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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협 한특위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즉각 중단” 촉구

대량 생산된 첩약, 안전성·유효성 의심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미검증된 문제뿐만 아니라 원외탕전실 제조 문제, 첩약의 부작용 및 피해사례 등 수많은 문제점이 있다면서 정부를 향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특위는 23일 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반값 한약이라는 포장으로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첩약에 대한 대국민 임상시험이 시작된 것”이라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첩약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즉시 중단돼야 마땅하다. 시범사업 기간 내내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0일부터 시행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으로 3년간 ▲월경통(원발성·이차성·상세불명 월경통) ▲안면신경마비(상병명 벨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65세 이상·뇌혈관 후유증·중풍 후유증) 등 3개 질환에 요양급여비용의 5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며, 5~7만원의 본인부담금만으로 첩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시범사업에는 전국 한의원 1만 4129곳 중 62%인 8713곳이 참여했다.

한특위가 우려한 지점은 크게 ▲명확한 표준화와 객관화가 이뤄진 국내 임상진료지침의 부재 ▲원외탕전실 인증제의 악영향 ▲한약 부작용 및 피해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국내 임상진료지침 부재에 대해 의협 한특위 김교웅 위원장은 “한약을 조제할 때 어떤 한약제가 들어가는지는 알 수 있지만,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며 “용량이 포함되지 않으면 한약의 객관화와 표준화를 할 수 없고, 환자의 체질마다 조절해야 한다면 안전성과 유효성 판단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협 한특위 김태호 부위원장도 “누차 말했듯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이후에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서라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얼마든지 해도 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근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심지어 국민한테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가 계속 반대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을 이용해 강압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9·4 의-약-한-정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고 조정해서 알맞게 시범사업을 하자고 이야기했음에도 합의사항을 이행조차 하지 않고 진행한다는 것에 분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특위는 원외탕전실 인증제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원외탕전실 인증제는 한약이 안전하게 조제되는지에 대해 검증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보건복지부가 탕전시설 및 운영뿐 아니라, 전반적인 조제 과정을 평가·인증하는 제도다.

한특위가 우려한 지점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는 일반한약조제로 인증된 원외탕전만 참여가 가능한데 2018년 9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가 도입된 이후 올해 9월 한약조제로 인증된 전국의 원외탕전실은 기존 1곳에서 4곳이 추가된 불과 5곳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대량으로 만들어진 첩약이 과연 안전하고 적정하게 관리될지에 우려스럽다는 것.

김 위원장은 “첩약을 한의원이나 공동이용 탕전실에서 직접 달이는 비율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일선 한의원의 운영 형태를 볼 때 대부분의 첩약이 원외탕전실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현재 일반한약조제로 인증받은 5개의 원외탕전실에서 전국 8713곳 한의원 중 일부 자체탕전, 공동이용탕전을 제외한 모든 한의원의 시범사업 첩약을 만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5개의 원외탕전실 1곳당 몇 개의 한의원을 담당해 첩약을 만들지, 하루에 몇 명분의 첩약을 만들지, 원외탕전실 한약사 1명은 얼마나 많은 첩약을 만들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전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약사 1명이 근무하는 원외탕전실 1곳에서 전국 1396개 한의원의 첩약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한약사 1명이 근무하는 원외탕전실 1곳이 수백, 수천 곳 한의원에 첩약을 만드는 것을 의약품 제조가 아닌 조제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원외탕전실은 인증제라는 허울 속에 가려진 의약품 대량불법 제조공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특위는 한약 부작용 및 피해 문제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한방진료 분쟁 중 한약 치료 관련 피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며 “특히 한약 복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조사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최근 3년 6개월(2017년 1월~2020년 6월)간 접수된 한방진료 관련 피해구제 신청 127건의 피해구제 신청 이유를 보면 ▲부작용 58건(45.7%) ▲효과 미흡 35건(27.6%) ▲계약 관련 피해 28건(22.0%)으로 나타났다.

한약 치료 후 부작용이나 효과미흡에 대한 피해구제 신청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처방이나 한약재를 확인하려 했지만, 진료기록부에 한약 처방 내용이 기재되어 있던 경우는 5건에 불과하고, 비방(秘方) 등을 이유로 처방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곳은 35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정부는 이렇게 국민들에게 수많은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한약을 관리·감독하기는커녕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끝내 강행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며 그 저의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의협 김대하 대변인도 “소비자원 자료에서 보면 어떤 한약을 먹었는지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비방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안 하거나 어떤 약제가 들어갔는지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뭘 얼마나 먹었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에 대해 과연 정부가 어떻게 이를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말을 보탰다. 

이에 한특위는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즉각 중단 ▲전수조사를 통해 전국 원외탕전실의 의약품 불법 제조 실태 즉각 파악 ▲현시점에 기준자격 미달로 인증받지 못한 모든 원외탕전실 즉각 폐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볼모로 한 정부의 한방선호 정책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