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ICI)가 암의 질환부담을 대폭 낮출 것으로 예견됐다. 작용기전이 인간의 진화방향에 부합해 궁극적으로 ‘암의 만성질환화’를 이끌 것이란 견해다. 가까운 미래에는 수술 후 보조요법의 활용도가 기대된다. 이르면 2년내 설득력 있는 데이터가 제시될 전망이다.
일본 교토대 혼조 다스쿠 명예교수는 5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서울 바이오이코노미포럼에서 ‘항PD-1 면역항암제가 미친 영향’을 안내했다.
혼조 교수는 “1990년대 처음으로
PD-1(programmed death-1)의 결핍이 ‘루푸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후 2000년대 초반 동물모델에서 PD-1 억제가 T셀의 암세포 제거율을 높인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발견은 니볼루맙(제품명:옵디보, 제약사:BMS∙오노약품공업)과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 MSD)
등 항PD-1 ICI 개발로 이어졌다. 혼조
교수는 PD-1 경로 발굴에 대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공동수상자는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Jame P. Allsion 교수다. 또 다른 면역관문인
‘CTLA-4’를 발견했으며, 여보이(이필리무맙, BMS∙오노약품공업) 탄생에 일조했다.
혼조 교수는 “ICI는 다양한 암종에 사용될 수 있고, 내약성과 반응지속력을 갖췄다”며 “기존
항암화학요법을 뛰어넘는 효과로 치료 패러다임을 바꿔놨다”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니볼루맙의 경우 흑색종에서 항암화학요법보다 우수한 생존율을
이끌어냈다”며 “난소암에서는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보였고, 무재발기간을 5년 이상 유지했다”고 부연했다.
혼조 교수는 항암화학요법의 한계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항암화학요법은
고정적인 표적을 가진 반면 암 세포는 변이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ICI는 암 세포가 아닌 면역체계를 표적으로 한다. 특히 변이가 많은 암 세포에 대해 높은 효과를 나타낸다. 실제로 대장암,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등 변이가 많은 암종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반응률 향상은 과제다. 항PD-1 ICI의 반응률은 약 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ICI의 반응률 향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항CTLA-4 약물(251건), 항암화학요법(170건), 방사선요법(64건) 등과의 병용효과가 검증되고 있다.
혼조 교수는 “인간은 균에 대항해 획득면역이라는 방어체계를 갖췄다”며 “다행히 획득면역은 변이가 많은 암세포를 보다 명확히 적으로 인식하도록 진화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를 고려할 때 ICI의
효능은 더 향상될 여지가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암종도 넓어질 전망”이라며
“궁극적으로 암이란 질환은 ICI를 통해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진 발표에서 BMS 소속 항암제개발총책임자 Fouad Namouni 박사는 항PD-1 ICI의 활용범위를 예측했다.
Namouni 박사는 “향후 ICI 활용이 기대되는 분야는 수술 후 보조요법”이라며 “수술
후 완전관해를 보인 환자군에서 재발예방 효과가 연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필리무맙과 니볼루맙의 효능이 평가 중이다. 이필리무맙의
경우 1년 무재발생존율(RFS) 63%를 기록했다. 이 같은 비율은 2년과 3년 시점에서 각각 51.5%와
46.5%로 나타났다. 이는 위약군(1년: 56%, 2년: 43%, 3년
34%)보다 우수한 경과다.
니볼루맙은 이필리무맙을 넘어서는 효과를 보였다.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의
RFS 위험비(HR)는 0.65로
조사됐다. BMS측은 이필리무맙과 니볼루맙을 병용투여할 경우 더 큰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 도출은 이르면 2년내 이뤄질 전망이다.
Namouni 박사는 “처음
항PD-1 ICI가 등장했을 때 원리는 간단해 보였다”며 “PD-L1 발현율이 높거나 변이가 많은 환자는 니볼루맙에 반응할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응률 예측은 힘들어졌다”며 “변이가 적더라도 니볼루맙을 통해 종양이 줄어드는 등 상반된 결과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따라서 아직 밝혀내지 못한 변수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오마커에 대한 폭 넓은 연구로 ICI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연구자의 임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