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이 현재의 의료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회원 개개인이 주인의식을 갖고 의협 회무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이철호 의장은 지난 15일 의협회관에서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3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소감을 비롯해 오는 24~25일 정기총회 주요안건, 결선투표제, 의협 및 대의원회 발전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하 질의응답 내용.
◇임기 3년을 마치는 소감과 함께 가장 기억나는 일과 가장 아쉬운 순간을 하나씩 꼽자면.
현안이 계속 닥치고 여러 큰일이 있어서 3년간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대의원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임기를 무사히 마쳐 고맙게 생각한다.
작년 파업 투쟁할 때 여의도 광장에서 수만명의 젊은 의사들, 후배들과 전국에서 모인 의사들 앞에서 의장 격려사를 열정적으로 했다. 그래서 인지 끝나고 목에 피가나 며칠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았던 일이 제일 기억이 많이 난다. 점잖치 못하게 많이 흥분을 했지만 많은 후배들에게 고맙다는 전화도 많이 받은 것이 기억에 난다.
아쉬운 순간은 파업 투쟁이 끝나고 마무리 과정에서 여러 혼선이 있었던 것이다. 매끄럽지 못해서 탄핵 문제로 임총이 열리고, 투쟁이 진행 중인데 동력이 저하됐다.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 안타까움 남아있다.
◇오는 24, 25일 의협 정기대의원총회가 개최된다. 이번 정기대의원총회의 주요 안건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올해 정총에 올라온 안건 중 특이할 만한 내용은 한국여자의사회가 산하단체로 가입하는 정관 개정안이다. 지금 대한민국 의사 중 여자의사 비율이 24~5% 정도이고, 현재 의대에 여성 재학생이 계속 늘어 앞으로 50% 정도는 여자의사로 채워질 것 같다. 사단법인인 여자의사회는 이미 큰 단체이고, 의협 산하단체로 오는 것은 고무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여자의사회는 산하단체는 아니었지만 많은 배려를 해줬는데 정식 산하단체가 되면 정관개정이 필요하다. 위원추천, 대의원 수 배정 등 가입 후 복지부 승인을 받으면 후속조치가 이뤄질 것 같다.
이밖에도 면허취소박탈법, 한방대책, 비급여 신고 의무화, 공공의대·의대정원 문제, 코로나19 감염병 대책, 수가문제, 국민선택분업 등 여러 부의안건을 분과별로 분류했고, 분과위원들이 충분한 토의를 한 다음 본회의에서 채택을 하게 된다.
코로나 때문에 굉장히 걱정이 많다. 더케이 호텔과 긴밀히 협조하며 진행하고 있다. 도와주실 의협 직원들은 이미 코로나 검사 2번씩 받았다. 참석할 대의원들에게도 협조공문을 미리 보내 이미 백신 맞으신 분들도 계시다.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을 시 사유서를 내면 2회 불참 시 결격을 면제하려고 한다.
룸도 몇 곳으로 나눠 준비를 하고 있다. 식사도 간편하게 도시락으로 떨어져서 방역원칙을 철처히 지키며 하도록 할 예정이다. 장소가 서초구 소관이라 서초구보건소, 서초구의사회와 긴밀히 준비하고 있다.
작년은 집행부 바뀌는 시기도 아니고, 코로나19가 처음이라 연기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이행하는 과도기라 연기하기 어렵다. 면허강화법 등을 손놓고 있다가 당하게 되면 회원들만 피해를 본다. 차기 집행부가 빨리 출범할 수 있도록 예산도 빨리 세워 회무를 도와줘야 하고, 대의원회도 의장, 감사 선출이 있어 꼭 해야 한다.
◇지난 회무를 돌아보며 대의원회가 의협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와 함께 대의원회나 운영위원회의 개선점이 있다면.
대의원회의 대자가 대신할 대이다, 대의원들이 자기를 선출해준 지역이나 직역의 회원들을 대변하는 것이다. 집행부가 회무를 잘 하게끔 하는 것이 고유의 역할이다. 집행부가 회무를 잘하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회원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 좋은 결과를 내야하는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대의원회는 전국, 각 직역에서 모이다 보니 의견수렴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모든 의결사항, 안건은 대의원이 결정하는 것이다. 대의원회와 집행부와 더 유기적인 관계가 돼야 한다. 매번 총회를 열 수 없으니 결국 운영위가 집행부가 일을 잘하는지 애로점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예전에는 운영위가 정관에서 제대로 된 포지션을 차지 못했는데 지금은 정관에 역할이 명확히 명시돼 있다.
공동선에 대해 고민하는 운영위가 돼야 한다. 지금껏 의결하는 것을 보면 수비축구만 해온 것 같다. 능동적으로 좋은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의결해 집행부에 주고 집행부도 좋은 안건은 총회에 내놓고 해야 하는데 매번 정부·여당·시만단체 등에서 이상한 것을 내면 수비만 하다가 3년을 보낸 것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는 종주단체로서 공격적으로 주도적인 역할 할 수 있도록 역량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차기 의장 후보로 임장배 후보와 박성민 후보가 출마했다. 새로 선출될 의장에게 조언을 한다면.
봉사하시겠다고 출마한 두 분께 감사드린다. 이왕 출마하셨으니 페어플레이 하시고 선전해 잘 선택받길 바란다.
의장이 개인의견을 의결 전에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안이 있을 때 대의원 각각의 의견들이 집합되고, 토의하고, 의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먼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피해줬으면 한다.
항상 소통을 부탁드린다. 상시 운영위원들과 개별적으로 직접 소통하고 의견을 잘 수렴하는 것이 의장의 할 일, 덕목이라 생각한다.
저는 3년간 매일 아침 6시 일어나 출근을 하면 20여개 의료전문지 기사를 보고 그 중에 10개정도 선별해 대의원 운영위 메신저에 올렸다. 보통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의견도 듣고 설명도 하고 3년을 해보니 운영위원들도 현안에 대해 생각하는 깊이, 통찰력이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더라.
희생하는 의미에서 잠도 좀 줄이시고. 의료계가 귀담아 들어야할 경고·정보를 의장이 잘 챙겨서 운영위원들에게 소개하고 그러다 보면 현안이 실시간으로 바로바로 알려지고 대응책이 금방 나오는 효과가 있다. 총회를 하지 않더라도 항상 총회를 하는 것처럼 된다.
실행하기 곤란하다면 분과가 있으니 파트별로 그분들과 잘 하면 운영위도 활성화되고 고급정보가 돌 것이다. 3년간 바쁘실 것이다. 두 분은 잘하실 것으로 생각한다. KMA 폴리시 조금더 관심을 가져야한다.
◇지난해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회 개혁 TF를 구성했다.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과 TF에 대한 평가는.
대의원회 개혁 TF가 지난 10월 정총에 발의돼 구성됐다. 역사상 처음인 거 같다. 7번 정도 회의를 했다. 저도 다 참석해 토의를 들었다. 전공의 대의원수 증원 등 개선이 정총이 열리는 짧은 순간에는 잘 안되기 때문이었다. 정관의 여러 민감한 부분을 개선하는 안을 만들었다.
이번에 법정관 분과에서 심도있게 논의해서 필요한 부분은 의결할 것이고, 미뤄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번 개혁TF는 충분한 안을 내기에 시간이 짧았다. 2기가 출범해 향후 3년동안 매년 좋은 안을 제시하면 좋은 개혁이 이뤄질 것이다.
여의사회가 들어오는 문제도 있고 해서 이번 정총에 최종안을 올리지는 않았다. 개편으로 특정 직역에 불편이 생기면 안된다. 어디를 줄여 어디를 주면 분열을 가져오고 화합하는데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늘리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차기 TF에서 충분히 논의할 것이고 전공의, 공보의, 전임의 등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와 의협의 미래 책임지는 분들에 대한 배려와 인재를 키우는 측면에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내년 총회쯤에는 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TF가 통합안은 못냈지만 회의자료 등은 차기 TF에 그대로 물려줄 것이다. 충분히 검토하시고 3년 정도 지나면 혁신적이고 융합적인 대의원회로 거듭날 것이다. TF위원들이 코로나 시국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짧은 기간 많이 고생하셨다. 수고하셨다고 전하고 싶다.
◇의협 회장 첫 결선 선거에 대한 평가와 우편 및 전자투표에 대해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사상 처음으로 결선 투표제가 도입됐는데 손해를 봤다면 임현택 후보, 득을 봤다면 이필수 당선인인데, 과반수 이상 득표라는 정당성이 결선투표제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1차투표 후 결선투표할 때 모든 정보가 차단되고 선거운동을 못하게 한 것이 오히려 부작용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차투표와 결선투표 사이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우편투표없이 전부 전자투표로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이 든다.
선거는 하나의 축제다. 결선투표제의 좋은 점은 살리고, 근거없는 상대방 비방은 없애고, 후보의 장점은 선전은 해야 회원들도 관심가질 것이다. 선거권은 여러 안이 있는데 대의원회에서 논의해 되도록 많은 회원들 합리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 같다.
◇최대집 집행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임기가 끝나지 않은 의장이 회장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느낌이 있다. 한가지 힘들었던 점은 최 회장은 그동안 의협회무나 시군구의사회 경력이 전혀 없었던 분인데 갑자기 오셨다.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점이 아쉬웠다.
회무나 의사결정과정, 정관,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것, 그런 경험이 있었으면 지금보다 많이 매끄럽게 되지 않았을까. 최 회장도 열심히 했고 집행부 임원들도 열심히 해서 크게 의협이 좌초나 파산되지 않고 잘 온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장점은 파업투쟁 등 능력이 있는 것이고, 디테일한 면에서 경험이 적어 충분한 성과를 다 얻지를 못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은 있다. 결론적으로 모든 회원들이 만족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최 회장은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축구는 시작하고 5분, 끝나기 5분전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과도기다. 회원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잘 챙겨주시기 바란다. 이 때 골을 먹으면 결정적 타격이 된다. 다행히 인수도 잘되고 있고, 대외협력도 국회를 잘 하는 것 같아 안심이 되기도 한다.
의협 113년 역사에서 향후 3년이 대격변이라고 본다. 의사들의 위상, 위치가 정해지는 앞으로 3년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위치를 정립하고 권위를 찾느냐 못찾느냐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회장을 뽑아만 놓고 잘 하겠지 하면 큰 성과를 못 낸다. 의협회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심갖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봐야지 방관자적 태도는 이 중요한 3년동안 피했으면 한다.
의협회장이 일을 잘 하려면 임원도 훌륭한 분으로 잘 모시고, 직원들과 협조도 잘 돼야 하지만 재정적 뒷받침이 잘 돼야한다. 앞으로 대국회 활동을 보면 의사영역을 침탈하려는 한의사나 간호사, 물리치료사에 대응하고, 각종 악법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려면 소송문제, 헌법소원 등 경비가 많이 들어갈 것 같다. 판결 한번 잘못되면 이후로 계속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소송이나 대외활동으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군자금이 든든해야 한다.
율곡이이 선생이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는데 10만 회원이 회비를 납부하는 캠페인을 제안하고 부탁드린다. 의협회원이 주인이다. 자기집 살림 잘 돌아가도록 회비도 납부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도 투쟁의 일환이다. 파업만 투쟁이 아니다. 10만명이 회비를 냈다는 것은 상대방이 건드리지 못하는 경고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의사들은 고립무원, 사면초가나 마찬가지다. 그간의 정부나 국회 등의 여론플레이를 탓할 때가 아니다. 도움의 손길이 없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잔인한 4월에 황무지에 선 느낌을 타개하려면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회비도 완납하고, 회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제대로 된 의협을 만들어 의사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행복한 진료로 국민의 건강도 살릴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