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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신포괄수가제 '비포괄 약제', 사용량 기준으로 분류해야"

강동경희대병원 차재명 교수 "현 바이알 기준 치료왜곡 초래"

신포괄수가제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들인 노력과 무관하게 책정된 '묶음가격'은 중증질환자 기피 또는 치료왜곡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제와 관련해서도 개선이 요구됐다. 일부 고가약물은 비포괄’로 분류되지 않아 치료의 제한을 빚고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비포괄 약제 기준을 바이알이 아닌 사용량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서비스 지불방식 정책변화와 의료산업혁신의 지속가능성’ 토론회에서 신포괄수가제의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제시했다.


차 교수에 따르면, 신포괄수가제란 포괄수가와 행위별수가의 혼합이다. 입원료검사료투약료 등은 포괄수가로 묶고, 진료비 차이를 유발하는 수술∙MRI∙PET 등 고가서비스는 행위별수가로 산정하는 모형이다.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은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작되다 지난해 8월부터 병원급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됐다. 현재 일부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도 참여하고 있다.


차 교수는 신포괄수가제는 포괄수가와 비포괄수가로 나뉜다비포괄수가에는 수술 등 의사의 행위와 함께 약제(항암제∙투석액∙일부주성분 단위 약제), 치료재료 등이 해당된다고 안내했다.


현재 약제와 치료재료는 구입금액의 80% 수준의 보상만 이뤄지고 있다. 이는 불필요한 과소비를 막기 위한 정부의 장치다. 그러나 이런 보상은 진료선택권 제한을 유발해 의료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차 교수는 문제 삼았다.


차 교수는 정부의 우려와는 달리 항암제∙투석액 등 비포괄약제는 남용의 우려가 적다특히 일부 약제는 100% 보상하는 경우도 있어 제도의 복잡성을 가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질병군 분류가 거론됐다. 수가 산정의 핵심 기준이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질병군별 중증도간 수가차이가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차 교수는 감기와는 달리 중증질환 및 저빈도질병을 묶음가격으로 수가책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병원이 중증환자를 기피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중증환자는 입원기간이 길고 약제 및 치료재료 관련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데, 병원이 받는 보상은 똑같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상황은 치료 왜곡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었다.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시행한 일산병원의 평가보고서는 치료왜곡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산병원에서는 30일 이내 재입원하는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차 교수는 병원입장에서 수가가 일정하기 때문에 환자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도 빨리 퇴원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차 교수는 시범사업 참여자 입장에서 신포괄수가제가 적용되기 힘들다고 느낀 질병은 염증성장질환이라며 해당질환은 경과가 다양해 환자별로 치료에 소모되는 자원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염증성장질환에는 스테로이드제부터 생물학적제제 등 여러 약물이 사용된다스테로이드제의 경우 한 알에 50원 수준이지만, 생물학적제제는 한병에 100만원이 넘는다. 그런데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수가를 하나로 묶다보니 복잡한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최근 고가약제를 비포괄에 적용하는 선별기준을 정했다. 주성분 단위(바이알) 100만원 이상이거나 약제비가 전체치료비의 50%를 넘는 약물이 해당된다. 아달리무맙(제품명:휴미라, 제약사:애브비), 인플릭시맙(레미케이드, 얀센) 등 고가 생물학적제제는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비포괄 대상에서 제외됐다.


차 교수는 인플리시맙의 한회 투약비용은 환자가 60인 경우 100만원, 70㎏면 150만원 가량 든다며 만약 기준을 1회 투약 비용으로 정하면 두 약물은 비포괄로 적용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현재 바이알이 기준인 분류에서 두 약물은 포괄로 묶여있다"며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라고 부연했다.


일례로 염증성장질환자가 9.4일 입원해 인플릭시맙 투여 시, 전체 입원비 가운데 약제비용은 47% 수준이다. 이런 비중은 입원일수가 짧을수록 늘어난다. 3일의 경우 입원비의 75%가 인플릭시맙 투여비로 산정된다. 결국 정해진 수가 안에서 이 약을 사용하면, 환자는 다른 검사·치료를 받기 힘들어지거나, 따로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베돌리주맙(킨텔레스, 다케다)은 바이알 가격이 300만원으로 비포괄 적용을 받는다. 같은 조건의 입원 환자가 3일간 베돌리주맙을 사용할 경우, 입원비 중 약제비는 44% 수준이다. 9.4일 투여 받으면 이 같은 비율은 33%로 더욱 낮아진다.


차 교수는 현재 비포괄 적용 약제 기준은 이런 형편성의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제품 단위 단가보다는 총 투약기간 및 투약비용을 고려한 분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고가의 비급여 첨단바이오의약품들은 비포괄로 분류돼야 한다포괄로 묶게 되면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사용을 기피하게 되고, 모든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