어느 나라도 법제화되지 않은 조항을 명문화하는 것은, 진단개념의 혼란 등을 유발하여 문제가 있다는 단체의 의견을 묵살.
*설명의 의무(안 제3조): 선진국에서조차 설명의 의무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설명 후 동의’(Informed Consent, 의사가 설명을 한 후에는 치료방법에 대한 환자의 동의를 얻는 것)를 전제로 하고 있어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설명의 의무를 구체적 기준이 없이 막연히 설명을 하도록 법조문에 명문화 할 경우 민•형사 소송이 급증하게 된다는 단체의 의견을 묵살.
*목적조항(안 제1조): 현행 ‘국민의료에 관한 규정’에서 ‘의료인·의료기관에 관한 규정’으로 개정하게 되면 비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밖에서 이루어진 불법 의료행위를 처벌할 수 없게 되므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조항을 수용한 것뿐임.
*임상진료지침(안 제99조): 환자의 상태에 따른 맞춤 진료를 불가능하게 하여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게 된다는 단체의견을 수용.
*당직의료인(안 제63조): 현재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간호사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당직의료인을 두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단체의견을 묵살.
*병원내 의원 개설 허용(안 제51조3항): 병원 내 의원 개설을 허용하게 되면 ‘병원급은 입원진료, 의원급은 외래진료’를 위주로 하도록 하는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킬 위험이 있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병원 내 의원 개설 기준을 전체 병원에서 300병상 이하로 병상 수만 조정, 개설 허용을 반대하는 단체의견을 묵살.
*각위원회 구성(안 97조,101조): 위원구성의 비율과 관련하여 ‘신 의료기술평가위원회’만 단체 의견을 반영하고, 의학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만이 위원으로 수행 가능한 ‘의료심사조정위원회’는 아무런 언급이 없음.
*의료행위의 개념 (안 제4조): 의료행위의 개념을 규정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추이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례에 명시된 내용과 배치되는 조항을 새롭게 만들어 불필요한 직역 갈등만 일으키다가 뒤늦게 단체 의견 수용.
*의무기록부 작성(안 제22조 제1항): 의무기록 작성시 ‘상세히’ 기록하라는 표현은 형사처벌 규정으로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고 있으며 자의적 판단이 가능하고 행정권의 남용소지가 있는 바, ‘환자의 진료에 관한 정보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이라고 일부 자구 수정하였으나 ‘충분히’라는 단어 역시 불명확한 표현으로 크게 바뀐 내용이 없음.
<기타 쟁점 조항>
*의료인중앙회장 교체명령권(안 제42조): 정부가 의료인 중앙회장을 교체하라고 명할 수 있는 것은 대표적인 구시대 유물로 현재 사문화 된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삭제해 달라는 단체의견을 묵살.
*비전속진료(안 제70조)를 폭넓게 허용할 경우 의료인간의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고,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하위법령의 조문화 작업을 통해 허용범위를 구체화함으로써 단체의견을 묵살.
*의료기기 등 우선공급 규정(안 제 14조)의 경우 현행법과 같이 선언적으로 존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규정을 불필요하게 삭제했다 되돌렸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음.
*조산사 자격요건(안 제7조)과 관련하여 의료기관에서의 수습(실습)과정이 빠짐으로써 조산사의 질 저하가 발생될 수 있는 내용을 불필요하게 자격을 완화시켰다가 다시 단체의 의견을 수용.
*진료 거부의 금지(안 제18조)과 관련하여 간호사의 간호 거부로 인한 문제가 발생시 의사가 양벌규정에 의해 연대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불합리한 조항으로 삭제되는 것이 당연.
*허위진료기록부 작성 금지(안 제22조 제 2항)와 관련하여 허위와 착오의 구별이 어려워 오기의 경우에도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허위’를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로 변경한 부분은 합리적임.
*의료인 윤리위원회 구성 등의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조항(안 제42조 제 3항)의 경우 전문직 윤리사항까지 국가가 관리하는 것으로 과도한 간섭과 전문직 윤리성을 침해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삭제되는 것이 타당.
*의료기관 개설자 준수사항(안 제58조 제7호)을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것은 포괄위임금지조항에 위배될 수 있으므로 삭제 되어야 함.
*의료광고위반에 대한 벌칙(안 제116조): 의료광고 위반에 대한 벌칙이 중하다는 단체의 의견을 일부 수용, 제 72조 제2항 위반의 경우 1년 이하 징역, 500만원에서 1,000만원이하 과태료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
*간호조무사의 업무에 ‘진료의 보조’에 관한 사항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고 있는 대신 ‘간호의 보조’만을 하도록 함으로써 경증 질환을 주로 보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간호사를 반드시 채용’해야만 되게 되어 의원급의료기관의 심각한 간호인력 구인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음.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