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가 인수합병(M&A)에서 성장의 활로를 찾고 있다. 국적이 다른 제약사간 M&A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이업종간 합병 사례(융합형 M&A)도 증가하는 특징을 띄었다. 국내에서도 제약바이오업계의 인수합병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릭 규제 강화로 국내사간 M&A는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국M&A거래소 이창헌 회장은 3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3회
이데일리 글로벌 제약바이오 콘퍼런스’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M&A 전략에
대해 안내했다.
이 회장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전략으로 여러 유형의 오픈이노베이션이
시행되고 있다”며 “다만 단순히 오픈이노베이션 전략과 같이
‘얕은 협력’보다는
M&A가 보다 높은 효과와 심도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 M&A 거래
건수는 1438건이다. 이에 따른 거래액은 3400억 달러(약 400조원)로 집계됐다. 2017년(1171건, 1890억 달러)과 2016년(1044건, 2690억 달러)에
견줘 건수와 금액적인 측면에서 모두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뤄지는 M&A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국적이 다른 기업간의 인수인 크로스보더 M&A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해 글로벌 인수합병 사례 가운데 크로스보더 M&A는 모두 565건(약 40%)이었고
거래액은 250조원을 기록했다. 이 회장은 크로스보더 M&A 사례가 3년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특징은 이업종간 M&A 사례의 증가다. 제약바이오기업이 헬스∙농업∙디지털∙IT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체 글로벌 M&A 거래액(3400억 달러)에서 이종산업 인수합병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19.8%에서 2015년 25.1%로
늘었다. 2016년에는 이런 비율이 58.4%를 기록했고, 2017년(54.2%)과 2018년(51.6%)에도 50%를 넘어섰다.
이 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과 4차산업기술과의
융합이 새로운 혁신성장을 창출하고 있다. 이질적인 것들간의 융합은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인수합병 전략에서 융합형 M&A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제약바이오헬스 업계에서도 M&A 사례가 늘고 있다. 2017년 38건의 M&A가
성사됐고 지난해에는 53건이 이뤄졌다. 국내 모든 업종 M&A 대비 제약바이오헬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6%에서 2018년 6.4%로
소폭 증가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앞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M&A는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라며 “특히 위탁생동제도의 단계적 개선이 이뤄지면서 제네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 신약개발을 위한 M&A의 필요성이 전보다 커진 것”으로 진단했다.
이어 그는 “M&A가 주가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가장 컸다”며 “지난해 업종별 주식양수도 전후 주가변동률을
살펴보면, 바이오∙의약∙헬스
상장기업에서 제일 높았다”고 말했다.
한국 M&A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헬스업계는 M&A 공시
후 주가가 평균 24.5%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2위는 기계∙금속∙제강(16.4%), 3위는
서비스(13.8%), 4위는 소프트웨어(13.2%)였다.
이 회장은 “이 결과는 국내 제약바이오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대변한다”며 ”또 한편으로는 거품을 조심해야 한다는 점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이날 이 회장은 주목할 만한 제약바이오 M&A 전략도 소개했다. 우선 한독의 자회사인 ‘제넥신’이 '툴젠'을 흡수합병한 사례가 제시됐다. 툴젠은 3세대 유전자가위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제넥신은 치료제 개발속도와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이 회장은 이런 형태를 시너지형 M&A전략으로 정의했다.
또 다른 전략은 A&D 전략이다. 기술을 가진 업체를 인수한 뒤 발전시키는 방향이다.
이 회장은 “대웅제약은 바이오기업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한 뒤 집중적인
투자를 감행했다”며 “이런 투자는 안구건조증치료제와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후보물질의 확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타업종에서 가장 성공적인 A&D 전략 사례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인수다. 구글은 2005년 약 5000만 달러(2019년 기준 580억원)에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뒤 발전을 지원했다. 이 회장은 현재 안드로이드의 가치는 측정하기 힘들만큼 올랐고, 구글이 판매를 고려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브라운필드(Brown
field)투자 전략도 눈여겨 볼만 하다”며 “대웅제약은
해외진출을 위해 현지제약사, 생산설비 인수를 고려하는 등 브라운필드식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런 전략은 빠른 현지화로 시장 선점을 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동안 제약계에서 동종간 M&A는 수없이 이뤄졌고 큰 시너지를 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시너지는 융합형 M&A로부터 발생한다”며 “상장사와 비상장사간 M&A는 가장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크로스보더 M&A는
소요기간이 길고 이뤄지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며 “다만
폭 넓은 선택권과 해외시장 진출에 유리하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모든 업종에서 크로스보더
M&A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