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따른 의사수 확충 정책에 대해 단순히 확충을 넘어 지역사회 공공보건의료가 중점적으로 확대·강화돼야 한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지방 공공의료 시설·인력 부족과 함께 확충필요성의 대두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23일 지역의사 3000명을 포함해 의대정원 4000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발표,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이에 대해 병원계는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대대적인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즉각적인 반발에 나서 파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도 늦었지만 정부의 대책이 제시된 것은 다행이나 정부의 이번 계획은 지역간·전공과목간의 의사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고,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계획이 부재하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8개 시민사회단체가 31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공공의료 의사는 어떻게 양성해야 하나?’를 주제로 정부 의대 증원 방안의 문제점과 대안을 고민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서 서울대학교 김진현 교수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와 공공보건의료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료이용량의 급팽창, 지역간·부문간 불균형, 공공의료인력 부족, 의료산업의 성장으로 의사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취약한 공공의료, 인구 고령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을 고려해 의사인력 공급부족 해소를 위해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 보건소 256개 중 의사가 보건소장인 기관은 104개(40.6%)로 특별시와 광역시는 84%인 반면, 도 단위는 22.7%에 불과하다”며 “공공의료 전문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장기 의사 수급전망에 대해 “2019년 기준 OECD 평균으로 보면 7만 4733명(70,8%)의 의사 수가 부족하고 OECD 기준 의대 졸업자 수에 도달하려면 입학정원 5300명이 필요하다”며 “입학정원 5000명 이상이어야 중장기적으로 수급 격차 해소가 가능하고 입학정원이 부족하면 공급부족 해소에 장시간이 소요돼 환자의 희생, 사회적 비용의 증가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현재 시장상황과 중장기 전망을 고려하면 단계적 증원보단 일괄 증원 후 2030년 이후 감속 정책이 합리적”이라며 “민간의료기관 의사도 부족하므로 총량 증가 없이는 지역간·부문간 불균형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고, 이로 인해 공공의료 분야의 의사 구인난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존 의과대학의 소규모 정원을 100명 수준으로 증원하고 권역별로 100~150명 규모의 공공의대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새로운 지역공공의료 인력 판 짜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나백주 교수는 지역공공보건의료 인력 관리 체계의 새로운 판을 짜야한다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공공의료체계 및 인프라 개선과 아울러 우리사회의 공공의료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통해 중장기 안정적인 공공의료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감염병 대응체계도 중요하지만 실제 문제가 발생하는 지역사회 현장대응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보건소 역시 부족한 의사가 평균 1~2명으로 선별진료소로 의사가 소진되고, 역학조사관도 부족하다”며 “서울시립병원도 이직률이 19.2%에 이르는 등 인력문제가 심각하다. 인력 문제는 가장 변화가 쉽지 않으며 중장기적인 준비와 관련 조직과 보건의료전달체계 변화와 함께 단계적으로 실현해 가야한다”고 피력했다.
나 교수는 호주, 일본, 미국 등의 외국 사례를 들며 지역의사 양성에 필요한 두 가지 접근 전략을 소개했다. 의과대학에서 지역공공의료 양성을 시작해 그 성과를 점차 여타 의과대학으로 확산하는 노력과 지역공공의료인력 관리체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각 지역별 공공의료 요구가 차이가 나고 지역마다 고유한 질병 특성에서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추어 공공의료인력이 양성될 필요가 있다”며 “전국을 3~4대 권역으로 나누어 새로운 공공의과대학을 신설하고 그곳에서 맞춤형 공공의학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 “보건복지부에 지역공공보건의료인력 관리를 담당하는 별도 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보건 부서를 따로 때어내서 가칭 보건의료인력개발원을 만들어 체계적인 공공보건의료인력 관리와 전체 보건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전략을 수립,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지역 내에 지방의료원이 강화되거나 확대되어야 한다”며 “지방의료원이라 하더라도 적당한 규모를 갖추어야 하고 취약지에 소규모 지방의료원은 인근 대학병원과 의뢰 및 지원체계를 충분히 갖추어 차질 없는 의료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과대학생들의 공공의료 현장경험 필요”
의대정원 확대 관련 정부는 교육계·지자체·의료계와 함께 앞으로 더 논의해 가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 연구원은 “국민들의 보건성을 높이는 방안은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적인 확대, 보건의료 형평성의 개선, 보건의료 서비스의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며 “의과대학 교육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이 의료취약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고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공공보건 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해 동기부여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러한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의과대학 모델이 아닌 공공의료에 초점을 맞춘 시골의과대학, 지역의과대학 설립이 필요하다”며 “의과대학의 사회적인 책무를 강화해 지정된 지역, 인구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되어야 하고, 단순히 입학정원 확대를 넘어서서 현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춘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보건복지부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은 “공공의료 강화계획을 갖고 있고 당연히 지역에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지자체·당사자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며 “공공과 민간이 어떻게 조화롭게 역할을 하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고, 적절한 자원을 공급할 수 있을지 여러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이와 함께 교육도 중요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공공의대 설립문제에 있어서 의대를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지역의사제의 경우 지자체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단순히 인원을 배정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지역의사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교육계·의료계와 함께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