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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대한민국의 국가권력이 대한민국 의료를 망치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가권력이 헌법에 의해 행정부(정부), 입법부(국회), 사법부(법원)로 분리된 삼권분립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 국가권력을 분리 시킨 이유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 권력의 편중을 막고, 한 권력이 오류를 범하더라도 다른 권력이 이를 수정·보완해 국민의 삶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의료에 대해서 만큼은 국가권력 사이의 견제와 균형, 수정 및 보완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3대 국가권력 기관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망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올바른 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행정부는 합리적인 제도와 정책을 수립·추진해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정부는 실효성 없는 의료 정책들을 남발하며 ▲의료 인력과 인프라의 편중 ▲응급 및 생명과 직결된 의료 분야의 붕괴 ▲유명무실한 의료전달체계 등의 문제를 심화시켜 왔다. 

행정부가 잘못된 제도와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입법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올바른 법은 제정하고 잘못된 법은 개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지만,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회는 ▲공공의대법 ▲간호법 ▲CCTV 의무화법 ▲면허박탈법 등 포퓰리즘 입법과 감정적 규제 일변도 입법을 남발하면서 의료를 망치는데 앞장서 왔다.

정부와 국회가 이렇게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사법부만이라도 올바른 판결을 통해 악법을 무효화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여 사법 정의를 실현시켜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법원은 의료인에 대해 과도하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 의료 현장에서 의료인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고, 불법 의료행위를 일삼는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어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는 현재 대한민국 국가권력들의 구체적인 잘못을 지적하고,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행정부의 시대착오적 관치의료 타파 및 제도 개혁의 필요성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 마 칼부림 사건과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은 의료계를 비롯한 수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비극적 결과를 예견했던 사례들로써 정부의 관치행정이 문제를 만들거나 악화시킨 경우이다. 

정신질환자들의 강제입원이 어려워지면 필연적으로 이들에 의한 예측 불가능한 범죄의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소견에 따른 격리입원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고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정치권에서는 인권 문제와 정신병원의 도덕성 문제를 부각시켜 의료계의 주장을 묵살하고,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강행하면서 격리입원 치료를 어렵게 만들어 비극을 자초했다. 

응급의료체계 또한 의료계에서는 응급이송시스템의 전문화 및 통합, 경증 질환자의 응급실 이용 제한 등의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정부는 병원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이송 및 치료 거부 금지 조치 등 규제책만 남발하며 응급의료 현장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행정 과정이라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 후 해결책을 도출하여 이를 정책으로 수립하는 과정에서 실제 의료 현실을 아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정상적인 절차를 외면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일한 경험도 없어 의료 현장의 문제를 전혀 모르는 일부 관변학자들의 의견만 들어 의료 정책을 수립하니 당연히 문제가 해결될 리가 만무하다. 

이렇듯 의료 현실에 무지한 정부와 관변학자들에 의해서만 국가 보건의료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되다 보니 대한민국 의료의 왜곡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 정책 수립 시 통일된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대한의사협회를 통한 의료계의 정책 자문을 의무화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현장의 상황을 무시하고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관치의료 행태가 변하지 않는 근본 원인에는 대한민국만의 기형적인 단일 공보험 제도인 건강보험 제도가 있다. 

건강보험 제도는 전 국민의 강제가입, 전 의료기관의 강제 지정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강압적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득 및 재산에 따라 누진 적용되어 사실상 세금으로 볼 수밖에 없는 건강보험료로 운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는 의료 공급자의 주체에 따라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로 나누어지고, 공공의료기관은 공보험에 지정제로 운영되며 민간 의료기관은 계약제로 운영되지만, 대한민국의 민간 의료기관은 법으로 공보험에 강제로 지정돼 건강보험 환자를 거부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사실상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전체 의료기관 중 민간의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 지정제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정부가 모든 의료기관을 공공의료기관과 동일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니, 지금까지 정부는 의료에 국가 재정을 적게 투입하면서도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관치의료에 의한 성과는 사실상 민간의 사유재산을 국가가 착취하여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올바르지도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관치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국가가 잘못된 보건 의료 정책을 요구해도 민간 의료기관들은 그대로 따라야 하고, 정부의 정책 실패에 의한 피해도 감내하고 있으나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가의 의료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아닌 민간이 지도록 강제한 이 시스템의 개혁이 없다면 대한민국 의료의 정상화는 기대할 수 없다.

건강보험은 헌법에 규정된 여러 가지 사회보장의 항목 중에서 질병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유지하는 사회보험이다. 따라서 헌법에 규정된 사회보험 유지의 의무를 국가가 이행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헌법에서도 사회보험에 대한 강제가입과 강제 지정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사유재산을 보호해야 함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강제가입을 통해 국민의 보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강제 지정을 통해 국민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지금의 건강보험 제도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국가가 가격을 통제하고 의료 서비스의 범위도 정하는 이러한 불합리하고 일방적인 구조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은 의료공급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왜곡된 의료를 제공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의료공급자로 하여금 정상적인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 행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국민이 자신에게 맞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보험 선택의 자유를 가지기 위해서는 강제지정제와 강제가입제를 폐지해야 한다.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건강보험을 존치한다고 하더라도, 민간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단체 계약 등의 형태로 계약제 원칙을 지키고, 필수보험과 선택 보험으로 보험을 분리해 국민의 보험 선택권을 보장하는 조치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입법부의 포퓰리즘 입법 행태 방지의 필요성과 대책

현재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횟수가 의정 활동 성과의 지표가 되면서 실효성 없는 부실 법안이 남발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지역구나 특정 이익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법을 통해 자신의 재선과 소속 정당의 지지도 상승을 꾀하는 매표 입법행위도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고,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회적 이슈나 충격적인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의 사고 수습이 완료되거나 면밀한 원인 파악이 되기도 전에 각종 규제 입법을 남발해 언론의 주목을 받으려는 국회의원들의 어이없는 행태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규범으로서 법이 존재해야 함에도 지금의 국회는 입법 만능주의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모든 문제를 법으로 통제하려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법안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타 법안 및 기존 제도와의 충돌 등을 세심하게 파악하지도 않고, 일단 발의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묻지 마 입법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묻지 마 입법은 지금까지도 의료 영역에서 무수히 일어났지만, 최근 그 빈도가 잦아지고 법안의 수준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면허박탈법의 경우는 2020년 의료계 단체행동에 대한 보복성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초에 발의됐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극히 일부 의료인들의 행태를 처벌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처벌이 내려진 죄의 종류와는 관계없이 단순히 금고형 이상만 선고되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였기에, 의료 행위와 관련 없는 도로교통법이나 부동산 거래법 등에 의해 처벌받아도 의료인들은 면허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가뜩이나 힘든 의료 현장을 이탈하는 의료인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러한 위헌적이고 과도한 규제 입법은 의료인의 직업 안정성을 더욱 약화시켜 의료 시스템의 위기만 더욱 부추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술실 CCTV법 또한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대리 수술 등 일부 의료기관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호도하면서 여론을 선동해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의료인의 동의가 없어도 환자가 원하면 과실 여부나 사고 여부를 알 수도 없는 CCTV 촬영을 강제하는 것도 모자라 원하지도 않는 CCTV 설치 비용까지 의료기관에 강제하고, 심지어 해당 영상이 유출되면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이 영상 유출의 법적 책임까지 지게 만드는 법을 정상적인 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특정 정치인과 정당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국민 여론을 핑계 삼아 무리하게 입법을 강행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전 세계 최초로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시킨 인권 후진국이 되어 버렸다.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하고 부도덕한 입법 활동으로 인해 선량한 국민들이 피해 입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상임위를 통과하지도 못하는 무리한 법안 발의 횟수를 공개하고 페널티를 주어 국민들이 심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의료와 같은 전문적인 지식과 특수 환경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입법 시에는 법안 발의 전 법률적인 검토만 할 것이 아니라 해당 전문가 집단에 의한 사전 검토를 의무화하여 입법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돌이킬 수 없는 국민적 피해와 사회적 낭비를 막아야 마땅할 것이다. 

◆전문성을 무시한 사법부의 월권적 판결 행태의 문제와 대책

사법부는 판결을 통해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존재의 목적이며, 그중에서도 대법원의 판결은 향후 일어나는 유사한 다른 재판의 판결에 있어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는 측면에서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최종 심판자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그 판결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판결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파장까지도 고려해야 하나, 최근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의 판결들을 보면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특히, 최근 의료와 관련된 재판에서의 판결을 보면,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재판 시 판결에 신중을 기하면서도 전문성을 존중하고 특수한 상황에 대한 고려가 있어왔던 지금까지 사법부의 모습과는 판이한 모습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과 뇌파기기 사용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어이없는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단순히 의료법에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나 뇌파기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명시적인 법 조항이 없고, 초음파와 뇌파를 환자에 적용하는 자체는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되지 않으니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처벌할 수 없고, 의료인간 면허 범위가 허물어져 의료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해진다. 이러한 의료 현장의 혼란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온갖 검증되지 않은 사이비 의료 행위에 노출돼 생명과 재산을 위협받게 된다.

의료인의 면허는 국가가 면허라는 제도를 통해 수행 가능한 의료 행위를 허가해 주는 것이며, 의사와 한의사는 그 면허 범위가 구분돼 규정돼 있다. 

모든 의료 행위에 대한 행위 주체를 법에 명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라는 법조문이 존재할 수 없고, ‘특정 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면허된 것 이외의 행위를 금지한다’고 되어 있는 것이 의료법이다. 

또, 의료 행위는 행위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의료 행위를 통한 진단과 치료라는 결과물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위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특수성을 망각하고 금지한다는 법조문이 없으니 불법이 아니고, 진단 행위 자체는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없으니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 결과는 국민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불러오고 있다.

최근 의료 행위 결과에 불만을 가진 환자 및 보호자들에 의한 소송과 고발이 잦아지고 있는데, 사법부가 이러한 행태를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형사적으로 과실이 없다고 결론이 났음에도 배상 책임을 지우는 판결들이 속출하고, 의사의 고유한 영역인 의학적 판단에 의한 치료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그 결과가 나쁘면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죄를 뒤집어씌워 유죄 판결을 내리는 행태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31일 대법원은 장폐색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교과서적으로 의학적 타당성이 있고, 환자의 요구가 있어 수술을 미루고 보존적 요법을 우선적으로 시행한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금고형을 선고했다. 

당시 치료받은 환자는 결국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음에도 이러한 어이없는 판결이 내려진 것에 대해 의료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의료 행위는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가진 사람을 치료하는 행위이기에 100% 성공이라는 결과는 있을 수 없으며, 그 누구도 예후와 결과를 단정 지을 수 없다. 

불확실성을 가지고 질병을 가진 환자를 회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료임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적으로 처벌하고 민사적으로 과도한 배상 책임을 내리거나 그러한 결과가 예측이 된다면 의료 행위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이러한 판결 행태가 지속되면 결국 우리가 흔히 필수의료 분야라고 말하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에서 일할 의료인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사법부가 부채질했다는 사실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법관이 법리적으로 판단하고 판결을 내리는 것처럼 의사도 의학적으로 판단하고 진단과 처방을 한다. 의사의 의학적 판단마저도 법관의 판결에 의해 옳고 그름이 결정되는 영역이 되어버리면 의사가 의학적 판단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법적 처벌을 면하기 위해서는 모든 의학적 판단은 법원의 판결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는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으므로 자문의를 통한 자문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한 명의 자문의의 의견은 최종적인 것이 절대로 아니며 한 개인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사법부가 한 명의 자문의의 자문 결과만을 토대로 의학적 시비를 가리는 것은 옳지 않음에도, 이러한 판결 행태가 지속되는 것은 전문성을 무시한 월권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의학이라는 분야는 매일 수많은 논문들이 발표되고, 신기술이 쏟아지고 있으며, 신약과 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는 복잡한 첨단 분야이므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환자는 인간이라는 생명체이자 유기체이므로 환자의 치료 결과는 단순히 기계적으로 원인과 결과를 단정 지을 수 없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에 의학적인 판단은 아무리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으며, 한 명이 아닌 다수의 전문가들이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의료 행위에 대한 시비를 가리는 역할은 일차적으로 전문가 단체가 다양한 의견을 들어 판단하는 것이 합당하며, 고의에 의한 중과실이 아니라면 행위의 결과만을 가지고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 

더불어 비윤리적인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무조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보다는 전문가 단체가 자체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려 징계하고, 재발 방지를 도모할 수 있도록 자체 징계권을 부여하는 방향이 합당하다고 판단된다.

◆결론

피부미용 시장은 그 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의료 인력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지만, 정작 필수의료는 메말라가고, 사경을 헤매는 중증 응급 환자들은 갈 곳이 없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의료는 국가 권력기관들에 의해 철저하게 망가져 왔고, 지금도 망가져 가고 있다. 

국가가 면허 제도를 통해서 의료인들에게 권한을 부여했지만, 이는 국민 건강이라는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권력기관들은 의료를 공공재로 취급하고, 철저히 자유의사에 따라 의업에 종사하는 민간인이 대부분인 의료인들을 마치 공무원처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국가권력이 이러한 강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한 대한민국 의료는 올바른 길을 갈 수 없다.

법과 규제가 아닌 의학을 근거로 의료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료인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고, 그 자율성에 법과 규제를 적용하려면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의 문제들은 대부분 국가 권력기관들이 의료 공급자를 통제하고 의료인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벌어졌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의 책임을 다시 의료 공급자와 의료인들에게 전가하면서 심화됐다. 

따라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는 이러한 억압적인 구조로는 절대로 정상적인 의료 체계를 구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대한민국의 의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의료 전문가인 의료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전문가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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