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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바이오의약품 미래 먹거리..정부 지원, 다른나라보다 빈약"

원희목 회장, "한국 잠재력 확실..미래성장동력에 대한 국가적 지원 기대"

국내 바이오의약품 분야 성장을 독려하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미래 먹거리가 될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바이오의약품의 사업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특허를 분할출원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바이오벤처는 라이선스 아웃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지적 역시 제기됐다.  

재단법인 미래의학연구재단은 10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제3회 미래의학춘계포럼: 혁신적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의 현주소’를 개최했다

이날 포럼의 첫 연자로 나선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바이오의약품 시대의 도래’에 대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원 회장은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24년 3830억 달러(약 40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바이오의약품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7%대로 전체 제약시장 성장률(6%)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운을 뗐다. 

지난 10여년간 변화를 살펴보면 이런 예측은 더욱 힘을 얻는다. 원 회장의 자료에 따르면, 2002년 기준 글로벌 의약품 매출액 탑 10 목록에는 합성의약품 9개와 바이오의약품 1개가 위치했다. 바이오의약품은 얀센의 Eprex(38억 달러, 6위)가 유일했다. 

반면 2018년에는 전세가 역전돼 바이오의약품 8개가 10위안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애브비의 바이오의약품 휴미라(성분명:아달리무맙)로 199억 달러 매출을 올렸다. 2위(엘리퀴스, 제약사:BMS 99억 달러)와 3위(레블리미드, 세엘진 97억 달러)를 기록한 합성의약품의 매출액을 합친 금액보다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인 것이다.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바이오의약품 분야에 일찍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판매허가된 품목은 모두 16개였고,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총 7개사(GC녹십자랩셀∙제넥신 등)가 16건의 기술수출을 성사했다. 현재 글로벌에서 상용화된 줄기세포치료제 7종 가운데 4종이 국산이기도 하다. 하지만 2014년 코아스텔의 뉴로나타-R 이후에는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원 회장은 “한국은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이 너무 약하다. 미국∙유럽은 바이오의약품 등의 심사절차를 신속화 하고 있다”며 “중국도 줄기세포 및 신기술에 대해 천문학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16년 ‘21세기 치료법’을 통해 각종 생물의학 연구지원에 10년간 48억 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2018년에는 ‘시도할 권리 법안(Right to Try Act)’를 제정하고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유럽은 ‘우선순위의약품제도’(2017년), 일본은 ‘재생의료종합시책추진법’(2013년)을 바탕으로 유전자∙세포치료제의 빠른 시장진출을 돕고 있다. 중국은 ‘중대신약창제' 과기중대 전문프로젝트를 세우고 2020년까지 혁신약물 개발에 260억 위안(약 4조4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반면 국내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약 1106억원(2018년 기준)에 그쳤다. 

원 회장은 “정부는 2018년 3대 전략투자∙선도산업에 바이오헬스를 선정했고, 올해 3대 중점육성산업에 바이오를 포함시켰다”며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직접 (바이오 분야를)찍었으니 앞으로는 확실한 지원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크다. 이 법안은 바이오의약품의 우선∙맞춤형심사, 조건부 허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원 회장은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먼저 미국∙영국처럼 네거티브시스템(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 방식의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첨단 바이오의약품 개발사는 대부분 바이오벤처로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숙제다.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국가간, 산업간 협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빅파마들은 한국의 연구인력과 파이프라인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 포텐셜은 큰데 치고 나가는 동력은 약하다”며 “상당한 에너지가 우리에게 잠복해 있으며, 향후 금융도 바이오의약품 쪽으로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포럼에서는 바이오벤처가 기술이전 시 참고해야 할 조언도 제시됐다.

명진국제법률사무소 이명진 대표변리사는 “반드시 좋은 기술만 기술이전이 되는 것이 아니다"며 "수요자와 공급자를 잘 찾는 등 전략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변리사는 “특히 비용이나 절차를 고려했을 때 의약품의 특허를 적응증별로 나눠서 판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이를 테면 간 적응증은 개발사가 보유하고, 신장 적응증에 대한 권리만 따로 떼서 다른 회사에 파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부 회사는 특허를 모두 묶어서 냈다가 나중에 다시 분할하기도 한다”며 “ 적응증별로 따로 분리하면 출원 시에도 편하다”고 덧붙였다. 

최창훈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은 국내 바이오벤처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최 부사장은 “빅파마는 초기단계 물질을 선호한다. 후기단계로 가면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국내 바이오벤처는 초기단계물질의 판매를 싫어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바이오벤처는 앞 단계를 맡고, 이후 빅파마가 개발을 이어가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바이오벤처는 빅파마와 경쟁을 하고 있다. 바이오벤처가 3상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마지막으로 최 부사장은 “결국 바이오벤처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라이선스 아웃을 하는 것”이라며 “3상까지 후보물질을 붙잡고 있다면, 아마도 해당 물질이 팔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