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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매개감염, 항생제 내성 늘어…진료지침 개정”

이승주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회장

지난 3월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기자간담회에서 ‘성매개감염 진료지침’이 개정될 예정임을 안내했다. 

이번 ‘성매개감염 진료지침’ 개정은 지난 2016년 이후 7년만에 이뤄지는 제3판 2번째 개정으로, 챕터는 총 9개 챕터로 나눠져 있으며, 오는 4월 28일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정기학술대회 때 개정된 ‘성매개감염 진료지침’이 배포될 예정이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이승주 회장(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을 만나 이번에 개정되는 ‘성매개감염 진료지침’에 대해 알아봤다. 

이승주 회장은 이번에 개정되는 ‘성매개 감염병 진료지침’ 위원장이자, 대한비뇨의학회 국책사업단장, 대한전립선학회 마이크로바이옴/CPPS위원회 위원장, 질병관리청 성매개감염병 전문가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는 성매개 감염병 분야의 전문가다.



Q. ‘성매개감염’이란 단어가 생소합니다. ‘성매개감염’은 무엇인가요?

A. ‘성매개감염’이란 단어가 약간 생소할 수도 있는데, ‘성매개감염’은 예전에는 우리가 불렀던 ‘성병’이라는 명칭에서 바뀐 명칭입니다. ‘성병’하면 떠오르는 질환들이 ‘성매개감염’에 해당하는 질환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성매개감염과 성병에 대한 차이점을 말씀드린다면 과거에는 검사나 진단 방법들이 굉장히 낙후돼 있었고, 질환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증상이 나타났을 때만 우리가 검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성병’ 밖에 없었습니다.

‘성매개감염’은 병으로 발전하기 전에도 전파될 수 있고,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어도 몸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감염 단계에서부터 원인을 찾아내 치료를 해야 되는 질환으로, 최근 진단방법들이 많이 개발되면서 ‘성매개감염’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Q. ‘성매개감염 진료지침’ 개정안의 진척상황은 어떠한가요?

A. ‘성매개감염 진료지침’ 개정안은 지난 2022년 말부터 2023년 현재까지 질병관리청과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가 공동으로 성매개감염 진료지침 개정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개정 작업은 지난 3월에 마무리가 됐으며, 빠르면 이달 말에 최종 확인 작업과 인증 작업을 거쳐서 개편된 ‘성매개감염 진료지침’이 출판될 예정입니다.



Q. 이번에 개정되는 ‘성매개감염 진료지침’은 어떤 내용들이 추가·개정되나요?

A. ‘성매개감염’의 특징적인 것 중 하나가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 미생물이 굉장히 많다는 것에 있습니다. 대략 조금 중요하지 않고 흔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원인 미생물이 20가지 이상이나 됩니다.

이를 크게 두 분류로 나누면 세균성 성매개감염과 바이러스성 성매개감염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세균성 성매개감염은 다른 감염 질환과 마찬가지로 항생제 치료가 치료의 근간이 됩니다.

문제는 우리가 다른 감염 질환에서도 잘 알듯이 항생제를 지난 수십년간 사용하다보니 내성이 생긴다는 것에 있습니다. 성매개감염도 마찬가지로 성매개감염을 일으키는 원인 미생물인 박테리아에게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최근 굉장히 많이 늘어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성매개감염 진료지침’을 개정하면서 중점적으로 다뤘던 성매개감염의 세균성 성매개감염 질환은 임균에 의한 감염병인 ‘임질’과 ‘마이크로플라즈마 제니탈리움’입니다.

우선 ‘임질’의 원인인 임균 같은 경우는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항생제인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이라는 약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임균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주의를 요합니다. 

이는 ‘마이크로플라즈마 제니탈리움’도 마찬가지인 상황으로, 해외에서 ‘아지스로마이신(azithromycin)’에 대한 ‘마이크로플라즈마 제니탈리움’의 내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가 보고됐습니다.



이에 우리 대한요로생식감염학회에서는 질병관리청과 함께 국내 임균의 내성 패턴을 조사하고 있으며, 국내의 ‘마이크로플라즈마 제니탈리움’ 내성 현황 파악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임균’과 ‘마이크로플라즈마 제니탈리움’의 ‘아지스로마이신’에 대한 내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임균’의 ‘세프트리악손’의 내성 역시 아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외국 같은 경우에는 내성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우리나라도 곧 내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모니터링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기존에 권고됐던 방법대로 임균 치료 시 ‘세프트리악손’과 ‘아지스로마이신’을 동시 투여하면 이득이 없는 것으로 생각돼 임균 치료에서는 ‘세프트리악손’을 500mg 또는 1g을 단회 투여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마이크로플라즈마 제니탈리움’의 경우 기존에는 ‘아지스로마이신’ 1g 투여 또는 ‘아지스로마이신’을 4일에 걸쳐 1.5g을 쓰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아즈스로마이신’ 2.5g을 사용하는 것으로 용량·용법이 개선됐습니다.

이를 고려해 이번 진료지침 개정안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존에 쓰던 용법의 효능이 유효하다는 것을 감안해 ‘아지스로마이신’ 1.5g을 사용하는 용법은 유지를 하되, 내성이 의심되거나 치료에 실패했을 경우 내성 검사를 시행하거나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또는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을 일주일 사용해 세균 수를 줄인 후 ‘아지스로마이신’을 2.5g으로 늘려 사용하는 방향으로 개정됩니다.

더불어 ‘아지스로마이신’의 내성이 확인되거나 용량을 늘렸음에도 치료에 실패할 경우 신중하게 결정해서 ‘목시플록사이신(moxifloxacin)’를 사용하는 내용도 포함됩니다.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Chlamydia trachomatis)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성매개감염인 ‘클라미디아 감염증’에 대한 지침도 개정됩니다.

‘클라미디아 감염증’ 개정 이유 역시 ‘아지스로마이신’ 투여와 관련된 사항으로, 기존에는 ‘아지스로마이신’ 1g 투여가 첫 번째로 권고되고, ‘아지스로마이신’을 쓸 수 없는 경우 두 번째로 ‘독시사이클린’ 투약이 권고됐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아지스로마이신’의 사용이 원인균의 내성 증가 등으로 더 이상 권고되지 않음에 따라 이번 진료지침 개정을 통해 ‘독시사이클린’ 100mg을 1일 2회씩 총 7일간 투여하는 방향으로 개선됐습니다.

이와 함께 ‘독시사이클린’의 원료가 중국으로부터 수입돼 들어오다 보니 최근에 ‘독시사이클린’의 수급 문제가 불거졌던 것을 고려해 품절이 되는 상황을 대비해 같은 계열의 의약품인 ‘미노사이클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됐습니다.

이외에도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될 부분이 ‘HPV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HPV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우리 몸 피부에 사마귀 등을 일으키지만, 일부 타입들은 생식기에서 서식하면서 사마귀나 여성의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입니다.

특히, 일부 고위험 ‘HPV 인유두종 바이러스’ 타입의 경우 우리 몸에 오래 머무르면서 암을 일으킬 수 있는데, 최근에 저희가 이번에 ‘성매개감염 진료지침’ 만들면서 조사를 해봤더니 남성에게서 HPV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한 구인두암 발생이 굉장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최근에 성관계 행동 패턴이 달라져 구강성교가 많아지면서 남성 생식기에서만 서식하는 HPV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구강으로 넘어가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이미 미국에서는 현재 구인두암 비율이 자궁경부암 비율보다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또, 주변에 있는 여러 OECD 국가들도 남성 HPV 백신 접종을 권장 및 국가예방접종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에 발맞춰 이번 ‘성매개감염 진료지침’ 또한 우리도 HPV 백신을 남성에게도 접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이 수록됐습니다.



Q. 진료지침 개정 과정에서 어떤 쟁점·어려움 등은 없었나요?

A. 진료지침을 개발·개정할 때 중요한 것은 다학제적인 개발팀의 구성입니다.

 ‘성매개감염’은 비뇨의학과 또는 한 진료과에서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다양한 검사와 여러 증세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고, 여성들은 산부인과를 가야 하기 때문에 여러 진료과가 같이 동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토의 등을 통해 만들어져야 합니다.

특히, ‘성매개감염 진료지침’은 2011년도에 첫 판이 나올 때부터 다학제로 개발팀이 구성돼 진료지침을 마련한 만큼, 이번 진료지침 개정 때도 다학제 회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진단 문제와 치료 약제 용량 등에 대해 이견이 있었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최적의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는데, 미국의 CDC에서는 ‘마이크로플라즈마 제니탈리움’ 환자가 있을 때에는 ‘아지스로마이신’ 내성검사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사실 환자가 앓고 있는 ‘마이크로플라즈마 제니탈리움’이 ‘아지스로마이신’에 대한 내성이 있는지, 항생제에 대한 감수성이 있어 치료가 잘 될 수 있는 건지 등의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치료하는 것이 맞는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해당 검사가 상용화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지스로마이신’ 내성검사가 실험실적으로 이미 만들어져 있지만, 급여화 또는 비급여 형태라도 통용돼야 하지만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진료지침을 개정하면서 해당 사안에 대한 논란이 좀 있었으나, ‘아지스로마이신’ 내성검사는 꼭 필요한 검사이기 때문에 진료지침을 통해 “반드시 권장한다” 형태로 권고함으로써 국가나 기관·단체들이 인식해 제도를 바꿔나갈 수 있게 한 것이 이번 진료지침 개정의 중요한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Q. 그밖에 하시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A. 최근 일본 등에서 매독이 굉장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본의 질병 추이를 우리나라도 거의 따라가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매독이 굉장히 늘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전수조사를 실시 중인 에이즈 이외에는 일부 기관에서 표본을 추출해 추이 여부를 조사·감시하는 ‘표본 감시체계’ 형태로 운영 중으로,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에서 매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거든요.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매독에 대한 감시가 ‘전수감시체계’로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질병관리청에서 그렇게 개선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상황입니다.

아울러 정부에 요청드리고 싶은 사안이 있습니다.

현재 검사나 보험급여와 관련해 정부에서 심사를 통해 통제하고 있습니다. 통제를 위한 통제보다는 진료지침에서 우리가 권고하는 사항들을 정부에서도 받아들여 우리 의료진들이 최적의 진료를 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