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효능이 허가 임상시험과 실제 의료현장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에서는 안전성 문제로 고령자 등이 제외됨에 따라 약효가 실제보다 높게 나온다는 분석이다. 다만 면역항암제는 임상시험 제외대상에게 더 큰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임상시험에 고령자 등을 포함시켜 실제 현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 르빈 암연구소(Levine Cancer Institute) 종양혈액내과
Jai N. Patel 교수는 최근 메디컬 정보 사이트 Healio에
이 같은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암 환자 가운데 면역항암제 사용적합 판정 비율은 2011년 1.54%에서 2018년 약 50%로 늘었다. 그러나
면역항암제 투여자 중 실제 효능을 보는 환자 비율은 2018년 기준
12.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Patel 교수는 미국 Knight Cancer Institute 소속 Alyson Haslam 교수팀 연구결과를 참고했다.
실제로 항PD-1 면역항암제 효능은 임상시험과 의료현장에서 차이가
있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료현장에서 니볼루맙(제품명:옵디보, 제약사:BMS∙오노약품공업) 또는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
MSD)을 투여 받은 환자의 평균 전체생존기간(OS)은
8개월로 조사됐다. 이는 임상시험에서 측정된 경과(9.2개월~12.2개월)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에 대해 Patel 교수는 “면역항암제
임상시험에는 피험자 보호 등을 이유로 고령자, 자가면역질환자 등이 제외된다”며 “이들이 제외되면서 임상시험과 실제 의료현장 사이 간격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약효 역시 차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우려와는 달리 면역항암제는 연령 등과 무관하게 일정한 안전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니볼루맙은 CheckMate 017 및 057 결과로 비소세포폐암(NSCLC) 2차 치료에 허가됐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 가운데 약 10%는 75세 이상이었다. 하위군 분석결과,
이들 고령자 그룹은 다른 연령대 대비 OS가 상대적으로 짧았다. 그러나 치료중단 비율과 3∙4등급 독성 발생률에서는 다른 연령대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Patel 교수는 설명했다.
다른 후향적 연구는 비소세포폐암으로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은 환자의 경과를 살펴봤다. 그 결과, 고령자 그룹은 무진행생존(PFS),
OS 등의 지표에서 젊은 환자 그룹보다 열등했다. 하지만 독성 관련 지표는 양 그룹에서 비슷했다.
자가면역질환자 역시 안전성 문제로 임상연구에서 배제된다. 질환 악화(disease flare)를 염려한 결정이다. 하지만 면역항암제의 안전성은 자가면역질환 보유 여부와도 상관없었다.
FDA 연구팀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CancerLinQ database를 활용한 후향적 연구를 통해 이런 사실을 밝혔다. 이 연구는 비소세포폐암으로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은 환자 24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여자의 22%는 자가면역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 결과, 면역항암제 효능은 자가면역질환 보유 여부와 무관했다. 부작용 발생률 역시 자가면역질환 보유 그룹과 보유하지 않은 그룹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단, 자가면역질환 보유 그룹은 내분비 및 위장관계 부작용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안전성 문제는 HIV 감염자에게도 적용된다. 면역항암제가 체내 면역시스템에 관여하며, HIV 활성화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Georgetown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은 HIV 환자군은 보유 질환관련 큰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하위분석에서 93%는 HIV가 억제된 상태를 유지했다.
이 밖에도 장기이식환자 등이 면역항암제 임상연구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선 리얼월드데이터 기반 면역항암제 효능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Patel 교수는 진단했다.
Patel 교수는 “올해
ASCO 연례학술대회의 가장 큰 이슈는 임상시험 참여자의 적합기준 확대였다”며 “현재 면역항암제 임상 적합기준은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실제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논문을 살펴본 결과, 면역항암제는 일부 제외대상에게도 일관된 안전성을 보였다”며 “임상시험에 고령자 등을 포함시켜 의료현장과 유사하게 만들어야 실제 약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