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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감염병 전문가들 “호흡기전담클리닉 대책 없어” 비판

의료기관 폐업위기, 지원보상체계 마련 강조

정부가 내년까지 호흡기전담클리닉 1000개소를 설치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인 고려대 구로병원 김우주 교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교수의 의견을 전화통화로 들어봤다.[편집자주]

 

정부가 내년까지 호흡기·발열 환자의 1차 진료를 담당하는 호흡기전담클리닉’ 1000개소를 설치, 의원·병원급 국민안심병원 호흡기전용외래를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전환한다는 방안에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며 비판했다.

 

날씨가 추워지고 건조해지면 감기, 호흡기환자가 급증하게 되는데 일반적인 감기로 생각해 의료기관을 찾았다가 뒤늦게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되면 해당 기관은 폐쇄, 주변 의료기관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증상이 심한데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더 위험할뿐더러, 반대로 감기 증상인데 코로나19로 의심하고 선별진료소를 찾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감염에 노출될 위험도 적지 않은 상황.

 

그래서 정부가 해결방안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호흡기전담클리닉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코로나19와 증상 구분이 어려운 호흡기 및 발열 환자에 대한 일차진료를 담당함으로써 병원이나 선별진료소를 찾기 전 코로나19 의심환자는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게 하고, 나머지 코로나19 소견이 없는 일반적인 환자는 증상에 맞는 의료기관에 보내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에 예산 500억을 투입해 올해 연말까지 지방자치단체에 500개소를 설치, 내년까지 전국에 총 1000개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박능후 1차장은 1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건소당 관내 1개소 이상의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설치하고 인구수에 따라 추가설치 하겠다설치유형과 시설규모 등은 각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지역 여건에 맞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의 선도 모형을 발굴·홍보해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가천대길병원 엄중식 교수는 사실상 지자체에 책임을 던져버린 격이라며 정부가 예산을 받으라고 해서 받았는데 지자체들은 어떻게 해야 될지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사회의사회의 협조도 얻어야 하는데 어떤 시도의사회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과연 가을까지 준비가 되겠는가 의문이고, 호흡기전담클리닉을 만들 때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와 지원·보상체계가 필요한데 그런 것 없이 올해 500, 내년 500개 해서 1000개를 만들겠다’, ‘예산은 이만큼 확보했다그러고서 지자체에 던져놓고 알아서 해라이건 좀 무책임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엄 교수는 개방형 클리닉과 의료기관형 클리닉이 갖는 한계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건소 등에 장소를 마련해 지역 내 의사가 진료하는 개방형 클리닉과 시설·인력 등 일정 요건을 갖춘 곳을 지정하는 의료기관형 클리닉으로 구분되는데, 엄 교수는 이 두 형태 문제점을 설명했다.

 

엄 교수는 개방형 클리닉의 문제점으로 가을에 호흡기질환이 늘어나고 이때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호흡기질환을 볼 수 있는 과들이 바빠지는 때라며 근데 이 과들이 지금 환자가 줄어서 당장 폐업위기에 몰려있다. 이 상태에서 개방형 클리닉에 그나마 있던 환자들이 몰리면 먹고 살 길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관형 클리닉에 대해선 하겠다는 병원은 있지만, 감염병 환자들이 모인다는 그런 걱정 때문에 환자들이 기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특히 여러 가게가 모인 상가건물 같은 곳에 자리해 있는 의원급 병원들은 주변의 반발로 아예 유치조차 하지 못한다독립건물로 된 곳이 그나마 유치가 가능할 텐데 굉장히 제한적이고 오히려 기껏 유치했는데 여러 가지 상황으로 나빠질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상당한 난항 예상

 

엄 교수와 마찬가지로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도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운영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폭넓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재갑 교수는 장기적인 코로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을 만들기는 해야 하고, 1차 의료기관들이 코로나 환자 보기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하고 있어서 안전하게 볼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가을과 겨울 1차 의료기관이 호흡기환자를 못 보게 될 경우 경영적으로 타격받을 수밖에 없어서 개선차원으로 시도는 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도 마찬가지로 지금 리모델링 비용만 책정해놓고 운영과 관련된 비용은 수가로 보상하겠다는 말밖에 안 나오고 있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수가만으로 했다가는 만약 환자가 별로 발생하지 않을 경우 경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클리닉 운영이 공공성 강화 측면이라면 운영비도 일정 부분 지원돼야 할 것 같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만 준비돼서는 안 되고 인력, 장비 등도 완비돼야 한다고 고려대구로병원 김우주 교수는 말한다.

 

김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 때 날씨가 쌀쌀해지는 9월 초부터 환자가 늘기 시작해 9월 중순에 갑자기 늘었다그러면 한 달 반 정도밖에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인데, 클리닉만 가지고서는 안 되고 의료진이나 보호장구, 약품 등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야 하지만 시스템이 완비되기까지 시간이 많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의료진들이 많이 지쳐있는 상황인데 호흡기전담클리닉을 병행해서 하라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며 병원장이나 경영진은 병원 경영 걱정하고 있고, 감염관리에 만전을 기울이다 보니 직원들도 스트레스 받고, 쉴 틈이 없다. 정부는 코로나19 완전근절에 대해서 포기한 것 같고 이 정도 선으로 억제해서 끌고 가려는 것 같은데 그런 부담들을 의료기관들이 떠맡고 있으니 힘들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현장·전문가 목소리 들어야

 

세 명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전문가와 폭넓은 논의를 나눠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갑 교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바꿔야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만 추진하고 현장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꾸 정책이 추진되는 것 같다대한의사협회나 개원의협의회 측에서 지금 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든 구조다. 그래서 더 폭넓은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현장의 목소리도 중요하고 감염병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단순히 진료와 치료만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호흡기바이러스가 국내에 어떻게 유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역할도 정부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중식 교수도 이에 동의한다며 그게 정부의 고질적인 문제다. 나중에 오는 뒷감당을 전문가나 지자체들이 하고 있어 고유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호흡기전담클리닉 뿐만 아니라 지금 소진된 의료인력에 대한 충원이나 휴식을 위한 교체근무 같은 게 필요한데 거의 그러질 못하고 있다그런 점에서 답답하고 앞으로의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워낙 마스크 착용률이 높고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기 때문에 지금의 방역체계를 잘 유지해서 큰 대유행 없이 이 정도 수준에서 잘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그건 준비를 잘 했을 때나 가능한 것이고 지금의 방역체계에 균열이 생기고 공백이 생긴다면 여지없이 큰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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