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을 통해 후보물질을 도입할 때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머크(Merk/MSD)는 후보물질의 혁신성과 개발진행정도(임상단계)를 기준으로 도입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MSD 신헌우 상무는 20일
서울 신촌 연세대의료원 에비슨의상명연구센터에서 열린 ‘제12회
세브란스 기술설명회’를 통해 ‘글로벌 제약기업의 사업화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신 상무는 “머크는 연간 매출액(40조원)의 60% 가량을 외부로부터 도입된 제품에서 얻고 있다”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 등이 대표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머크의 경우, 오픈이노베이션과 관련해 두 가지를 기준으로 딜(계약)을 결정한다. 바로 후보물질의 혁신성과 개발진행속도”라며 “두 가지를 갖추지 않으면 딜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발진행 속도는 임상시험이 진행된 정도를 의미한다. 동일물질을 연구하는 타 제약사보다 개발 속도가 빨라야 한다”며 “머크는 개발 속도가 3등 아래인 후보물질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머크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암 등)에 대해서는 전임상, 1상, 2a상 단계의 후보물질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질환(당뇨병∙골다공증)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따져 2b상∙3상 단계 물질을 선호하고 있다.
신 상무는 “머크는 미충족의료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 따라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아마도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분야가 될 것”이라며 “특히 파킨슨병 치료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다만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된 진보성을 갖춘 물질이 관심
대상”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T세포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신 상무는 “T세포와 관련해서는 2년전부터
많은 정보가 나왔다. T세포와 관련한 학회는 회사 관계자가 더 이상 참석하지 않을 정도”라며 “어쩌면 골수유래 면역억제 세포(MDSC) 조차도 늦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치료제 개발 분야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파마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를
위해서는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암 대사(cancer metabolism), 산소감지 센서인 PHD2, NK셀, 그리고 신생항원(neoantigen)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신 상무는 조언했다.
신 상무는 “향후 3~4년
뒤에 새로 부상할 분야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며 “전체
흘러가는 패턴을 읽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라이선스 아웃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느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야 한다. 개발중인 파이프라인이 어디에 속하는지도 알아야 한다”며 “이를 테면 세포침투항체(cell
penetrating antibody), 뇌혈관장벽침투항체(BBB penetrating
antibody) 등은 보통 초기 단계에서 라이선스 아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상무는 이날 키트루다와 관련한 동정도 안내했다. 머크는 키트루다의 반응률 개선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었다. 이를 위해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약물 혹은 방사선 등과의 병용요법도 시도 중이다.
신 상무는 “키트루다로 효과를 보는 환자 비율을 기존 25%에서 더 늘리기 위해 다양한 전략이 모색되고 있다”며 “병용요법에서는 다양한 약물과 방사선 치료 등이 고려되고 있다”고
안내했다.
새로운 바이오마커와 연계한 허가도 도모하고 있다. 신 상무는 MSI(현미부수체 불안정성)를 통한 키트루다의 승인 사례를 안내했다. 암종과 무관하게 MSI 종양만 모아서 진행한 바스켓 연구(Basket Trial) 결과에서 키트루다는 해당 바이오마커가 높은
환자에게 유의한 반응률을 보였다. FDA는 이 결과를 참고해 2017년 5월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를 MSI가 높거나(H) MMR(DNA 오류 복원력) 결핍(d)인 암 환자의 2차치료에
신속 허가했다.
신 상무는 “내부적으로는 종양변이부담(TMB)과 인터페론 감마(IFN-γ)에 대한 관심도 높다”며 “다만 머크가 이런 바이오마커에 대해 모두 연구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해당 바이오마커를 연구중인 업체는 키트루다 콤보와 관련해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머크는 키트루다 병용투여 임상을 위한 계약을 다수 체결했다. 해외에서는
바이엘(regorafanib), Incyte(MRx518), LeapTx(anti-DKK1) 등과 협약을
맺었다. 국내에서는 제넥신(하이루킨-7), 메드팩토(백토서팁) 등과 협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