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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복약순응도 향상 내세운 ‘디지털 알약’, 현실은 ‘증명된바 없음’

미국연구팀 "Abilify MyCite, 신약 근거부족..특허 만료약에 센서적용, '에버그리닝' 새 모델"

오츠카제약의 Abilify MyCite(성분명: aripiprazole)는 2017 11월 미국에서 조현병 치료에 허가되며, 최초의 디지털 알약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특허 만료약에 센서를 더한 아이디어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당시의 흥분이 가시면서 이 제품에 대한 의문이 대두되고 있다. Abilify MyCite가 특장점으로 내세운 '복약순응도 향상'은 임상시험에서 증명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런 미흡함에도 '신약'으로 분류, 높은 가격을 인정 받으며 '에버그리닝' 전략의 새로운 모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Abilify MyCite, 투약기록 확인 가능한 디지털약


Abilify MyCite는 비정형 향정신성약물 Abilify(성분명: Aripiprazole, 제약사:오츠카제약)에 소화가능한 IEM(Ingestible Event Marker) 센서가 내장된 형태다. 센서는 모래알 크기로 위액과 만나면 신호를 보낸 뒤 용해된다. 이 신호는 웨어러블기기 MyCite Patch(제작사:Proteus)에 전달돼 복약 기록이 남는 원리다. 사용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기록 확인이 가능하고, 이를 의료진과 공유할 수 있다.


제약사측은 Abilify MyCite의 허가 임상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주요 부작용이 오심두통∙어지럼증 등이었다는 사실만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Abilify MyCite를 조현병, 양극성장애, 그리고 주요우울증(MDD) 치료에 허가했다. 제품 라벨에는 복약순응도 향상과 관련해 증명된 바 없음을 명시하도록 했다.


단일군 임상연구로 허가, 복약순응도 향상에 대한 근거 부재 


미국 터프츠의대 Allen F Shaughnessy 교수팀은 Abilify MyCite의 허가 임상시험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살펴봤다. PubMed/Medline, Cochrane Library 등에서 문헌검색을 활용했고, 제약사측에 허가 임상시험 결과를 요청하는 과정을 거쳤다. 연구결과는 BMJ에 게재됐다.


이에 따르면, Abilify MyCite316-13-204(비공개), 316-13-215, 316-14-220 3가지 연구를 기반으로 허가됐다. 모두 개방형, 단일군 연구로 진행됐다


활성대조군이 포함된 연구는 없었다. Abilify MyCiteAbilify를 비교하거나, 다른 일반약(또는 위약)을 반대편에 두는 무작위배정∙전향적∙이중맹검 연구는 실시되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는 관해율, 재발률, 삶의 질 등 약효를 반영하는 지표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복약순응도의 경우 316-14-220, 316-13-215 연구에서 측정됐다. 그러나 단일군연구에서 도출된 결과여서 설득력이 약하다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이 밖에도 Abilify MyCite 관련 임상연구로는 DC-001576가 있다. 약물이 몸 속에 들어가지 않고, 위장과 유사한 환경에 노출된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연구였다. 또 환자들이 약물을 정확한 방법으로 사용하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연구도 실시됐다. 이처럼 Abilify MyCite 연구는 주로 실효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연구팀은 "FDA가 허가에 참고한 연구는 근거수준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활성대조군의 부재로 Abilify MyCite가 가진 실효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위약과의 비교조차 없었다"고 풀이했다. 


이어 "규제당국도 이런 점을 인정했지만, 제약사측에 대조군을 포함한 연구 등을 따로 지시하지 않았다"며 "개방형의 장기 시판후조사만을 요구했다. 비교대상이 없는 시판후조사 결과는 신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Abilify MyCite의 주요 임상연구가 제시한 근거는 빈약하지만, 이를 지적하는 사례는 적었다.


316-14-220, 316-13-215 등의 결과를 참고한 의학문헌은 모두 14건이었다. 이 가운데 13건은 활성대조군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10건은 임상시험의 근거수준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 문헌에서는 회사와의 이해관계를 가진 연구자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8건에서 오츠카 또는 Proteus와 이해관계를 가진 연구자가 최소 한 명 발견됐다. 오츠카 또는 Proteus 관계자가 직접 관여한 문헌은 6건이었다.


◇ Abilify MyCite 사례, '에버그리닝' 전략으로 활용될 가능성


Abilify MyCite가 남긴 이슈는 2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센서를 적용하는 사례가 향후 특허의 에버그리닝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Abilify의 미국 특허는 지난 2014년 만료됐다.  


연구팀은 센서 기반 디지털 기술이 에버그리닝에 대한 새로운 여지를 제공했다약효만 보면, Abilify MyCiteAbilify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한달 약값은 Abilify 제네릭 20달러, Abilify MyCite 1700달러로 크게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기존 약에 센서를 추가하는 형태가 '신규화합물'로 인정 받으면서,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디지털 에버그리닝' 전략은 특허 만료 후에도 독점권을 보장 받을 수 있어 제약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의학문헌의 중립성도 문제 삼았다.


연구팀은 “일부 문헌은 불충분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약의 긍정적인 면만 조명하고 있었다"며 "이런 자료는 향후 의료현장에서 참고될 수 있고, 국가 정책에도 반영될 수 있어 공중보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