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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획]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이 '의료영리화'의 단초?

박병주 교수 "의료 정보 활용, 이득이 손실보다 더 커"

제약 ·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이하 전략)이 의료영리화라는 큰 장애물에 직면했다.

쟁점 사안은 국민 의료 · 건강정보의 수집이다. 이번 전략은 1백만 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해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에 활용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시민단체는 이번 산업화로 제약사 · 보험사에 유통된 의료 정보가 돈벌이 수단이 돼 의료영리화라는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빅데이터 활용 연구의 중요성을 26년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병주 교수는 이 같은 우려에 난색을 표했다.

교수가 난색을 보인 까닭은 빅데이터 기반의 바이오헬스 육성으로 발생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이득이 손실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박 교수는 국가 발전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건강보험 청구자료와 병원 EMR 자료를 연계할 경우 임상시험 대비 상당한 저비용 · 고효율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박 교수 발언의 요지다.

2백여 명 대상으로 실시되는 신약 임상시험은 엄청난 시간과 돈이 소요되지만, 조건부 결론이기 때문에 전체 환자에게 적용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반면, 건강보험 청구자료는 병원 EMR 자료와 연계해 분석하면 특정 질병에 어떤 약이 더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를 빠른 시일 내 파악할 수 있다.

박 교수는 "1백만 명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면 수천억 원의 비용과 수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비용도 절감하면서 금방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에서는 동일한 질병에 대한 치료제를 의료 빅데이터에 기반한 비교 효과 연구를 통해 평가한다. 어떤 약이 가장 효과가 있고, 부작용이 낮으면서 저렴한지를 분석해 의료비를 절감하고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보유한 전산화된 자료를 전 세계가 부러워한다.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보유한 데이터를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 의료영리화는 소모적 논쟁, 손발 묶어놓으면 뛰지 못해

자동차는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약은 부작용을 초래하듯 모든 일에는 득과 실이라는 양면이 존재한다.

박 교수는 정부가 구축하는 바이오 빅데이터 또한 이 같은 양면에서 어느 쪽이 더 큰지를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살펴야 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해로운 부분만을 주장하기보다는 납득이 될 만한 건설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산업화를 부정적으로 매도해서 전부 막아버리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할까? 가만히 앉아있다고 저절로 경제가 발전되는지?"라고 반문했다.

이어 "데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어버리면 앞으로 뛰지 못한다. 또,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결국 다른 국가들에 전부 뺏기게 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부작용 없는 완벽한 약은 나올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부작용을 이유로 약을 없애지는 못한다.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법 · 제도를 바꿔 발전해 나갈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되 이를 잘 활용하여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 두 가지는 같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개인정보 악용하는 사람은 연구자 아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은 2013년 국가 · 공공기관으로부터 개인 식별이 가능한 자료를 받아 연계할 법적 근거를 최초로 마련했다.

이는 NECA의 설립 근거인 보건의료기술 진흥법의 제26조(자료의 제공) 제3항에 기술돼 있다. 다만, 자료를 통합한 후에는 개인식별이 가능한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 

즉, 건강보험 청구자료 등 민감한 의료정보를 보건의료 연구에 활용해야 할 당위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박 교수는 "연구자는 국민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근거를 생성한다. 누군가의 정보를 악용하려는 사람은 연구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연구자를 믿지 않고 계속 부정적인 우려만 한다면 할 말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박 교수는 "국민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건 당연하다. 그건 말할 가치도 없다. 또, 개인정보를 악용해 피해를 주는 경우는 가차 없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박 교수는 "지금도 개인정보를 악용하면 형사처벌되는데, 여기에 더해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연구하지 말라는 거라면, 연구를 안 하면 된다. 다들 월급만 받고 강의나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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