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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업무개시명령, 기본권 침해 부당조치”

업무개시명령 위반시 형사고발? “법조계 충격 받아”
김재현 위원장 “의협, 노동조합 전환이 대정부 협상 유리”


공공의대 설립, 의대정원 확충 등에 반대하며 촉발된 의사총파업 당시 전공의들에게 내려진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기본권을 침해한 과도한 조치였다는 것이 법조계·의료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8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의료관계법상 업무개시명령의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서 법무법인 오킴스 김용범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의 현황과 법적으로 문제점은 없었는지 짚었다.

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 1, 2항에 따른 것이다. 59조 2항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특수성과 인적 구성 등의 사실관계를 토대로 판단해야지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전공의 파업이 환자 진료에 지장을 준다는 막연한 사례로 처분한 사유는 부존재하다”는 것이 김용범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의 주된 이유로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을 들고 있으나, 그러한 사유가 어떠한 점에서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서 정한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우려’에 포함되는지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보건복지부의 사전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기관 200곳 중 조사에 응한 163곳을 기준으로 전임의의 휴진율은 6.1%에 불과하고 일부 의료기관만이 사전휴진을 신고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사전에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절차상의 하자의 가능성과 사실 오인의 위법(처분 사유의 부존재)의 가능성 말고도 ▲명확성의 원칙 위배 ▲기본권의 침해 가능성 ▲비래의 원칙 위반 가능성을 업무개시명령 부당함의 이유로 꼽았다.

김 변호사는 “전공의들도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근로자성을 가지므로 헌법 제10조에 의한 일반적 행동자유권뿐만 아니라 헌법 제33조에서 보장하는 단결된 단체행동권을 누릴 자유를 가진다”며 “이번 사건에서 복지부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 대해서도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공의가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형사고발을 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법조계는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단지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사직의 자유까지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병상 수에 따라 필요인력 구성을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 집단휴진 사안에서 어떤 병원도 의료법 감염관리인력 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복지부가 국민건강의 보호와 증진이라는 공익을 추구하려는 점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을 통해 실질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공익보다 원고들(전공의들)이 입게 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단결권 단체행동권과 직업 수행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인 제한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의료인 통제, 의료 민주화 위태롭게 하는 행위”

다음 발제자로 나선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선 법제도팀장은 독일법계 사례를 중심으로 해외 선진국에 대한 의사 파업과 행정명령 한계에 대해 설명했다.

김 팀장은 “병원 내에서의 단체행동, 단순히 경제적 이득을 취할 목적, 필수 응급의료 업무 등 법적·내재적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 순수히 단체 파업을 이유로 의사를 형사처벌 한 전례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1908년 스위스 형법 입법안을 예시로 들며 “사회적 이익 또는 전체이익,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라는 미명 아래 여론을 형성하고 국가적 책무를 기본권 주체인 의사에게 명령한 예는 전시상황 또는 사회국가주의 시대를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문재인 정부가 극단적 사회민주주의 국가 또는 사회국가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의사의 단체 행동을 범죄화하는 의료법 제59조 개정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역행하는 의료인 통제 목적의 의료법 제59조의 남용과 의료인을 물적 대상으로서 관리하려는 시도는 결국 의료 민주화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재환 수련이사와 경희대학교 김기영 교수, 김재현 전국의사노조준비위원장도 토론자로 참석해 각각 말을 보탰다.


김 수련이사는 “전공의들은 주 80시간 넘게 근무하고 있는데, 잘못된 의료정책에 맞서서 파업도 하지 못하면 노예와 다름없다”면서 “원래도 비인기과였던 응급의학과나 흉부외과 등에 전공의들이 더 지원하지 않으려 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사가 응급상황을 지원하는 것은 의학적 사고 및 행동방식에 해당하며 이는 특히 전염병 상황에도 적용된다”며 “강제동원의 위협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신호이며 그들의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어 위험한 상황이 통제될 수 있다면 자발적인 해결책이 근본적으로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강제노동 의무 대신 유인책의 인센티브와 유연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위원장은 의협이 노동조합의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의협은 개원의와 봉직의 단체의 대표성과 이들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더 이상 지금의 그릇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며 “근로기준법과 아울러 노조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학교수, 전공의를 포함한 봉직의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냥 개원의 단체도 정부를 상대로 수가계약상의 갑을 관계를 주장해 노동자 인정을 받아 전국의사노동조합으로 태세전환을 하는 것이 향후 대정부 협상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 좌장을 맡은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우리 연구소에서는 정부가 합법으로 위장해 옥죄고 있는 의사의 인권침해 사례를 연구하면서, 의사의 자유의지를 억압할 목적으로 제정된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과 의사를 공공재로 편입하려는 특별법 개정 시도에 주목했다”며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있는 의사의 업무개시명령과 형사처벌은 독재국가의 전형적인 산물로써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형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토론회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무지에서 비롯된 정부의 의사의 인권 침해행위에 대해 문제점을 찾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