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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희귀질환서 출발한 연구, 세포산소감지 미스테리 해결까지

2019 노벨생리의학상 Kaelin 교수, 연구과정 소개.."빈혈·암 등서 새 전략 기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가 한국을 방문했다. 희귀질환에서 시작한 연구가 오랜 과제의 해결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을 소개했다. 이런 발견이 가져올 새로운 치료전략도 안내했다. 빈혈치료 분야에선 영감 받은 약물 ‘roxadustat(제약사:아스트라제네카·FibroGen)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분야에서는 종양의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이 실현될 전망이다. 


미국 하버드의대 William G. Kaelin 교수는 7일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제12차 대한종양내과학회 학술대회 및 2019 국제학술대회(KSMO 2019)에서 'VHL 유전자와 산소조절기전'에 대해 안내했다. 


Kaelin 교수의 발견은 희귀유전질환인 '본히펠린다우 증후군(VHL)'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했다. 해당 질환은 악성종양 발생 위험을 높이는 특성을 가진다.


구체적으로 기능이 저하된 VHL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신세포암 등의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세포실험은 정상 VHL이 암 발생을 통제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Kaelin 교수 1995 VHL이 종양억제유전자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궁금증도 발생했다.


Kaelin 교수는 혈관모세포종신세포암 등 VHL 관련 종양을 살펴본 결과, 혈관이 잘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또 적혈구생성인자(EPO)의 증가도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사실은 VHL 유전자와 '세포의 산소조절기전간 연관성을 의심케 했다“1996년에는 VHL 유전자 기능상실 시 세포가 저산소곤란신호를 지속 내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이런 발견은 VHL 유전자가 제 기능을 못할 경우, 세포가 산소농도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는 깨달음을 불러왔다. 같은 시기, 존스홉킨스대 Gregg Semenza 교수와 영국 옥스퍼드대 Peter Ratcliffe 교수도 세포의 산소감지 기전에 대한 연구를 각각 진행했다. 3명의 노력은 산소조절기전에 대한 퍼즐을 완성하며 인류의 숙제 중 하나를 풀어냈다. 이런 공로는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으로 이어졌다.


완성된 퍼즐은 이렇다. 정상 산소농도에서 저산소증유도인자(HIF) VHL에 의해 파괴된다. 그러나 산소농도가 떨어지면 VHL HIF를 파괴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HIF EPO를 자극해 적혈구 생산을 돕고, 산소농도를 정상에 맞추는 기전으로 정의된다.


Kaelin 교수는 정상 산소농도에서는 산소 의존적 특정 화학물질이 HIF 구성물 중 하나인 HIF-a에 붙는다이 경우 VHLHIF를 파괴대상으로 인식하고 결합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해당 화학물질은 EglN(PHD)이라는 효소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EglN은 표적 가능한 대상이라고 안내했다.


이에 영감받은 약은 roxadustat. EglN(HFI-PH)을 억제하도록 고안된 빈혈치료제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만성신질환으로 인한 빈혈치료에 허가됐다. 일본에서는 지난 9월 승인됐다. 미국에서의 신약 허가신청도 이뤄질 전망이다.


빈혈 치료와 달리 항암분야에서는 HIF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이 실현될 예정이다. HIF가 증가하면서 암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예는 혈관생성이다.  


Kaelin 교수는 “HIF-2 등을 저해한다면 종양의 혈관생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경절종과 혈관모세포종 등의 치료에서 가능성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장암에서는 베바시주맙(제품명:아바스틴, 제약사:로슈), 소라페닙(넥사바, 바이엘), 렌바티닙(렌비마, 에자이), 엑시티닙(인라이타, 화이자) 등 혈관내피성장인자(VEFG) 저해제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Kaelin 교수는 “VEFGHIF-2에 의해 발현이 증가된다이를 억제하는 다양한 치료제들이 이미 신장암 치료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단독요법은 내성을 야기할 수 있다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병합요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잠재적 대안은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CDK4/6억제제다.


Kaelin 교수는 "VHL 유전자 비활성화 신세포암에 대해선 CDK4/6억제제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실제로 팔보시클립(입랜스, 화이자)은 해당 환자군에서 대조약보다 우수한 생존율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CDK4/6억제제의 효능은 HIF-2 의존 여부와 무관하게 나타났다"며 "CDK4/6억제제와 HIF-2억제제 콤보 역시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런 과정은 쉽지 않지만, 종양학자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