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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의사를 보건소장으로 임용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촉구한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지역사회 건강과 공중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 집단으로서 비(非)의사를 보건소장에 임용할 수 있도록 한 ‘지역보건법 개정안’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

지난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역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한의사 등 의사가 아닌 이들에게보건소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기존 ‘지역보건법 시행령’에서는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 보건소장을 임용하되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 보건등 직렬의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신설된 ‘지역보건법’ 제15조 제2항에서는 의사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보건소장을 임용하되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 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조산사·약사 또는 보건 등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공무원 가운데 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보건법 개정과 관련해 지난 2021년 상반기 기준 전국 보건소장 258명 가운데 의사가 106명으로 41%에 그치는 등 모집 공고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구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정작 실제 지역의료 현장에서는 의사를 보건소장으로 임용하기 위한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도 전국 각지의 지자체들에서 보건소장 모집 공고를 제대로 내지 않거나, 의사 지원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이들을 부적격 처리한 사례 등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아무리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을 보건소장으로 우선 임용하도록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더라도 지금까지와 같이 현장에서 ‘우리는 노력했으나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혹은 ‘지원자가 부적격하다’는 식의 핑계를 내세워 의사의 보건소장 임용을 막아버린다면 지역사회 건강을 위해 제정된 법률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상황을 겪으며 지역주민들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및 관리 등을 위한 보건소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지속적 유행에 더해 인플루엔자(독감)나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호흡기 감염병 유행이 심각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역사회 보건의료의 컨트롤 타워인 보건소장의 의료 전문성은 더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러나 전문 지식과 경험이 모두 부족한 비(非) 의사를 보건소장에 임용하게 될 경우 이와 같은 위기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소장에게는 여러 직역을 아우르는 행정적 역량 이외에도 특정 의료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전반적인 지역사회 보건의료 상황을 판단해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렇듯 막중한 임무를 지닌 보건소장 자리에 직역간 관계 및 근거중심의학 등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하지 못한 비(非) 의사가 임용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예컨대 보건소 내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각 직역의 이해관계가 개입되고 그에 따라 과학적으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 등이 사업으로 추진된다면 국민들의 소중한 세금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건강까지도 오히려 위협할 수 있다.

이에 본 협의회는 지역주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적절히 예방·관리한다는 지역보건법의 본래 취지에 걸맞게, 각 지자체에서 의료 전문성을 가진 의사를 보건소장으로 임용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을 목표로 하는 보건의료기관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그리 고민이 필요한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