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관심이 없으면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의 성장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이런 사실을 보여줬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관련 분야 기초과학에서 전문성을 보유했지만, 제품화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관련법 개정 이후 가시적
성과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이는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관련법'을 제정, 국가적 관심을 기울기로 했다.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장윤환 교수 17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2019 제1차
용역연구 개발과제 심포지움’에서 일본의 재생의료제도 변경 배경을 안내했다.
장 교수는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발견 공로를 인정 받아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며 “이처럼 일본은 연구∙기술력을 갖췄고, 줄기세포에 대한 임상경험도 풍부했지만 유독 제품개발 측면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이런 부진은 일본 내 자성의 목소리를 불러왔고, 원인분석으로 이어졌다”며 “느슨한
규제로 재생의료에 대한 유효성∙안전성 자료가 축적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자유진료’(한국의 비급여 개념)를 통해 줄기세포를 임상에 적용해왔다. 다른나라보다 줄기세포에 대한 임상적 경험이 많은 배경이다. 다만, 의료기관에 재생의료 관련 자율성을 부여하다 보니, 객관적 데이터의 축적은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정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은 곧 바로 시행됐다. 일본은 2013년 5월 ‘재생의학진흥법’을
통과시켰다. 같은 해 11월 ‘재생의료 등의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법률(RM Act)’, 그리고
‘개정약사법(PMD Act)’을 추가로 제정했다. 두 법안은 2014년 11월부터
시행됐다. RM Act는 안전성 담보와 산업계 활성화를 골자로 했고,
PMD Act는 세포치료 등 재생의료제품의 산업화에 필요한 제도적 변화를 핵심으로 했다.
장 교수는 “먼저 RM Act에 의해 재생의료기술은 세포의 분화력 및 제품 투여방법에 따라 위험도가 3종으로 구분됐다”며 “재생의료 제공계획 승인의 흐름 역시 위험도를 기반으로 세분화됐다. 고위험 제품군은 후생노동성에 계획서 접수 이후 ‘후생과학심의회’를 거치는 등 규제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RM Act는 의료기관이 시설등록을 마친 상업적 제조소에 가공
및 보존 과정을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는 의료기관 및 세포제공기관에 대한
시설 조사가 가능해졌다”고 부연했다.
PMD Act는 ‘재생의료 등 제품’이라는 새 카테고리를 확립했다. 특히 ‘조건 및 기한부 승인 제도’를 불러왔다. 이에 따라 가능성을 보인 제품은 보다 빠른 시장진출이 보장됐다.
시장 진출에 유연성을 뒀지만 안전성 관리는 보다 철저해졌다. 가승인
제품은 제한적 질환에 사용돼야 하고, 안전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최대 7년간 시장에서 얻은 결과물로 가승인 종료 시점에서 완전 허가를 다시 신청해야 한다. 만약, 유익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시판 허가는 취소된다.
일본은 2015년 조기심사 지정도제도(패스트트랙)를 추가로 마련했다. 유효성과 대상질환의 중증성 등을 지정 기준으로 삼았다. 지정 제품에 대해선 우선 상담과 심사에 걸리는 기간을 반으로 줄였다.
장 교수는 “이런 제도적 정비 하에 일부 재생의료제품은 상용화에 성공했다”며 “2019년 4월 기준 총 7개 제품이 일본에서 허가됐으며, 이 중 3개는 조건 및 기한부 승인을 통해 시장에 진출했다”고 안내했다.
이어 그는 “조건부 승인 제품 가운데 하나는 Terumo사의 ‘하트시트’”라며
“세계최초 심부전 치료용 재생의료제품으로 골격근 세포를 심장 표면에 이식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 일본은 오사카∙쿄토 등 간사이
지방을 의료∙건강산업을
위한 국가전략특구로 지정, 새로운 사업 개척에 주력 중”이라며
“쿄토대 부속 병원의 경우 특례조치를 기반으로 민간기업과 공동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일본 내 재생의료제품 관련 임상시험은 지난해 18건으로 급증하기도 했다”며 “올해 기준 임상시험 주최의 절반 가량은 벤처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언급했다.
국내에서도 재생의료 분야에 국가적 관심이 이뤄졌다. 지난 8월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정안은 공포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이에 따라 치료법이 없는 환자에 대한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합리적 허가∙심사체계가 마련된다. 맞춤형 심사, 우선심사, 조건부 허가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안전관리체계도 구축된다. 기존 합성의약품과는 다른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특성에 맞춰 세포 채취·검사·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관리업 허가 제도가 신설된다.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이 마련되고, 시판허가 후 장기간 추적관리가 의무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