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골수성백혈병(AML)도 만성골수성백혈병처럼 극복할 수 있을까.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표적치료제의 등장으로 질환의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반면 AML에서는 목표로 할 항원의 발굴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물론 표적을
찾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
연구팀은 Wilm's tumor gene(WT1)이란 물질에 주목했고,
큰 가능성을 확인했다.
서울성모병원 김희제 교수는 26일 국립암센터에서 열린 의생명과학포럼에서 WT1-특이 세포독성 T세포(CTL)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글리벡(성분명:이마티닙, 제약사:노바티스)을 위시한 2세대, 3세대 표적약물의 등장에 따라 꾸준한 복약으로 관리 가능한 질환이 됐다”며
“어떤 면에서는 당뇨병∙고혈압보다 치료경과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면 AML에서는
표적치료제의 등장이 요원하다”며 “타깃이 불특정하고, 이질적 항원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ML은 주로 고령에서 발병해 치료가 굉장히 어렵다”며 “고령환자는
치료를 받더라도 1~2년 내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AML에서는 여전히 항암치료 이후 동종 조혈모세포(HSC) 이식이 궁극적인 치료로 실시되고 있다. 다만 이식을 받더라도
재발률이 높아 미충족의료가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이뤄졌다. 공여자 림프구
수혈(DLI)은 적은 독성과 적절한 이식편대백혈병(GVL)을
동반하며 만성골수성백혈병에서 유의한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AML에는 시술 후 1년 이상 장기 생존율 10% 전후의 매우 불량한 성적을 남겼다.
새로운 기대주는 CAR-T세포 치료제다. 림프종에서 효능을 입증했으며, 재발∙불응성 백혈병에 대한 효과가 여러 임상시험에서 측정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AML에
대한 항원은 없지만 일부 가능성은 제기됐다. AML 환자는 일반인에 견줘 WT1, Survivin 등과 같은 유전자 발현이 수십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AML 환자
425명을 조혈모세포 이식 전후로 살펴본 결과, WT1 발현률과
재발의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안내했다.
이런 점에 착안한 치료는 기대에 부응했다. 김 교수팀이 고식적 치료 후 재발한 환자에게 WT1-CTL 치료를 진행한 결과, 재발 없이 3년간
생존한 것으로 조사됐다.
WT1-CTL 치료의 가능성은 본격적인 임상시험(1상∙2상∙단일군)에서도 관찰됐다. 이
연구는 방사선∙항암치료 후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AML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구체적으로 1차 재발 환자 7명, 2차
재발 환자 3명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WT1-CTL치료를 1주 간격으로 4회
주입한 후, 안전성과 유효성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생존한 환자는 모두 5명이다. 세부적으로 1차
재발 환자 7명 중 5명이 효과를 봤다. 한 명은 12년 2개월째 생존 중이다. 2번 이상 재발을 경험한 환자들은 모두 10개월 내 사망했다.
이 결과에 대해 김 교수는 “1차 재발 환자의 70%가 질환의 부담 없이 장기 생존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이는 고식적인 치료의 효능에 견줘 유의한 성과”라고 해석했다.
또 “1상 임상시험에 의의를 둔다면,
심각한 부작용이나 독성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WT1-CTL치료가 고위험군에서 안전성을 바탕으로 재발 예방에
유의한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희망을 발견했지만 AML의 질병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 교수는 “고령환자의 경우 항암화학요법이 적합하지 않아 일련의 치료에도
재발을 거듭한다”며 “AML 치료분야의 최고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병용요법을 고민 중”이라며 “미세환경에 대한 억제제인 CXCR4와
항암화학요법, 또는 CXCR4 및 면역항암제의 조합을 전임상에서
테스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ML 치료경과 향상을 위해 극복해야 할 항원은 다양하며, 이제 첫 발을 내딛은 수준”이라며 “다양한 조합을 통해 퍼즐을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