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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코로나 악재에도 장기기증자 증가…기증법 변화 필요성 여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지난해 뇌사장기기증 478명
이식대기자는 3만명 꼴로 증가 “효율적 뇌사판정기준 정립”

작년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춤하던 장기기증이 3년 만에 다시 상승세를 회복했다. 그러나 이 정도 결과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기증을 위해 사회 구조가 변화한 만큼 장기기증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하 기증원)에 따르면 2020년 뇌사장기기증자는 전년(450명) 대비 28명(6.2%) 증가한 478명으로 집계됐다. 뇌사장기기증자 수는 지난 2017년(515명) 말경에 기증자 예우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2018년 449명, 2019년 450명을 기록하는 등 내리막길을 타다가 지난 2019년에 감소세를 반전시켜 450명을 기록, 지난해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오히려 기증자가 증가한 것이다.


기증원 관계자도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다. 기증원 장경숙 홍보부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병원들이 외부인 출입을 많이 경계하고 코디네이터가 병원을 방문해 중환자실을 돌아다니면서 기증과 관련해 보고해야 하는데 그런 활동들이 모두 막히면서 ‘큰일 났다. 이러다 기증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하고 염려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지난해 방영해 큰 인기를 끌었던 ‘낭만닥터 김사부’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의 의학 드라마에서 장기기증을 소재로 다룬 것이 기증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았다.

장 부장은 “코로나로 병원에 장기기증 홍보를 위한 방문도 하지 못하면서 뇌사추정자 확인과 보고 건수도 줄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면담을 통해 기증하겠다고 결심하신 분이 늘었다”면서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 내용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실제로 드라마가 방영된 후 다음날 기증 관련 전화가 빗발쳐 대응하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뇌사장기기증자 수는 증가한 반면, 조직기증자 수는 102명으로 2019년(116명)에 비해 14명 감소했다. 조직기증자 수 감소는 지난 3년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장 부장은 “원인 파악이 명확히 어렵지만, 조직기증 대상이 뼈, 피부, 혈관 등이다 보니 환자 가족분들이 심각하게 여기시고 꺼리셔서 기증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선진국 수준의 장기기증 문화를 조성해 기증률을 높이고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이 강조돼왔다. 또 연명의료중단이 합법화되는 등 근 10년 동안 일선 의료진의 노력과 많은 변화로 기증문화도 발전을 이뤘지만, 뇌사 장기기증의 감소 속에서 기증의 속도보다 이식대기자가 더 빠르게 늘고 뇌사판정위원회의 심사과정이 오래 걸려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하거나 장기를 못 쓰게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연보 및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식대기자 수는 2만 7701명, 2018년 3만 544명, 2019년 3만 299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3만 5852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토론회 등을 통해 장기기증 활성화의 대안으로 뇌사판정기준 완화, 효율적 뇌사판정위원회 개선 등 여러 대안이 제시됐지만, 연 3만명 꼴로 증가하는 이식대기자 수를 감당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장 부장은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도입돼야 할 대안으로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onation after Circulatory Determination of Death, DCD)’을 꼽았다.

장 부장은 “장기기증과 DCD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스페인의 경우 인구대비 기증률이 40대인 반면, 우리나라는 8.9에 불과하고 스페인의 장기기증 반할은 DCD로부터 얻는다. 기증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DCD를 하고 있다”며 “지금의 국내 뇌사판정기준은 2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서 지금 현실에 맞게끔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증자의 유가족 말씀을 들어보면 기증을 위한 번거로운 조사과정과 긴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다고 이야기하신다”며 “또 우리나라는 장기기증을 위해 반드시 선순위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만약 (선순위 보호자와의) 연락이 끊어져 있다면 우리가 찾아야 한다. 점점 핵가족화 되어가는 사회 구조 변화 속에서 법이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고, 변화에 따른 효율적인 뇌사판정기준이 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기증에 대한 명확한 개념 이해와 기증문화의 변화를 위해 더 활발한 교육과 홍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시민사회 역할 강화와 언론의 올바른 정보전달, 국가의 관심 등을 피력했다.

한편 DCD는 지난해 10월 17일 기증원과 대한이식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온라인 공청회에서도 도입 필요성이 강조된 바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해 발표한 고려대 안암병원 김동식 장기이식센터장은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정책연구 용역사업으로 시행한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 제도 도입 방안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DCD 도입 필요성에 대한 현장의료진들의 종합된 의견을 공유했었다.

김 센터장은 “2011년 6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조사된 총 뇌사추정자 신고 건수는 1만 5497명으로 이 중 장기기증에 성공한 사람은 3882명(24.2%)인데 반해, 장기기증에 실패한 사람은 1만 1736명(75.7%)”이라며 “DCD를 시행할 경우 우리나라 장기 기증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끝으로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원장은 “먼저 올해 기증해주신 478명의 기증자와 그 유가족분들께 감사드린다. 기증자 덕분에 약 2000여 명에 가까운 생명이 다시 살 수 있었다”면서 “오래전에 불거진 기증자 예우 문제로 국민들이 큰 실망을 했고, 이것이 기증 하락으로 이어지는 아픈 경험을 했다. 다행히 지금은 정부에서 여러 제도개선을 통해 작년부터 회복세로 들어섰다. 이런 증가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